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하다 들통나니 실수였다고?


대전 서구청이 규정을 어기면서 허가가 불가능한 지역에 유흥주점 영업허가를 내준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서구청은 2000년 9월 박모씨가 신청한 월평동의 D유흥주점 영업을 승인한 데 이어 2001년 1월 박모씨가 신청한 같은 동의 유흥주점을 용도 승인했다. 그러나 이 두 업소가 들어선 월평동은 97년 8월 대전광역시 고시 제135호에 의해 유흥주점 영업허가를 승인해 주어서는 안 되는 구역이다.

시민들은 구청이 규정을 어기면서까지 유흥주점 설치허가를 내준 배경에 대해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문제가 불거지자 서구청이 언론을 통해 밝힌 첫 해명은 이러했다. “97년 공표된 개정고시 안에 허가외 지역에 대한 제한규정이 있으나 장소 이전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어 허가를 내주게 됐다. 이후로는 허가를 금하고 있다.” 영업장소 이전에 대한 제한규정이 없어 허가했다는 것인데 이는 옹색하기 짝이 없는 변명이다. 이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면 ‘19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술을 팔아서는 안 된다’고 명시돼 있음에도 ‘19세 미만이지만 관련 법규에 어느 동에 사는 누구를 대상으로 술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게 규정돼 있지 않아 술을 팔지 않을 수 없었다’는 논리와 다름없기 때문이다.

서구청이 내놓은 그 다음 해명은 “식품위생법상 신규허가만을 제한하고 있는 것으로 법리해석을 잘못해 생긴 실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해명에 대해 다른 구청 관계자들마저 고개를 가로젓는다. 법이 바뀐 지가 오래고, 그동안 민원인들의 문의가 수없이 있었던 터라 해석을 잘못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서구청 안에서 이 문제가 지적된 것은 지난해 11월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이미 ‘잘못된 행정처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구청측은 ‘쉬쉬’ 하며 사안을 덮으려고만 해왔다. 서구청은 시민단체가 조사활동에 나서고 언론을 통해 이 문제가 공론화된 이후에야 뒤늦게 두 업소에 대해 영업 허가취소 처분(2002년 1월)을 내렸다. 서구청은 또 시민단체에서 좀더 자세한 자료를 요구하자 “사실은 또 한 곳이 있다”며 변동에서 둔산동으로 옮긴 K유흥주점의 영업 허가건을 실토했다. 서구청은 이처럼 잘못을 바로잡으려는 노력보다 감추기와 늑장 대응으로 일관해 유흥주점의 편법허가가 실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의도적인 특혜가 아니냐는 의혹마저 자초하고 있다.

문제가 커지자 대전시는 지난 1월 허가외 지역에 3곳의 유흥주점을 허가해준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를 시작했다. 이어 지난 2월 중간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담당과장을 비롯해 3명의 공무원을 중징계하도록 서구청에 지시했다. 대전시는 ‘유흥주점 영업허가 불허 고시 지역에 영업허가를 내준 것은 업무상 중대한 과실’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에서는 “단순히 법리해석을 잘못해서 생긴 과실로 보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너무 많다”며 보다 엄중한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대전시가 과연 시민들이 품고 있는 의문을 말끔히 풀어줄 수 있는 감사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심규상 본지 지역통신원
2002/03/01 00:00 2002/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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