김대중 총재에게는 보고만 했다
2월 17일 새천년민주당(이하 민주당)의 1차 공천자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전반적으로 약 50%의 교체율을 보였다고들 하는 데요. 호남권에서만도 60∼70%의 교체율을 보일 거라는 예측을 깨고, 이렇게 된 근본적 이유가 뭡니까?

“저희 새천년민주당은 공천과정에서 시민단체에서 발표한 공천부적격자들에 대해 최대한 참고로 하겠다는 말씀을 드린 바 있습니다만 저희 당 자체적으로도 개혁성, 참신성, 도덕성, 당 공헌도, 전문성, 당선가능성 등 6대 원칙을 갖고 공천에 임했음을 말씀드립니다.”

시민단체는 부패전력, 선거법 위반, 헌정파괴 반인권 전력 등의 상세한 원칙을 가지고 낙천자리스트를 만들었던 것으로 아는데, 공천과정에서 이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이유는 뭐죠?

“과거 정치에 몸담았던 정치인치고 정치자금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97년 정치자금을 투명하게 조성하고 사용하게 하기 위해 정치자금법을 개정한 것입니다. 따라서 과거의 모든 문제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으며, 과거의 일시적 과오를 이제는 용서하고 국민들의 자유로운 심판에 맡기는 것 또한 국민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당 공천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여론조사와 민심이 될 거라고 했습니다. 사실 ‘여론조사와 민심’이라는 건 지역주의 등이 엄연한 현실에서, 또 얼마든지 질의여부에 따라 향방이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공천심사과정에 여론조사가 그렇게 영향력을 미칠만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작금의 정당구조 상 공천심사 과정에서 민의를 수렴하는 객관적인 방법이 여론조사라고 생각합니다. 여론조사에서 높은 호응도를 보인다는 것은 곧 지역민들이 원하는 사람이 아닐까요? 개혁성·전문성·참신성을 갖추고 있는 사람이 호응도가 높을 것이고 곧 국민이 원하는 후보이기에 당선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새천년민주당이 ‘호남지역정당’으로서의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호남지역에서의 물갈이보다 그 외의 다른 지역에서 얼마나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인사가 공천되고, 당선되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이에 어느 정도의 노력을 했으며, 당선가능성은 어느 정도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우선 수도권을 볼 때 386세대라 할 수 있는 임종석, 이인영, 허인회, 우상호 등 젊고 개혁적인 인물들을 선정하였으며, 또한 이석형, 이종걸, 함승희 등 개혁적이며 전문성을 갖춘 법조인과 남궁석, 배선영과 같은 엘리트 관료, 전수신, 이승엽, 곽치영과 같은 경제전문가들을 포진시킴으로써 최상의 균형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역대 공천심사과정은 많은 문제점을 야기시켜왔습니다. 밀실공천, 돈공천 등. 이런 문제들 때문에 시민단체들을 비롯 정치학자들은 ‘상향식 공천제도’의 안착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상향식 공천제는 원칙적으로 찬성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정치문화 수준을 볼 때 대의원들을 통한 상향식 공천은 지구당위원장 또는 돈 가진 사람들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희 당은 여론조사를 통한 민의를 직접적으로 수렴하는 방식을 제1원칙으로 삼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헌법과 정당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민주적 공천과정을 대다수 정당들은 당헌·당규에서 왜곡, 총재 1인에게 공천권한을 집중시킨 것은 문제라고 보지 않으십니까?

“총재 1인에게 공천권이 집중되어 있다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권한은 당무위원회에서 선정한 9명의 공천심사위에 위임되어 있고,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선정된 분들을 총재에게 보고를 하였을 뿐이지 총재가 관여한 것이 아닙니다. 공직선거 후보공천은 당으로부터 위임받은 심사위원회에 있고 총재께는 보고 절차만 있었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립니다.”

시민단체들은 앞으로 공천탈락자 및 당원 등을 모아 공천무효확인소송, 공천무효가처분신청 등의 법률적 대응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실제 정당법 31조에 의하면 정당의 공직선거후보자 추천에는 지역당부 대의기관의 의사가 반영돼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거치지 않은 공천은 현행법 위반 아닙니까?

“그건 맞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나름대로 당헌과 당규 그리고 적절한 상식과 기준을 갖고 심사에 임했다고 확신합니다. 심사 시, 중앙당 조직국 당직자들이 권역별로 파견돼 당원들과 만나고, 지역여론 등의 별도 보고서를 참조해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지구당대회를 열려고 했으나, 현대 지구당의 당원 등을 고려할 때 매표행위 등이 우려돼 하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낙선운동을 허용”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검찰에서는 시민단체 낙선운동의 손발을 모두 묶어두려 합니다. 사실 이렇게 하는 것은 국민들의 정치개혁 열망을 한꺼번에 무너뜨린 것은 아닌가요?

“야당의 반대로 인해 시민단체들의 무제한적인 선거참여가 봉쇄된 것에 대해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그러나 이번 계기를 통해 정치권도 자정의 노력을 보이는 만큼 한번쯤 정치권에도 기회를 주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이룰 수는 없으며, 그러기에 개혁이 혁명보다 어려운 것이 아닌가 합니다.”

공천심사와는 관련없지만 4·13총선에 대해 몇가지 여쭙겠습니다. 자민련과의 관계는 어떻게 풀어가실 겁니까? 계속 공동정부로서의 관계를 유지하실 겁니까?

“개인적으로 자민련과의 공조는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지 자민련이 연합공천의 고리가 되는 1인2투표제를 반대했기에 연합공천이 어려워졌을 뿐입니다. 일단 이번 총선에는 양당이 각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추후 다시 공조를 모색하는 것이 불가피하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자민련과의 공조체제가 깨지고, 만일 4·13선거 결과가 절망적이라면 민주당은 소수정당으로서의 한계가 분명히 드러날 것이고, 실제 김대중정부의 개혁은 물건너가고, 레임덕현상에 빠지게 되지 않을까요?

“그 전망은 분명히 타당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4·13 총선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승리해야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정부가 추진하는 안정적인 개혁을 이루고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대북관계 개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신진인사로 공천된 이른바 386세대들이 일정한 개혁벨트를 형성해 왕성한 개혁정치를 펼 수 있는 장이 마련될 수 있다고 보십니까? 아니면 그들 역시 현실정치의 벽을 넘지 못하게 될까요?

“386세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가 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토양이 개혁적이어야 합니다. 과거 신한국당에 들어간 개혁세력들이 보수세력들 틈에 끼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무참히 무너져 가는 과정을 보았습니다. 그것이 현실정치의 벽이라면 벽이죠. 민주당은 개혁세력의 집결지요, 본산입니다. 토양이 좋아야 좋은 꽃과 열매를 맺을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2000/03/01 00:00 2000/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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