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안 다녀도 행복할 수 있다
2002/2002년 03월 :
2002/03/01 00:00
학교 안 다녀도 행복할 수 있다
“대단한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학교를 나온 건 아니다. 나를 찾고 싶다. 학교에서는 내가 없었다. 그렇다고 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찾은 것은 없다. 여전히 나는 과정 속에 있다. 나를 찾기 위한 이 일기가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작은 공감대를 이루었으면 좋겠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깨고 학교에서 벗어난 후 여러 가지 고민에 빠졌다.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것들에 대해 배우고 찾고 싶었다. 자신 있게 살 것이라고 당당히 말했지만 불안한 마음은 하루 이틀 시간이 지나면서 커져만 가고, 어린 나이이기에 내 생활 패턴을 조절하기가 힘에 겨웠다.
어쨌든 부모님의 마음이 놓이게 하기 위해선 다른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은 도서관에 있어야 했다. 학교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도서관에서의 생활은 썩 나쁘진 않았다. 책들도 많았고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하지만 도서관을 다니는 것이 쉬운 일만은 아니었다. 학교를 다닐 때는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지만 집에 있으려니 늦잠을 자기 일쑤였고, 버스를 타고 20분, 또 걸어서 10분 걸리는 도서관을 가는 일은 내겐 조금 귀찮게 느껴졌다. 내가 진정 원하던 것이 이런 게으른 생활이었나 하는…. 부모님의 성화도 만만치 않았다. 이렇게 살고 싶어서 학교를 그만두겠다고 했냐는 말은 내겐 견딜 수 없는 모진 매질과도 같았다.
그렇게 해서 나는 도피를 꾀하였다. 진정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을 혼자 해내고 싶은 욕망이었던 것 같다. 그것은 남들이 흔히 이야기하는 가출이었지만, 나는 그만큼 내 생활을 바꾸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였다. 나의 도피 행각은 아버지의 한숨과 어머니의 눈물 때문에 7일 간의 여행으로 일단락되고 말았다.
그 후 다시 도서관을 다녔지만 이제 도서관은 내게 있어서 시간을 보내는 장소에 불과했다. 책을 뒤적이거나 음악을 들으며 온갖 공상에 빠지곤 했다. 그러던 중 아버지께서 아르바이트를 권유해 주셨다. 집 근처 PC방에서 하게 된 첫번째 아르바이트는 내게 돈을 버는 것이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니란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4개월 정도 아르바이트를 하고 난 후 아버지는 내게 검정고시 준비를 위해 공부를 하라고 하셨다. 하지만 이젠 도서관을 가는 횟수조차 점점 줄어들어 하루의 반 이상을 어머니의 잔소리를 들으며 살아야 했다.
일종의 반항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저렇게 해서 어떻게 검정고시 합격하겠느냐고 하셨다. 사실 나도 걱정이 많이 되었다. 친구가 준 검정고시 출제 문제집을 푸는 것만으로 될까라는 말이 내 머리 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것은 만만치 않았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선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는데 일주일에 5일 12시간씩 하는 아르바이트는 내 생활의 전부였고, 정작 해야 할 일들은 하지 못하고 있었다. 내가 왜 이렇게 사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자신에게 곰곰이 물어보았다. 그건 자퇴 이전부터 고민해오던 정체성에 대한 것이었다.
어느 날 새벽, 늦은 귀가였다. 물론 불은 모두 꺼져 있지만 부모님이 주무시고 계시지 않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아버지께서 일어나셔서 불을 켜시며 나에게 이야기를 하자고 하셨다. 한 시간 남짓 계속된 우리의 이야기는 결말을 맺었고 그렇게 해서 다시 서울에 올라왔다. 새로운 시작을 위해서? 아니 나은 삶을 살기 위한 연습을 위해서…. 나의 선택에 후회하지 않는다. 그리고 지금 나는 즐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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