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주하는 패권 전세계 NGO 연대로 브레이크를!
2002/2002년 04월 :
2002/04/10 00:00
독주하는 패권 전세계 NGO 연대로 브레이크를!
올해를 전쟁의 해로 선포하면서 아프간에 이은 대 테러 전쟁의 확전 가능성이 더 분명해지는 가운데 남의 일로 여겨지던 대 테러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한반도가 들어서고 있다. 북한은 아프간에 이어 다음 대 테러전의 상대로 확실하게 선택된 이라크에 무기를 공급하는 악의 축으로 지목되었다. 더구나 핵확산 금지조약을 뛰어넘어 미국은 북한을 핵무기 사용 대상국으로까지 지목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우리의 반응은 극단적으로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 반응은 한미 동맹관계를 한층 강화하여 6·25전쟁, 베트남전쟁에서처럼 악을 응징하는 적극적인 동맹군이 되기를 맹세하는 것이다. 악의 축을 휴전선 이북까지만 차단하면 된다는 생각이 그것이다. 다른 하나는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는 것은 한반도 전체를 악의 축이라고 규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인식하여 북한당국과 같은 수위 또는 그 이상의 반미 감정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강대국의 노선에 대한 안주와 정면 비판 모두는 민족의 생존과 관련해 지극히 위험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서로 상반되는 두 가지 반응은 결국 우리 내부에서의 적대감을 부채질하면서 내부 통합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워싱턴 컨센서스에 충실히 따르는 유럽
세계의 초강대국 미국에 대한 다른 유럽과 아시아의 반응을 살펴보는 것이 우리의 입장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유럽의 반미운동은 유럽 시민단체의 주요 의제였던 평화운동과 환경운동, 인권운동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 미국과 부시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미국이 유엔 회원국으로서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다는 점, 대 테러전에서 발생하는 민간인 피해자의 문제, 아프간 포로와 테러범에 대한 인권의 문제, 교토기후협약 철회에 대한 비난 등이 그 예이다.
이러한 논리는 아직 가시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유럽연합 회원국 정부가 추구해 오던 외교 노선의 연장선에서 미국과의 협력과 긴장을 유지하게 만들어 주는 원천이 되고 있다. 유럽연합 어느 국가, 심지어는 프랑스 사회당 정부, 독일의 녹색당과 사회당 연정 정부조차도 미국의 대 테러 확전에 대한 정면 제동을 걸지는 못하고 있다. 오히려 NATO 동맹국으로서 워싱턴 컨센서스에 충실한 노선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아시아와의 차이라면 초강대국으로서의 군사적 경제적 힘을 그대로 과시하고 있는 제국 미국 앞에서 유럽연합 회원국간의 유대와 협력을 한층 높이는 것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정부와 국민 모두 철저하게 인식해 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아시아 여러 국가의 대미 태도는 일사분란하다. 신자유주의 노선에서 미국과 갈등적인 입장을 고수해 온 인도조차 아프간 지상군 주둔지를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누구보다 먼저 하였지만 정작 미국은 우즈베키스탄을 선택하는 희화까지 연출하였다. 코소보 사태 때까지만 해도 미국의 가상의 적 1호로 떠올랐던 중국의 태도도 확연히 변화하였다.
99년 3월 코소보 사태가 발생하고 미국과 나토가 유고 공습 결정을 하자 중국의 언론과 방송 매체는 미국의 ‘패권주의 발상’에 기초한 명백한 유고 내정 간섭이며 코소보 사태의 평화적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연일 보도했고 중국정부 대표는 기회 있을 때마다 유엔이나 국제사회에서 반미 발언의 수위를 높여나갔다.
그러나 유고의 중국 대사관 피폭 사건으로 중국 지도부는 미국 의도 파악에 노심초사하게 되었다. 중국 지도부가 읽은 미국의 의도는 미국이 중국을 끊임없이 가상의 적으로 떠올림으로써 중국에서 주룽지 총리 체제의 개혁 개방파를 대신하여 군비 증강을 강조하는 우파의 등장을 부채질하려는 것이었다.
