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해야 할 과제, 낙하산 인사


3월은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로서는 일년 중 가장 바쁜, 이른바 대목이다. 특히 올해부터는 소액주주운동의 대상을 확대해 일반기업뿐만 아니라 금융기관까지 포괄하기로 결정하고, 그 첫 사업으로 외환은행 주총 참석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의 주총 관련 사안은 초미의 관심대상이 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몇 은행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은행장을 비롯한 주요 임원 선임에 따른 온갖 잡음은 한국 은행산업의 장래에 대해 결코 낙관할 수 없음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낙하산 인사의 문제다. 지난 4년간 150조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 수만 명의 은행 임직원이 실직하는 비용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재경부·금감원·한국은행 등 정부부처의 퇴직관료가 은행임원으로 내려오는 관행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먼저, 우리나라의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에서는 전대미문의 해괴한 일이 벌어졌다. 국민은행 이사회가 주총에 상임 감사위원 후보를 복수로 추천하였다. 임기 만료된 현직 상임 감사위원을 연임시키면서 동시에 퇴임하는 금감원 부원장보를 추가로 선임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관련법률에 저촉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런 전례 없는 일을 진행하면서 내놓은, ‘현직 상임 감사위원이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 상임 감사위원을 복수로 두기로 했다’는 국민은행의 공식 해명자료는 너무 궁색해 보인다. 누가 이 말을 믿겠는가. 일부에서는 김정태 행장이 금감원의 요구를 사실상 거부한 것으로 해석하면서, 과거 관행에 비추어 볼 때 중대한 진전을 이루었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낙하산 인사의 현실을 앞에 두고,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추가 감원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은행직원들에게 어떻게 설득해 나갈지 두고 볼 일이다.

한편, 조흥은행에서는 위성복 행장이 퇴임하면서 40대 말의 젊은 상무가 은행장 후보로 추천되었다. 대다수 임원이 행장보다 나이가 많은 것을 감안하면 대단히 파격적인 인사로서, IMF 위기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다. 문제는 위성복 행장이 퇴임한 배경이다. 위성복 행장은 리더십을 갖추고 조직혁신을 이루었다는 긍정적 평가를 받는 몇 안되는 은행장이며, 본인 스스로도 연임을 강력히 희망했다고 한다. 그런데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경우 연임을 불허한다는 정부방침 때문에 결국 물러났다고 하는데, 그 정부방침의 합리적 근거가 무엇인지 도대체 알 수 없고, 그나마 그 원칙마저 지켜지지 않은 예외가 있었음을 감안하면, 그저 우리나라 은행산업을 전공으로 공부하는 필자로서는 한숨만 나올 뿐이다.

마지막으로, 참여연대가 주총에 참석하기로 한 외환은행의 경우는 더욱 가관이다. 임기를 1년 이상 남겨둔 김경림 행장이 갑자기 사임한다고 발표하였다. 너무나 급작스러운 일이라 이번 정기 주총에서는 신임 행장 선임에 필요한 절차를 밟을 여유도 없어서 4월에 임시 주총을 따로 열기로 했다. “쉬고 싶다”는 김경림 행장 본인의 말은 들으나마나 한 이야기고, 노조가 퇴임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대주주인 독일의 코메르츠은행에 대해서도 사후에 설명했다고 하니, 그러면 도대체 누구의 뜻인가. 외환은행의 경우에는 한숨만 쉬고 있을 수는 없다. 한번 감시대상 기업으로 선정하면 지속적으로 애프터서비스 하는 것이 참여연대 소액주주운동의 원칙이기 때문이다. 낙하산 인사, 참여연대가 청산해야 할 낡은 관행 중의 하나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2002/04/10 00:00 2002/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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