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는 지금 조직개편 중
2000/2000년 02월 :
2000/02/01 00:00
회원 서비스 위해 시민속으로 '풍덩'
“새로운 운동을 위해서는 그릇도 달라져야 합니다.” 중앙·서울의 분리, 공동사무처장제 도입 등 93년 출범 이후 최대의 조직개편을 단행한 환경운동연합 황상규 공동사무처장의 말이다.
시민단체들이 크고 작은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새 천년을 맞고 있다. 회원·시민사업팀 대폭 강화와 신설로 나타나는 ‘시민 있는 시민운동’이 가장 큰 지향점. 성장일로인 지역운동을 아우르고 조직을 좀더 민주화하려는 움직임도 여전하다. 그런가 하면 사이버 공간에서의 운동, 옴부즈맨 제도 등 새로운 방식도 도입되고 있다.
시민단체 2000년 조직개편의 가장 큰 흐름은 역시 ‘시민 속으로’ 들어가려는 움직임이다. 대부분의 시민단체들이 시민·회원사업팀을 대폭 강화하거나 신설했다. 참여연대는 “2000년을 시민·회원들에게 적절한 역할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체계를 잡는 해로 삼겠다”며 기존 회원사업국을 시민사업국으로 확대, 개편했다. 상근 활동가 6명과 준상근 활동가 2명이 배치된 시민사업국은 회원확대사업·회원서비스·교육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펼칠 계획이다. 주부 상근자원 활동가 4명이 회원자료 관리와 소식지 발송 업무를 하던 기존 회원사업국과 비교할 때 사실상 없던 부서를 신설한 격이다. 김성희 사무국장은 “회원수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보한 회원들에게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각 시민단체 회원 확대 주력
한국여성민우회는 올해를 ‘회원확대의 해’로 선언하고 조직사업본부를 신설했다. 정광자 대표가 본부장을, 김포여성민우회 오한숙희 대표가 홍보위원장을 맡았다. 조직사업본부는 우선 ‘참여하는 여성이 아름답다(가칭)’는 모토를 내걸고 2000년 여성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민우회 모든 지부와 센터가 이 캠페인에 집중할 계획.
윤정숙 사무처장은 “여성민우회가 이처럼 대대적인 대중조직사업에 나선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여성들의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작은 것이라도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실련은 기존 조직국을 세분해 회원관련 프로그램 및 시민대상 캠페인을 전담할 시민사업팀을 신설할 계획이다. 시민사업팀은 회원이 직접 참여하는 감시단이나 정책단, 회원동호회를 적극적으로 조직하는 한편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도 진행하게 된다.
녹색연합도 조직국을 회원사업국과 홍보사업팀으로 확대·개편했다. 회원사업국과 홍보사업팀 총인원은 10명. 생태·에너지·생명안전 등 녹색연합이 주력할 사업부서 총인원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최승국 국장은 “사업부서에 대한 지원부서의 비율이 이처럼 높아진 경우는 처음”이라며 “시민·회원을 향한 활동의 중요성을 자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조직 내부의 효율성 제고와 민주적 운영을 위한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지난해 운영위원회에서 ‘실대표-처장제’를 결의했다. 이름만 거는 명예대표가 아니라 조직활동에 직접 참여하는 대표를 두고 사무총장직을 없애자는 것이다. 대표가 대외활동을 맡고 사무국은 사무처장이 관할하게 된다. 운영위원회 결의를 거쳤으나 내부 이견이 있어 최종확정은 2월 총회로 미뤄둔 상태다.
녹색연합은 또 운영위원회를 강화해 의결기구와 집행기구를 분리할 예정이다. 집행기구인 사무국이 의결기구까지 겸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을 지양해 진정한 회원조직체로 거듭나려는 취지다. 사무국 중심의 일방적인 조직운영은 외부비판의 대상이 돼왔다. 신속하고 효과적인 조직운영을 위해 팀제를 도입한 것도 올해의 변화다.
운동의 전문성 강화도 큰 관건. 환경운동연합은 이를 위해 사안별 전담간사제를 도입했다. 환경문제에 대한 사후·나열적인 대응을 지양하고, 운동의 지속성과 전문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우선 조사·정책부서에 전담제를 적용하고 전조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환경운동연합은 또 분야별 전문기구로 공익환경법률센터와 환경교육센터를 신설했다. 녹색연합이 8개 팀별 위원회를 두고 활성화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전문가들과의 유대를 강화하자는 것.
지역 조직과의 네트워크 강화
환경운동연합이 서울과 중앙을 분리하고 중앙에 공동사무처장제를 도입한 것은 지역조직과의 네트워크 견고화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중앙과 서울이 함께 있어 지역조직간 네트워크 구실을 해야 할 중앙이 제 구실을 하지 못하고 지역의 요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중앙에 공동사무처장제를 도입하면서 지역의 광역사무처장 중 1인이 중앙사무처장으로 상근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주언 인천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다. 환경연합은 이같은 조치가 전국 지역조직간 긴밀한 네트워크 구축과 조직의 통일성에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몇몇 단체에서 신설한 새로운 운동 전담부서도 관심을 끈다. 인터넷을 이용한 운동을 전담할 ‘사이버참여연대’가 대표적인 예. 사이버참여연대팀은 참여연대 홈페이지를 대폭 수정해 새로운 형태의 쌍방향 매체를 만들고, 이 공간을 통해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신설됐다. 이샛별 간사는 “인터넷 사용 인구가 비약적으로 늘면서 사이버 공간에서의 운동이 현실공간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판단해 전담팀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간사는 “사이버 공간에서 참여연대 재현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2년 안에 인터넷 방송국을 만들 예정”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환경운동연합은 외부 의견과 비판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옴부즈맨위원회’를 신설했다. 옴부즈맨위원회는 회원·일반시민뿐 아니라 다른 단체 대표까지 포함시킨 외부여론 수렴기구로 시민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이다. 김달수 홍보팀장은 “환경운동연합이 많은 시민의 주목을 받고 있어 공공기관의 성격을 띤다고 판단해 위원회를 설치했다”며 “단체가 펼치는 사업의 타당성과 조직운영 방식 등 제반 상황을 공개하고 의견을 들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직운영의 투명성과 자기비판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것.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오는 2월 창립할 ‘대안사회연구소’도 주목할 만하다. 21세기 여성운동의 장기적 전략과 운동방향을 마련하겠다는 포부다. 소장을 맡은 한양대 사회학과 심영희 교수를 중심으로 10여명의 교수들이 노동·가족·복지 등 분과별로 연구를 진행하고 대안을 마련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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