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의 도시근로자 소득통계표를 보면 갈수록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짐을 느낀다. 도시근로자 소득 상위 20%와 하위 20% 사이에는 5배가 넘는 격차, 상위 10%와 하위 10% 사이에는 자그마치 9배가 넘는 격차가 발생하였다. 노동자들 간에 이렇게 심한 차이가 생겼다는 말이다. 또 도시근로자 가구의 60%가 구제금융사태 이전보다 실질소득이 감소했으며, 특히 97년 말의 ‘IMF 경제위기’ 이전보다 근로소득자 내부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를 괴롭게 한다.

왜냐하면 그간의 구조조정이라는 것이 결국 ‘20대 80 사회’를 더 고착화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요즘에는 ‘10대 90 사회’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이다. 즉 10%의 사람들만이 안정된 직장과 소득을 누리며 사회적 부의 90%를 소유하는 반면, 90%의 사람들은 실업이나 불안정한 삶의 변두리에서 나머지 10%의 부를 놓고 다퉈야 하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 통계표는 ‘도시’근로자, 그것도 2인 이상 도시 근로자 가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전체 노동자들의 실상이나 소득불평등의 정도를 정확하게 알려주고 있지는 못하다. 도시근로자가 아닌 농촌이나 도시빈민, 그리고 건설업 등의 불안정 취업층, 홀로 사는 노동자나 무직 가구 등에 대한 자료는 빠져 있는 것이다. 그 동안 급속히 진행된 노동유연화 과정에서 실업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크게 늘었다.

이미 비정규직은 사실상 전체 노동자의 60%를 넘었다. 이들의 임금은 평균적으로 정규직의 절반이다. 게다가 여성 비정규직 근로자는 같은 비정규직 남성들의 절반이나 2/3 정도를 받는다.

부의 자기증식, 카지노 자본주의 세상

전체적으로 보아 국민총소득 중 임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노동소득 분배율은 97년의 62.8%에서 98년 61.6%, 99년 59.7%, 2000년 58.6%로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피땀 흘려 부를 만들어내는 노동자의 몫은 작아지는 반면, 자본과 권력의 힘은 나날이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농어민들은 어떠한가?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농가의 실질소득은 97년에 비해 11.5%나 줄어들었고 어가의 경우는 16.3% 줄었다. 혼신의 힘을 다해 농사를 짓고 고기를 잡아보아야 빚만 늘어난다. 농가의 빚은 99년 1300만 원에서 2000년엔 2020만 원으로 55% 늘었으며, 어가는 99년 1190만 원에서 2000년 1360만 원으로 14.5% 늘었다. 빚과 함께 한숨만 늘어가는 것이 이 땅의 민중이 처한 현실이다.

한편, 한국의 10대 재벌 그룹(포철 제외)의 회장들이 보유한 주식만도 1조7000억 원이 넘는다는 증권거래소의 보고가 같은 날 나온 것은 대단히 흥미롭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들의 보유주식 평가액이 1년 사이에 90% 이상 올랐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삼성 이건희 회장의 경우, 삼성전자 주가 상승 등에 힘입어 보유주식 평가액이 1년 전에 비해 3961억 원이 불어난 8965억 원(2001년 12월 7일 현재)으로 전국 1위 자리를 지켰다. 도대체 8900억 원이란 얼마나 되는 돈인가? 한 달에 1000만 원 버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보통 사람은 죽었다 깨어나도 1000만 원 벌기가 어렵다. 작년 의사 파업 때 의사들이 ‘고백한’ 자료에 의하면 의사들이 한 달에 1000만 원 정도의 수입을 올린다고 했다).

이 사람이 1년 모으면 대강 1억 원이 된다. 8900억이란 한 달에 1000만 원 버는 의사가 1년에 1억씩, 8900년을 모아야 만들 수 있는 돈인 것이다. 따라서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엄청난 부가 극소수에게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부가 급속도로 자기증식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년 만에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것이 상상이나 되는가? 우리 사회에서 돈 잘 버는 축에 드는 의사가 약 9000년 동안 모을 돈을 단 1년에 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카지노) 자본주의의 추악한 마술이 아닌가?

국민의 피와 땀과 눈물의 결실인 세금이나 공적자금이 올바로 쓰이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97년 말 이후 2001년 9월 말까지 공적자금은 세 차례에 걸쳐 157조8000억 원이 조성되었으며 이 중 140조 원 정도가 사용됐다. (단군 할아버지가 1년에 1억씩 저축해 5000년 동안 5000억 원을 모은다면 그런 ‘불가능한 단군 할아버지’가 280명이나 있어야 만들 수 있는 돈이다.)

그런데 감사원이 11월 29일에 발표한 바에 따르면 부실금융기관의 예금주들에게 대신 물어준 대금 중에서만도 30조 원 정도가 회수 불가능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부실기업 경영주 등 채무관계자와 금융기관 부실책임 임직원 등 5000여 명이 총 6조6000억 원 이상의 재산을 빼돌린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공적자금 7915억 원을 지원받은 ㅁ종금의 전(前) 전무이사 오모 씨는 종금사가 영업정지되기 직전 4억5000만 원 정도 나가는 건물을 부인에게 증여했다.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ㅊ은행 등 12개 부실금융기관은 임직원에게 5200억 원을 무이자 또는 1%의 저리로 대출했고, ㄴ은행 등 10개 기관은 2000년 임원 보수를 98년에 비해 82% 이상 인상하는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구노력보다 국민의 세금으로 자기네 주머니 채우기에 골몰한 것으로 드러났다(『노동일보』 2001년 11월 30일).

그런가 하면 한국개발연구원은 12월 11일 소득불균등 지표의 하나인 지니계수(GINI :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수치)가 외환위기 이전 0.28 수준에서 0.32 수준으로 악화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고소득 직종인 변호사가 1년에 세금을 100만 원밖에 내지 않는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가진 사람들은 소득을 실제보다 줄여 보고하는 경향이 많은 반면, 소득 조사 대상에서 빠진 더 가난한 계층도 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실제 빈부 격차는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통계 수치보다 더 심각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동시간 단축·일자리 나누기 등 사회적 연대 시급

이렇게 빈부 격차가 심해지고 ‘20대 80의 사회’, ‘10대 90의 사회’가 다가오는 것이 현실이라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더 인간적인 얼굴을 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하루라도 빨리 다음과 같은 구조 개혁에 나서야 한다.

첫째, 노동시간 단축을 통해 노동자의 육체적·정신적 건강을 지키고 일자리 나누기를 장려하여 취업자와 (예비)실업자 사이에 사회적 연대가 이루어지도록 한다.

둘째, 주거비, 육아 및 교육비, 의료비 부담을 개인이 아니라 사회가 책임지도록 한다. 이 세 가지 삶의 기본 비용만이라도 공동체적으로 해결하면 노동시간 단축으로 명목 임금이 줄더라도 실질 임금은 높아질 수 있다.

셋째, 이를 위한 재정 부담은 정부 예산의 20%가 넘는 국방비 절감, 소득세 누진제의 강화와 세금 탈루 방지, 부정부패 및 비자금 근절, 꼭 필요치 않은 재정 지출의 절약과 생산적 전환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넷째, 진정으로 우리 사회경제가 인간적으로 재편되려면 이와 더불어, 군수산업, 공해산업, 향락퇴폐산업, 과잉중복투자 산업, 비인간적 근로조건을 바탕으로 유지되는 산업, 반생명적 행위를 전제로 존속하는 산업 등을 과감히 정리해 사회경제의 건강을 회복해야 한다.

강수돌
2002/01/01 00:00 200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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