따라서 미국의 의도를 알고 있는 중국은 덩샤오핑 노선으로 회귀하는 쪽을 선택하였다. 즉 ‘21세기 중엽 중국의 국민소득이 선진국 수준에 도달할 것이고 그때까지 중국은 미국을 적대시할 수도 없고 할 필요도 없다’는 것이 그것이다.
“개혁 개방 이후 중국의 국력은 증강되고 국민의 생활 수준은 향상되었다. 그러나 미국과 비교해 볼 때 우리 국가 경제와 문화적 수준은 아직 낙후되었다. 우리나라는 13억 인구가 있고 기본적으로 현대화를 실시해야 한다. 모든 국민이 윤택한 생활을 할 수 있게 하려면 아직도 먼길을 가야 한다.”, “역량을 결집하여 경제를 발전시키고 국민생활을 개선하는 것이 우리의 장기적인 중요 임무이며 따라서 우리에겐 평화로운 국제환경이 필요하다.”
이상의 대미 전략이 99년 이후 중국정부가 상호 추진하고 있는 상호 우호협력과의 배경이며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을 통해 2008년 북경올림픽 유치, WTO 가입 등 실리를 획득하는 길을 택했다.
클린턴과 부시 다를 게 없다
미일 정상회담에서 고이즈미 총리와 부시 미국 대통령은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했고 고이즈미 수상은 일본 경제의 재생에 관해 어떤 일이 있어도 구조개혁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라고 내외에 천명하였다. 일본에서 진보적인 언론도 “이번 회담에서 테러 대책을 포함한 안정보장 문제와 미일관계를 규정짓는 기본적인 사고는 협력과 보완의 관계일 것이다. 전략적인 방향이 일치한다면 그 방법이나 수단이야 전부 같을 필요는 없다는 말이다” 정도의 수사적인 차이를 내비치고 있을 뿐이다.
달라진 환경에 대한 적응의 방식은 기민하다. 그러나 정작 미국인들이 보는 미국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부시의 미국과 클린턴의 미국은 전혀 다를까? 9·11 사건 이전의 미국과 이후의 미국은 전혀 다른가? 본질의 면에서는 같고 겉으로 드러난 수사법의 측면에서는 다르다는 것이 미국의 68세대 정치분석가인 필리스 베니스의 답이다.
클린턴 정부가 미국의 이익과 유엔의 보편주의를 조화시키는 다자협력주의의 외교 용어를 주로 구사했다면 부시 행정부는 미국의 이익과 세계보편주의 이상이 충돌할 때 과감하게 미국의 이해를 우선하는 일방주의 입장을 취했다고 전문가들은 평한다. 더구나 미국의 민주당과 진보진영까지도 한 목소리로 대 테러전을 지원하는 것을 보면 클린턴과 부시의 차이는 더 작게 느껴진다. 필리스 베니스는 클린턴 정부 때도 유엔 분담금 지급을 결제하지 않은 점, 소말리아 사태, 코소보 사태에서도 미국의 태도는 일관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은 더욱 노골적으로 기후협약 탈퇴, ABM조약 탈퇴, MD강행, 악의 축 발언, ‘전쟁의 해’ 선포를 강행하고 있고 이런 공화당 정부에 대한 미국 국민의 지지(40%)는 민주당(35%)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미국 당국의 정책 노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길은 내부 여론의 변화뿐이라고 미국의 보수화를 안타까워하는 미국인의 말을 들은 바 있다. 우리가 미국에 대해 반대한다고 해도 그에 대한 논리를 개발해 가깝게는 유럽의 시민단체, 아시아의 단체 더 나아가서는 미국의 단체와 보폭을 맞추는 호흡조절이 필요하다고 본다. 감정보다는 냉정한 판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미국을 미워할 이유가 너무 많다면 우리의 피하주사적 반응을 제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덫이라면?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