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국동의 낮 신림동의 밤
2000/2000년 02월 :
2000/02/01 00:00
시끄러웠다. 저녁 회의때만 찾던 참여연대가 아니었다. 전화 벨소리, 사람 목소리, 그리고 가능한 모든 소리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처음에는 조용한 나만의 공간이 있는 서초동 시절을 그리워했다. 그러나 이제는 주위에서 무엇이라고 떠들든지, 누가 오든지간에 모니터에만 시선을 둔다. 익숙해진 것이다. 96년도에 참여연대와 작은 인연을 맺은 후 올해부터는 아침부터 안국동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갈수록 참여연대라는 늪에 서서히 빠지고 있다. 심지어 저녁까지 2층에서 먹을 때 기겁을 하는 것도.
아름다운 ‘늪’에 빠지다
참여연대라는 늪으로부터 빠져 나오라는 유혹이 있다. ‘전세값 급등’이라는 짧은 글자로 IMF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신문기사, 상황 파악도 못한 채 변호사의 신분을 강조하는 애매한 지인들, 남들이 발견 못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여행이야말로 삶의 동력제라고 즐거워하던 과거의 기억들, 참여연대에 찾아오신 분들이 과연 따뜻한 이웃들인가에 대한 의문들, 자식의 행동을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들, 괜찮은 곳이라고 소개하는 법률구조공단 동기 변호사의 경험담, 전문지식이 부족하면 권위가 떨어지는 법조계의 풍토, 풍부한 법률 지식을 경청할 때 느끼는 경외감, 소송 도중에 느끼는 최고의 법률가에 대한 욕구들, 기타 등등.
내가 어디까지 빠졌는지, 그리고 언제 이 늪에서 나올지 아직 모르겠다. 내 품성과 그다지 맞지 않는 시민단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삶의 우연성에 감탄하게 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나에게 펼쳐질지 무척 긴장된다. 안국동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간혹 사회단체를 봉사단체로 알고 좋은 일한다는 말을 주위로부터 듣는다. 그러나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서민들,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서민들 각자가 모두 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시민단체를 봉사단체보다는 사회 구조적으로 필요한 조직이라고 인식이 바뀌어야 또 다른 도약이 있을 것이다. 삶의 고민들, 그 고민들을 안고 참여연대라는 늪에 빠진 채 오늘도 북적대는 안국동의 낮을 보냈다.
희망의 얼굴을 한 아이
신림동의 밤은 나에게 황홀하다. 현관에서부터 마주치는 딸아이의 눈은 짜릿하다. 5개월된 딸아이의 까르르 소리만 들을 때면, 아빠의 배를 받침 삼아 어떻게든 서 볼려고 입을 다문 아이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씩 가슴이 벅차다. 새로운 희망인 우리 아이,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가정을 내맡겨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따라주는 사랑스러운 아내를 바라보면 나의 존재를 잊게 된다. 결혼 전에는 가정이 나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정이야말로 나를 또 다른 인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안국동의 낮과 신림동의 밤, 그 사이에서 나는 삶을 바라보고 있다. 후회없이.
아름다운 ‘늪’에 빠지다
참여연대라는 늪으로부터 빠져 나오라는 유혹이 있다. ‘전세값 급등’이라는 짧은 글자로 IMF 시절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신문기사, 상황 파악도 못한 채 변호사의 신분을 강조하는 애매한 지인들, 남들이 발견 못한 곳을 찾아다니면서 여행이야말로 삶의 동력제라고 즐거워하던 과거의 기억들, 참여연대에 찾아오신 분들이 과연 따뜻한 이웃들인가에 대한 의문들, 자식의 행동을 아직까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님들, 괜찮은 곳이라고 소개하는 법률구조공단 동기 변호사의 경험담, 전문지식이 부족하면 권위가 떨어지는 법조계의 풍토, 풍부한 법률 지식을 경청할 때 느끼는 경외감, 소송 도중에 느끼는 최고의 법률가에 대한 욕구들, 기타 등등.
내가 어디까지 빠졌는지, 그리고 언제 이 늪에서 나올지 아직 모르겠다. 내 품성과 그다지 맞지 않는 시민단체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삶의 우연성에 감탄하게 되고, 앞으로 어떤 일이 나에게 펼쳐질지 무척 긴장된다. 안국동으로 자리를 옮겼을 때 간혹 사회단체를 봉사단체로 알고 좋은 일한다는 말을 주위로부터 듣는다. 그러나 묵묵히 일하는 수많은 서민들, 자기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서민들 각자가 모두 이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다. 시민단체를 봉사단체보다는 사회 구조적으로 필요한 조직이라고 인식이 바뀌어야 또 다른 도약이 있을 것이다. 삶의 고민들, 그 고민들을 안고 참여연대라는 늪에 빠진 채 오늘도 북적대는 안국동의 낮을 보냈다.
희망의 얼굴을 한 아이
신림동의 밤은 나에게 황홀하다. 현관에서부터 마주치는 딸아이의 눈은 짜릿하다. 5개월된 딸아이의 까르르 소리만 들을 때면, 아빠의 배를 받침 삼아 어떻게든 서 볼려고 입을 다문 아이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씩 가슴이 벅차다. 새로운 희망인 우리 아이, 그리고 불확실한 미래에 가정을 내맡겨도 아무 말 하지 않고 따라주는 사랑스러운 아내를 바라보면 나의 존재를 잊게 된다. 결혼 전에는 가정이 나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가정이야말로 나를 또 다른 인간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안국동의 낮과 신림동의 밤, 그 사이에서 나는 삶을 바라보고 있다. 후회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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