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인사들의 생각
이번 8.15평양민족통일대축전에는 보수진영부터 급진적 통일운동가들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사들이 참가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 그다지 달갑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던 남측의 보수진영이 직접 평양에 가서 본 북한은 어떤 모습일까. 직접 만나 들어봤다.

노재봉 대외경제연구원 경영본부장은 “인적·물적 교류를 하면서 북한의 경직된 사회가 완화될 것 같다”며 “이런 완화의 노력은 그들 체제의 정치적 안정성을 깨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경제협력을 통해 서로 잘 살게 되면 그만큼 통일비용도 줄어들 것이라는 것.

민화협 소속 온건·보수 인사들은 대부분 한국전쟁을 겪은 세대이다. 반공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있을 법하지만 직접 평양땅을 밟게 되면서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것으로 보였다. 김종헌 예총(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분단 50년 동안 북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믿지 않았지만 직접 말을 건네보고 대화를 해보니 생각과는 달리 북측 사람들은 가식이나 인사치레가 없고 솔직했다”고 말했다.

세 차례나 방북 경험이 있는 나강석 바르게살기운동중앙협의회 사무총장도 “1999년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지금은 북 사람들 태도가 적극적이다.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먼저 물어보고 사진촬영도 자유로웠다”고 전했다. 지난 1985년부터 북한과의 체육교류를 해왔던 마의웅 남북체육교류위원회 부위원장은 “17년 만에 북의 능동적인 표정이 읽혀진다”면서 “태권도 시범사업 등을 시작으로 체육분야는 물론, 민간이 할 수 있는 문화·경제 교류가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들은 북한 곳곳의 동상, 선전물에 대한 비판과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등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노재봉 경영본부장은 “돌아와서 BBC방송을 봤더니 대표단이 떠나자마자 북의 아파트에 불이 꺼졌다고 나왔다”며 “그들의 보여주기식 생활이 여전한 것은 아닌가 생각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나강석 사무총장은 백두산 삼지연 근처에 있는 30여 미터 동상에 대해 “평양시내의 동상이나 선전물은 그나마 북의 통치라는 차원에서 이해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곳까지 그런 것을 설치할 줄은 몰랐다”며 매우 아쉬워했다. 50년 동안 받아온 반공교육에 길든 남측 사람들이 일주일 간의 평양 체류로 냉전적 사고를 바꾸기란 쉽지 않을 것. 그렇지만 이번 기회로 상대방을 타자가 아닌 함께 더불어 살아야 할 동등한 존재로 인식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는 말처럼 직접 북에 가니 사람들의 생각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다. 많은 교류를 통해 직접 확인하고 서로가 대화를 나누는 과정에서 성큼성큼 통일의 길로 나아가게 되는 게 아닐까 생각된다. “민간교류는 지속돼야 한다!” 그들이 던진 공통된 이야기였다.

최경석(참여사회 기자)
2001/10/01 00:00 2001/10/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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