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채식주의와 반MGO운동


요즘 들어 현대인이 먹으면 피곤한 게 두 개 있다. 바로 담배와 고기다. 이주일과 하일성이 TV에 나와 금연홍보를 시작하면서 보건복지부과 교육부, 기업들이 모처럼 한몸이 됐다. 이제 흡연자들은 학교에서도 회사에서도 갈 곳이 없다. 물론 담배는 몸에 해로운 식품이므로 서럽지만 건강을 위해 참기로 하자. 그렇다면 육식은? 죽은 고기를 먹느니 차라리 굶겠다는 헬렌 니어링이 쓴 『소박한 밥상』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상당수의 채식주의자들이 커밍 아웃을 했다. 선천적으로 고기가 몸에 맞지 않는 사람이 자유롭게 채식만 할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진정 채식이 완전한 대안일 수 있는가. 환경오염과 더불어 유전자 조작 식물들이 대거 생산될 조짐이 보이는 요즘. 진정한 채식주의자를 위해서라도, 채식과 육식을 병행하는 일반적인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몸에 이로운 채소만들기 대작전을 벌이자.

GMO가 뭐길래

세상에 믿을만한 채소가 없어졌다. 채소에 빨간 불을 켜야 한다. 유전자조작 기술이 발달하며 콩도 그냥 콩이 아니고 감자도 그냥 감자가 아니다. 한 종으로부터 유전자를 얻은 후 이를 다른 종에 삽입해 새롭게 생명체를 만드는 것을 GMO(Genetically Modified Organisms), 즉 유전자 조작 생명체라고 부른다. 이 유전자 조작 생명체가 우리 식탁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콩과 감자를 만들어 먹는 게 처음은 아니다. 전통적 교배라는 방식으로 농민들에 의해 수천 년을 걸쳐 새로운 종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러나 유전자 조작은 인위적이다. 세월에 따른 검증과정을 거치지 못했다. 같은 종이 아닌 다른 종에 삽입해 만들면서, 새로운 종이 나타날 수도 있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누구에게 피해를 줄지 아직 모른다. 유전자 조작은 어떤 유전자의 기능이 사라질 가능성과 새로운 독소가 생겨날 가능성 등이 내포되어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채식 열풍과 함께 중소 식품업체들이 콩을 주원료로 한 제품 개발에 활발하다고 한다. 콩을 주원료로 육질의 맛을 낸 제품들이 다양하게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콩은 우리 식탁에 오르는 대표적인 GMO식품이다.

대기업을 위한 유전자 조작식품 표시제도

한국농어촌사회문제연구소(http://www.agri-korea.or.kr)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부분을 미국에서 수입하는 콩은 옥수수와 함께 우리가 먹고 있는 각종 가공식품의 주원료들로, 1차 가공된 식품뿐만 아니라 전분이나 물엿, 기름, 장 등의 형태로 각종 식품에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이 사용되는 품목들이라고 한다.

우리 식탁을 이미 GMO식품이 지배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는 그 대부분의 콩이 제초제에 저항성을 갖도록 하거나 해충에 이기기 위하여 자체로 독소를 만들어내도록 유전자 조작한 것들이라는 데 있다. 제초제 저항성이란 모든 식물을 죽이는 고독성 제초제를 뿌려도 작물은 죽지 않고 잡초만 죽게끔,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이식하여 유전자가 조작된 작물로서 콩이 대표적인 작물이다. 당연히 작물 내 잔류 농약량이 훨씬 더 많아진다. 미국 내 재배 콩의 GMO 비율은 50%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유전자 조작식품 표시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소비자가 식품을 구입할 때 유전자조작 여부를 알고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한 제도다. 2000년 8월에 ‘유전자 재조합식품 등의 표시기준’을 고시하는 것을 시작으로 6개월의 계도기간을 거쳐 시행중이나 아직은 미흡하다. 소비자가 한눈에 판단하기 어렵고 재래시장 등에서는 확인할 길이 없다.

