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연합 자원활동가 장주영
2000/2000년 02월 :
2000/02/01 00:00
카메라 들고 전국 누비는 환경 지킴이
녹색연합엔 조직도에도 나타나 있지 않고 책상 하나도 제대로 없지만 팀원이 무려 40여 명이나 되고 팀만의 정관도 갖고 있는 막강파워의 팀이 하나 있다. 평소에는 모습을 보이지 않다가 캠페인 현장이나 간사들이 출장 가는 날 은색의 카메라 가방을 메고 사무실에 홀연히 나타나는 사람들. 그 속에 장주영씨도 있다.
자원활동가들로만 구성되어 20대 초반의 대학생에서 50대 중반의 중년까지 다양한 연령에다 단편영화 감독, 방송아카데미 졸업생, 비디오 프리랜서, 사진관 사장 등 다양한 직업을 갖고 있는 이들을 하나로 묶어주는 것은 바로 훼손되어가는 환경파괴 현장과 녹색연합의 환경운동을 영상에 담는 것. 이 팀의 정관엔 이렇게 나타나 있다. ‘… 각 현장에서 벌어지는 환경관련 기록들을 영상매체를 통해 널리 알림으로써 환경운동에 이바지함과 자연·환경 다큐멘터리의 제작을 위해 함께 연구하고 실천함을….’
이들의 활약은 벌써 언론을 통해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되었던 지리산 수달의 수난, 강원도 일대의 밀렵현장, 삼림훼손 실태 등이 바로 이들이 촬영한 것들이다.
이 팀의 팀장이 바로 장주영씨. 물론 그 역시 자원활동가이다. 40여 명의 팀원들에게 일일이 연락하고 촬영 스케줄을 짜고 시간과 장소를 고려하지 않고 촬영을 부탁하는 녹색연합 간사들의 요구에 지칠 법도 한데 촬영 현장을 따라 온갖 산과 들을 누비고 다니는 주영씨는 이미 상근 활동가들도 해내기 어려운 일들을 몸으로 보여주고 있다.
“저도 처음엔 이렇게 팀까지 만들어질 줄은 몰랐어요. 녹색연합 생태팀에서 저희 과 교수님에게 자연 다큐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했고 교수님이 몇몇 애들에게 얘기를 했죠. 전 자연에 관심이 있고 그걸 영상으로 담고 싶다는 생각을 쭉 해 왔기 때문에 별 생각없이 자원활동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팀까지 만들어졌네요.
그냥 자원활동가로 제 몸 하나 추스리지도 못하던 때였는데 같이 자원활동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이젠 막중한 책임감을 느껴요.”
환경파괴 실태 촬영해 언론보도
생태계 보존 운동에 주력하고 있는 녹색연합의 활동은 주로 자연현장에서 진행된다. 그래서 1년의 대부분을 산과 들에서 보내는 각 팀들은 훼손된 자연현장에서부터 아름다운 동·식물의 모습까지 다양한 모습을 만나게 된다.
사진으로만 담기에는 아깝고 현장감 있는 모습들을 비디오 카메라에 담아 방송에 내보내고 자연 다큐까지 만들어야 한다는 제안이 줄곧 있어왔지만 재정과 인력 문제로 인해 번번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자원활동가 모집광고를 보고 영상과 환경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사람들의 신청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이 모여 아예 자원활동가들로만 구성된 팀을 만들었고 주영씨는 1대 팀장이 되었다.
“학생들은 언제든지 움직일 수 있는 열정은 있는데 장비가 부족하다 보니 녹색연합이 갖고 있는 비디오 카메라 하나로 돌려가면서 찍고, 장비가 있는 어른들은 시간이 잘 안 나고. 그래도 현장으로 촬영을 나갈 때면 인원 조율을 해야 할 만큼 다들 같이 나가고 싶어해요. 매달 있는 정기모임에도 20여 명은 꼬박꼬박 모이고.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요. 워낙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영상팀이라 영상 기술 교육부터 환경교육, 그리고 현장 체험까지의 구체적인 교육과정도 필요하구요. 아, 정식으로 발대식도 할 거예요. 그리고 순간 순간의 현장 촬영이 아니라 구체적인 기획안을 갖고 다큐멘터리 제작도 할 건데요, 지금 몇 분이 기획안을 내서 검토하고 있는 건 은평구 일대처럼 그린벨트 지역이었다가 해제된 지역의 변화 모습을 정기적으로 촬영하는 거예요. 몇 년이 흐른 뒤에는 그 자체로 훌륭한 자료가 될 것 같아요.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그리고 장기적으론 녹색연합 안의 자원활동가 모임이면서도 더 넓게 다른 시민단체들을 지원하는 역할까지도 할 수 있었으면 해요.”
