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카페 느티나무 금요일 저녁이 좋은 이유
2000/2000년 02월 :
2000/02/01 00:00
철학카페 '느티나무' 금요상설무대 - 나무아래
“금요일 저녁, 철학마당 느티나무(종로구 안국동 소재) 아래 사람들이 모여있다. 엄동설한(嚴冬雪寒). 나무 저편으로는 잔뜩 움츠린 사람들이 쓸쓸한 발걸음을 재촉하며 어디론가 가고 있지만 이곳 느티나무 아래 모인 사람들은 저마다 나무 둥치에 걸터앉아 한 주일 중 가장 편안한 마음이 되어 스스로 만들고 즐기는 금요상설무대에 출연자로, 관객으로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1월 14일 저녁 7시30분 국악동호회 ‘저사랑’의 공연을 시작으로 종로구 안국동 ‘철학마당 느티나무’에서는 「나무아래」라는 작은 무대가 시작됐다. 참여연대와 환경연합이 공동으로 마련하는 이 상설무대는 오는 12월까지 매주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열릴 예정으로, 공연 시작 전 이미 2월 공연까지 출연 팀이 확정되는 등 그동안 무대를 필요로 했던 많은 아마추어 연주자들과 시민이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시민이 만드는 새로운 ‘문화실험’의 무대 「나무아래」는 언뜻보면 이미 이런저런 이름으로 있어 온 카페공연 혹은 소극장 공연과 비슷하면서도 확연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먼저 「나무아래」 공연은 시민이 주인공인 무대이다. 우리 사회가 전문가를 강조하면서 비전문가인 아마추어가 설 자리는 줄어들거나, 아예 없어졌다. 그러나 이른바 프로들이 정교함과 세련됨을 갖추고 있다면 아마추어는 순수함과 열정으로 무대를 채울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문화를 이야기하면서 그 취약함의 원인으로 저변을 이야기하는데, 아마추어야말로 바로 그 저변을 이루는 사람들이다.
모두가 탄탄한 저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아마추어라 해도 껍데기만 아마추어가 있고 아마추얼리즘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래서 그런 사람들은 「나무아래」에 설 수 없다. 프로 같은 아마추어, 아마추어 같은 프로가 서는 자리가 바로 느티나무의 실험무대이다. 남들 하는 것을 하거나 제일 잘 하는 것을 하려고 하지 마라. 남들 안 하는 것을 하거나 보여주기 꺼리는 것을 하는 자리가 바로 금요상설무대인 것이다.
지난 14일 느티나무 상설무대의 첫 번째 공연인 ‘저사랑’공연은 부분적으로는 성공적이고 좋은 출발이나 전체적으로는 그렇지 못했다는 자평이다. 팀 섭외에 있어 공연 위주, 다시 말해 연주팀이 전반적으로 무대를 이끌어가는 것이 느티나무에서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과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획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할 듯싶다. 여기에 다양한 시각장치(비디오·조명·프로젝터)를 사용하는 것도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제 첫 공연을 마친 금요상설무대는 관객들에게 매주 금요일 느티나무에서 공연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금요일에 공연을 보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 생겨야 하고, 또 그 시간에 관객들이 공연을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야 할 것이다.
사실 준비 안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준비된 관객쯤이야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우리나라의 공연문화가 천박하다는 데에 있다. 우리의 공연문화가 천박한 이유는 경제적인 문제도, 문화적인 수준의 문제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람자가 얼마나 공손한 태도를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는 겸허히 듣는 자세, 긍정적으로 보는 자세로부터 시작된다. 사실 기획팀에서는 이번 상설무대를 다소 쉽게 생각했다. 그래서 그저 공연 하나 올린다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이제 생각해 보니 다시 자세를 가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무아래」 공연은 다양한 분야의 실험이 세련된 연출력으로 포장되고 아마추어리즘에 입각한 정열적인 연주팀이 결합한다면 여기저기 유명인들 모시는 데 급급한 요즘의 세태에 영향을 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해본다. 똑같은 사람이 같은 시간대 공중파를 장악한다거나 높은 개런티가 아니면 공연의 의미 따위는 상관없이 출연을 꺼리는 예술인들처럼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개개인의 능력이 출중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문화의 저변을 탄탄하게 만들어주지 못하는 사람들은 죽어도 느티나무의 「나무아래」에 설 수 없다.