유전자 조작식품 반대 생명운동연대의 한 관계자는 “감시활동이 부족하다. 소비자들이 유전자조작식품 여부와 유통과정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명확한 대책을 수립해 준비해 나가야 한다. 더구나 육류의 경우 유전자조작식품으로 사육을 했는지는 더욱 알 수가 없다”며 형식적인 법 시행을 비판하고, 소비자들이 활발한 모니터 활동을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 법은 처벌조항이 관련 법마다 달라서 시행초기부터 문제를 안고 있다. 지난해 유전자 조작식품을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현행법의 맹점을 지적한 것을 살펴보면, 농수산물 품질관리법의 경우 농민과 상인을 주대상으로 하는데 허위표시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또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표시를 하지 않았을 때는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이에 반해 식품위생법의 경우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면서 유전자 조작식품 표시기준에 위반하면 품목의 제조정지를 명할 수 있거나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정부가 누구에게 손을 들어주고 있나를 분명히 알 수 있는 지점이다. 농민이나 상인보다 대기업에 대한 관리가 소홀한 점은 국민의 생명을 경시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안전한 식품을 먹을 권리

콩, 옥수수, 콩나물에 한정되어 유전자 조작 여부를 표시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가공식품 표시제에 있어서도 콩과 옥수수를 원료로 한 식품만 표시하도록 해서는 곤란하다. 예를 들면 채소치즈, 토마토퓨레, 토마토페이스트 같은 수입 가공식품의 경우 유전자 조작 농산물로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콩, 옥수수 이외에 감자, 유채, 토마토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 식품에 대해서도 표시할 것을 수출국에 요구해야 한다.

유전자 조작식품이 갖는 또 하나의 문제는 경제적 불평등에 있다. 비유전자 조작식품이 더 비싸게 팔릴 것은 당연하다. 가격의 격차는 더 커질 것이다. 비유전자 조작식품을 먹을 수밖에 없는 계층과 그럴 필요가 없는 계층의 차이가 벌어진다. 유전자 조작식품과 비유전자 조작식품을 구분하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 때 드는 비용도 소비자가 부담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유전자 조작식품을 대량생산하며 이득이 발생할 수 있지만 그것으로 발생하는 추가비용은 후손들에게 전가될 것이다. 돈 없으면 안전한 채소도 먹지 못하는 날이 올 때, 자신이 채식주의자냐 아니냐는 이미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사태에 이른다.

그렇다면 대안은 유기농이다. 유기농식품을 활성화시키고 소비하는 것이 안전한 채식의 방법이다. 문제는 GMO식품이 환경까지 파괴하는 데 있다. GMO식품이 인체에 주는 해는 물론이고 GMO식품을 기르는 과정에서 생태계가 파괴된다.

유전자조작식품 재배로 유기농업 포기할라

한국농어촌사회문제연구소가 제시하고 있는 자료에 따르면 GMO가 재배되는 반경 수십 km 내에는 유전자가 전이됨으로써 유기농산물을 재배하더라도 GMO와 섞여버릴 수 있다고 한다. 만약 우리나라가 유전자 조작식품을 재배하고 유통하기 시작한다면 자칫 유기농업 전체를 포기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할지 모른다는 이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현재 마구 유입되고 있는 유전자 식품의 피해자는 이처럼 소비자와 농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는 유전자 조작식품에 빠져 있는지도 모른다. 채식열풍이 위험천만해 보이는 이유는 이 열풍이 채소량을 단시간에 대량생산해내기 위해 유전자 조작식품에 대한 연구와 유통을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근본적으로 유전자 조작식품이 아니라 친환경적인 유기농업이 정착되기 위해 노력해야겠으며 유전자 조작식품의 경우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표시를 분명히 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와 농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때다. 이러다 먹기 무섭거나 돈이 없어서 굶어죽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채소가 고기보다 더 비싸지고 있는 요즘 안전한 식품을 먹는 권리도 결국 자본에 의해 결정될까 봐 두렵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2002/04/10 00:00 2002/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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