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가 낙선운동을 하겠다고 나서자 한국 사회가 후끈하니 달아올랐다. 정치권에선 발끈했지만 국민적 지지는 대단하다고…. 1월 19일과 20일 자정 사이, 종로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총선시민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참여연대 간사와 시민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연출이나 예정이 전혀 없던 이 만남에서 어떤 의견들이 나올까 조바심을 가지며 자리를 주선했다.

술 마시던 시민들 어쨌든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기자 (겨우 허락받은 자리라 많이 긴장된 목소리로) 총선시민연대에 있는 사람들은 밤잠도 마다하고 일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일을 하고 있는 중인데 제가 이렇게 급하게 불러내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궁금한 점이 있으면 물어보시고 시민단체 낙선운동에 대해 솔직하게 얘기를 나누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김규범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요즘 바쁘시겠습니다. 발표 언제하죠? 발표되면 명단을 꼭 한번 보고싶습니다.

조미순 맞아. 나도 그 명단 꼭 보고싶어요. 개인적으로 낙선되어야 할 사람이라고 찍어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있는지 궁금해요.

이강준 (참여연대 간사) 예. 24일입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4일 연기된 날짜입니다. 저는 일하다가 상황을 못 듣고 이렇게 갑자기 불려나와 정신이…(머리를 긁적인다)

시민들 (한바탕 웃음) 우리도 마찬가지예요.

조미순 (자리를 주선할 때부터 가장 호의적) 여론조사하면 낙선운동에 대해 시민들이 다 찬성하지 않아요?

김규범 (역시 경상도 억양으로) 그런데 이런 거도 있잖아. 시민단체란 곳이 뭔가 반대를 위한 반대만 하는 곳이다 라는 느낌…

(이때 기자 옆에 앉은 배려심 많은 시민이 술잔을 돌리는 바람에 이강준씨는 김규범씨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해 전혀 엉뚱한 얘기를 한다. 그래서 화제가 ‘지역감정’이란 주제로 흘러버린다)

조미순 (계속 흥분 상태) 개인적으론 어머니는 경상도고 아버지는 전라도예요. 지역감정은 정치인들이나 지역연고주의로 선거에서 이기려고 ‘이 지역 사람입네’하는 거지, 사람들은 그런 거에 영향을 안 받는 것 같아요. 안 그래요?

이강준 일을 하다 보면 경상도 분들이 전화를 해서는 김대중 대통령 사주를 받았느니, 뭐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해요.

조미순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 틈을 안 주며) 아, 그런 일도 있을 수 있겠군요. 참여연대가 서울에 위치하고 있어서 지역적인 상황은 잘 모르겠지만 지역에서 혜택을 받고 사는 사람들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달라질 수 있다고 봐요.

이강준 지금 5백여 개의 단체가 전국적으로 총선시민연대 활동을 같이 하는데, 막상 해보니 지역에서는 그 국회의원에 대해 좋지 못한 감정이 있어요. 그런데 저희 쪽에서 의정활동을 조사해보니 그렇게 나쁜 점수를 줄 의원이 아니에요. 이런 차이가 존재하더라구요. 이 문제는 객관적인 관점에서 통합적으로 잘 해결해야겠죠. 최대한 객관적으로 하려고 하지만 국민들에게 어떻게 전해질지, 어떻게 받아들일지 많이 긴장도 됩니다.

조미순 (처음부터 계속 이모씨를 운운했음) 개인적으로 이모씨는 다시는 선거에 출마 안 했으면 좋겠어요. 이제는 언론에 비치는 것도 너무 역겨워요. (모든 사람들이 너무 집중해서 듣는다) 왜 나만 쳐다보죠? 내가 혼자 너무 열심히 떠들지?

모두 (더욱더 강렬한 시선을 보내며) 그 이모씨가 누군가요?

강미선 (술잔 한번 꺾고) 언론에 비친 그 사람의 모습을 가지고 어떻게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알 수 있어요? 전 개인적으로 언론도 믿을 수 없다고 봐요.