‘돈 없는 사람들이 만드는 돈 안 드는 무대’.
그래서 출연팀에 대한 사례도, 다음 공연에 들어가는 비용도 십시일반(十匙一飯) 서로 도와가며 진행한다.
1월 14일 공연한 ‘저사랑’ 무대에서 얻은 수익금을 다음 공연팀인 노래모임 ‘참좋다’의 무대에 투자하고, ‘참좋다’ 공연에서 얻은 수익금은 다시 연세대 아카펠라그룹 ‘FM’의 무대에 투자할 예정이다. 관람료(?) 아니, ‘문화공연발전기금’인 ‘나무아래 쌈짓돈’은 테이블과 카운터에 마련된 저금통에 넣으면 된다. 또한 「나무아래」는 시민들이 준비한 연주공연과 함께 다양한 실험들을 준비하고 있다. 참여연대에서 준비하는 ‘아름다운재단’관련 기획행사인 ‘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만남(인터넷을 통해 매월 가장 만나고 싶은 아름다운 사람을 선정해서 공연 초대 예정)’과 느티나무 주방장과 노래모임이 함께 하는 ‘오선지와 콩나물이 만날 때(요리비법과 음식이야기 그리고 음악이 함께 하는 무대)’, 느티나무의 손님들과 함께 만드는 ‘열린 이야기방(플로어와 함께 하는 토론회)’ 등이 기획되고 있다.
시민이 만드는 시민의 무대. 돈 벌 생각 안 하고 여기저기 알릴 생각도 접는다. 다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나누고 함께 웃는,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 위해 슬쩍슬쩍 자랑은 할 요량이다. 매주 금요일 7시30분부터 8시까지, 느티나무에서는 상설무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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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 상설무대의 주인공 ‘저사랑’ 공연에 앞서 참여연대 사무실을 찾아 공연준비를 하는 저사랑 회장 조혜정씨와 정은진 회원을 만나보았다. 국악동우회라고 들었다. 저사랑이란 이름의 뜻은 무엇인가? 대금을 다른 말로 저대라고도 한다. ‘저’라는 단어가 옆으로 부는 악기를 통칭하는 말이기 때문에 저사랑이라고 지었다. 92년에 문화운동을 하는 ‘우리사랑’이라는 모임에 같이 있다가 대금만 하는 사람들만 따로 나와 ‘저사랑’을 꾸리게 되었다. 지금 회원은? 회비를 내는 회원은 25명이다. 우리는 전문적으로 대금을 배운 사람들이 아니라 대금이나 국악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강습을 받으며 배우고 있다. 연주회는 1년에 두 번 갖는다. 모임방이 신림동에 있기 때문에 강습을 해주시는 분들은 서울대 국악과 학생들이다. 학교 동아리 느낌이라고 생각하면 될 거다. 연주회는 관악청소년회관을 빌려서 한다. 참여연대와 환경연합에서 운영하는 느티나무 카페에서 하게 되어 무척 기쁘다. 회원들의 연령층은? 30대 직장인이 많다. 90년 중반까지는 인원이 굉장히 많았다. IMF 이후에는 수강인원이 뚝 떨어졌다. 작년까진 포스터를 붙여서 모집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보고 많이 찾아온다. 음악적 성향이라고 해야 할까? 같이 모이면 주로 어떤 곡들을 연주하는가? 회원들의 성향이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소위 80년대 운동권들에게 사랑받았던 노래를 편곡해서 연주한다든가, 아니면 전통적인 국악곡을 연습한다든가, 꼭집어 말할 수는 없다. 느티나무 상설무대의 첫 주자인데, 감회가 어떤가? 연주회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들떠 있다. 전문가 그룹이 아니라서 외부로 나와 공연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대중적으로 보급한다는 생각과 아마추어들의 공연을 활성화시킨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있다. 우리에게는 이번 공연이 활력소가 될 것이다. 동우회 가입을 하려면? 수강신청을 하고 3개월 동안은 준비기간이다. 그렇게 대금에 익숙해진 후 가입하면 된다. 강습은 초급·중급으로 나뉘고, 일주일에 두 번씩 받는다. 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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