밀렵 현장 쫓아 강원도 일대 누벼
대부분 시민단체 자원활동가들이 단체 간사들의 일을 보조하는 정도에 머물러 간사들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자원활동가들 스스로 만족을 얻고 자신들의 사업까지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러나 녹색연합 영상팀은 시작부터 간사들의 개입없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정관이나 활동방향, 계획 등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재정부담 역시 회비를 모아서 충당하고 있다.
대학생 자원활동가로 시작해 영상팀장까지 되어버린 주영씨. 전엔 알지 못했던 것들을 이 활동을 통해 배워가고 있다.
“전엔 그냥 환경문제 하면 언론에 많이 등장한 동강이나 주변에서 경험하는 쓰레기 문제 정도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막상 녹색연합에서 활동을 하고 나선 굉장히 세부적이고 또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리고 다른 단체도 그렇겠지만 녹색연합은 정말 열악해요. 제가 처음 왔을 땐 TV도 없고, 그러니 촬영을 해도 볼 수가 없었어요. 생각도 많이 변하고 있어요. 지리학과니까 답사를 많이 다녔어요. 근데 그 때는 잘 가꾸어진 곳을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는 정도였고 자연을 보는 시각도 지금이랑 좀 달랐어요.학교에서 경제지리라는 걸 배우는데 자연을 바라볼 땐 자연보존보다는 경제적인 논리로 바라보죠. 산이 있고 강이 있으면 집은 어디쯤에, 공장은 어디쯤에 있으면 좋겠다, 만약 산이 석회석 지대다 그러면 여긴 시멘트 공장이 들어설 최상의 입지다 라는 식으로. 근데 이젠 생각이 바뀌었어요. 석회광산이 들어서서 망가진 산을 보면 그렇게 처참하고 가슴이 아플 수 없어요. 특히 석회광산으로 허리가 잘려나간 동해의 자병산 일대를 눈으로 보고 나선 이제 함부로 그렇게 생각하지 못하죠.”
최근엔 초겨울부터 부쩍 기승을 부리는 밀렵 현장을 쫓아서 강원도 오대산 일대를 다녀왔다. 덫에 걸려 다리가 잘려나간 채 죽은 너구리, 공중에서 동물을 낚아채는 교묘한 모양의 올무, 나무를 파고들어가 나무까지 해치고 있는 와이어 선으로 된 올무 등. 밀렵 현장에서 본 모습들을 카메라에 담으면서 그의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고 한다.
녹색연합 간사들보다 더 바쁘게 움직이는 그는 올 2월에 대학을 졸업한다. 대학 졸업생들이 취업준비에 바쁜 시기에 자원활동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그가 갖고 있는 꿈은 뭘까?
“개인적으론 공부를 더 했으면 하구요, 꼭 출품하지는 않더라도 자연을 영상에 담아 기록물로 남기는 작업을 계속 할 거예요. 전 한 곳에 붙어 있는 성격이 아니라서 여행도 다니고 싶어요, 해외여행요. 여행을 다니면서 만나는 모습도 영상에 담고 싶구요. 더 큰 꿈이 있는데, 아, 그건 말 못해요.”
더 큰 꿈? 비록 말하진 않았지만 그의 마음이 가 닿을 곳은 짐작할 수 있을 듯하다. 파괴된 자연현장부터 살아 숨쉬는 생명력으로 가득 찬 자연, 그리고 사람들. 그 안에서 그는 카메라를 들고 서 있을 듯하다. 어쩌면 우리는 몇 년 뒤에 감동적인 다큐멘터리 한 편에서 그의 이름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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