한승희 (오랜만에 한 마디) 지금 언론도 거르는 작업이 없으니까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언론도 믿을 수 없다고 봐요. (그는 기자 옆에서 애인과 동석하고 있었다. 낙선운동엔 관심없고 한 번씩 녹음기에다 대고 “우리 결혼해요”등의 말을 하며 주위를 교란시켰다.)

(또 어쩌다 얘기가 국회의원들의 고스톱 파동으로 튀었다. 그 당시 언론 보도에서는 고스톱 친 의원명단이 ‘경기도 북부의 ㅁ의원’ 뭐 이런 식으로 보도된 게 웃겼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니 언론도 검찰도 정치인도 한통속이다, 이런저런 얘기가 쏟아졌다)

이강준 경실련 명단 발표에서도 보듯이 현실적으로 한나라당의 의원들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정권교체된 지 2년밖에 안됐잖아요. 그동안의 부정부패나 비리사건에 한나라당이 많이 연루될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이걸 두고 야당 죽이기라느니, 여당의 사주를 받았느니 하는 것은 말이 안되죠.

강미선 (같이 울분을 터트린다) 그 전에 그렇게 해먹을 만큼 해먹었잖아요.

이강준 (사람들이 맞장구 치니 신이 나서) 그러면 시민단체에서 50대 50으로 여당과 야당 의원 숫자를 맞추어서 발표할 순 없잖습니까?

김규범 아이고, 그건 말도 안되죠.

강미선 저도 지난 대선 때 선거를 하러 동사무소에 가는데 아버지가 전화해서 누구 찍어라, 그러시는 거야. 어른들은 정권교체가 일어나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아요. 기성세대가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한국 사회가 변하긴 정말 어려울 것 같아요.

조미순 (갑자기 목소리 톤을 낮추며) 어느 사회든지 비리가 있긴 마찬가지예요. 작은 사회, 회사에서도 마찬가지죠. 야근시간에 땡땡이를 칠 수도 있고. (갑자기 웃음과 야유가 쏟아진다. “땡땡이 쳤구만”, “아따구리”, 웃음이 터져나온다) 비리는 어디든지 있을 수 있지만 예쁘게 봐줄 수 있는 정도여야지.

이강준 이제는 사회개혁 과제들을 국회의원들이 알아서 할 때까지 내버려둘 땐 지났다는 생각이 들어요.

강미선 사람들의 정치 무관심이 너무 심해요. 저번에 보궐선거 때 여행가고. 그런데 그런 사람들도 진짜 무관심한 건 아니에요. 매번 해도 안 바뀌니까. 사조직을 누가 많이 가지고 있고, 지역구를 어떻게 가르느냐로 당락이 결정되니까….

조미선 그런데 이번에 한꺼번에 다 바꾸려고 해서는 안될 것 같애. 4월 총선이 끝이 아니잖아요. 다음 선거를 바라보며 차근차근 해야 될 것 같아요.

이강준 말씀하신 대로 다는 못 바꾸더라도 이제는 우리의 권리를 찾자, 그리고 이때 선거에 대한 분위기를 바꿔 희망의 계기로 만들자, 이거라고 생각해요.

강미선 근데 그 뿌리가 너무 깊어요. 언젠가는 바뀔 거라 생각하지만 그 뿌리가….

김규범 이제 바꾸려고 하는 시작단계이니까 박수쳐야죠.

조미순 시민단체가 정치권을 견제, 감시하면서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런 낙선운동은 정말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 같애요.

이강준 저도 동네에서 선거할 때 공약집을 보지만 후보들간에 차별성이 없어요. 신문을 검색해도 후보에 대한 정보가 없는 거예요.

모두 (입을 모아) 맞아. 그건 굉장히 중요한 말이야.

이강준 유권자들이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되는 의정활동, 재산등록, 부패전력 등의 정보를 저희 홈페이지에 올릴 겁니다.

조미순 솔직히 직장생활하면 유세장에 못 가요. 그런 자료를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다면 젊은 층들이 선거에 더욱 관심을 보일 것 같아요.
윤정은(참여사회 기자)
2000/02/01 00:00 2000/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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