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차별에 신음하는 인도 민중들


인도를 여행하다 보면, 특히 시골에서 소들을 길거리나 농가에서 많이 목격하게 된다. 불교의 전신인 힌두교에서는 전생 윤회사상을 믿고 있다. 소는 인간의 모습으로 해석된다. 경제학자들은 인도가 소만 해외에 수출한다면 빈곤의 극복은 간단히 해결된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이러한 해석은 인도를 모르는 말이다. 인도의 국민은 영성(Spirituality)을 중요시한다. 사실상 인도는 간디, 네루 등의 지도자들을 배출하면서 평화, 비폭력, 무저항의 위대함을 세계에 보여주었다. 네루는 그가 수상으로 재임하는 동안, 1955년 4월 인도네시아의 반동에서 세계 비동맹국가 회의를 창설, 미국과 소련의 냉전 속에서 제 3의 가능성을 세계에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세계 평화에 공헌했다.

힌두교 신자인 인도인들은 죽은 시체를 갠지스강에 띄우고 까마귀가 그 시체를 먹게 함으로써 힌두 하늘나라에 간다고 믿고 있다. 육식도 오직 염소고기와 닭고기만을 먹고 채식으로 식단을 짜는 그들을 보면 신선한 감을 갖게 된다. 모슬림도 그렇지만 힌두교도 생명을 중시한다. 산아제한은 교리로 금지되어 있어서 산아제한이 안 되는 나라 또한 인도이다. 그런 나라가 카스트 제도를 믿고 천민 중의 천민은 그렇게 태어났다고 믿고 있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인도처럼 자연 재해가 많은 나라가 없다. 일년이면 홍수 지진, 그리고 가뭄이 이곳 저곳에서 혼재되어 되풀이되고 있다. WCC의 연간 아시아의 무상원조액은 3000만 달러 내지 4000만 달러인데, 이중 25%가 연 평균 인도로 가고있는 것을 봐도 인도의 가난을 알 수 있다.

자연 재해지역을 시찰하다보면 수많은 희생자의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이들을 만날 때마다 나는 슬픔을 이기고 초연한 자세를 하고 있는 인도인들에게 놀라움과 존경심을 갖게 된다. 저승을 맞는 신앙 말이다. 우리 식구는 이승의 고생을 잊고 저승에서 행복하게 살 것이라는 믿음 말이다. 혹자는 그래서 그들이 가난한 것이라고 탓할지 모르지만 그들이 갖고 있는 정신적인 내면의 세계, 즉 Spirituality에 대해서는 놀랄 수밖에 없다.

사리자락 밟아 빗속에 3시간 벌서는 달릿계급 소녀

지금은 센 나이로 명칭이 바뀐 도시 마드라스 근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1989년 9월로 기억된다. 그날밤 저녁 식사는 그 고을의 갑부 브라만 출신의 면장에게 초대를 받았다. 비가 몹시 많이 내렸던 것으로 기억된다. 일행이 그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우리는 우선 그 저택의 크기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수없이 오가는 노예들의 수에 또 한번 놀랐다. 그런데 그 널따란 마당구석에 가냘픈 소녀가 비를 맞고 고개를 숙인 채 서 있는 게 아닌가? 사리가 몸에 짝 달라붙어서 거의 알몸처럼 보였으니 꽤 오랜 시간 그렇게 서 있었던 것같이 보였다. 서구에서 온 일행들이 놀라서 주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더니 “저애는 달릿(Dalit)계급으로 내처의 몸종인데 사리자락을 밟았기 때문에 벌을 서고 있는 것입니다. 한 3시간쯤 되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게 아닌가.

인권은 어디로 갔는가? 그 소녀의 신분은 영원히 평등해질 수 없는 것일까? 인도에서도 NGO의 활동은 눈이 부시다 할 수 있다. 전통이 빚은 불의를 타파하고 우리 모든 인간은 평등하고 누구든 인간의 존엄성 위에서 인권을 누릴 수 있다는 계몽이 인도 전역에 올 날을 기원해 본다.

인도를 여행하면서 늘 눈에 거슬리는 게, 우선 수없이 많은 불필요한 관료주의의 확산이다. 군·면 단위에서의 허가 제도에 소요되는 불필요한 증명서, 그리고 수없이 많은 관가의 허가를 위한 도장들이다. 이 불필요한 관료주의의 방대함이 있으니 물론 부정부패가 창궐한다고 할 수 있다.

외국자본 들어와도 노동자·농민은 가난하다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세계화의 물결과 함께 구조조정 및 개혁 민영화의 계획은 안타깝게도 계획대로 속력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면 에어 인디아(Air India)의 민영화를 위한 싱가포르 에어라인의 투자 약속 파기는 인도에게 큰 근심을 안겨주고 있다.

유명한 쿠리엔(C. T Kurien) 경제학자는 “외국자본은 봄베이의 증권시장에서 머무르고 언제든지 인도를 떠날 수 있다. 이 외국자본이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쓰여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있다. 힌두교도 중 소수지만 극렬분자들이 곳곳에서 부리는 난동들은 인도의 개혁을 저지하는 또 하나의 단면이다. 1995년을 기점으로 이들은 모슬림 사원들을 공격하고 파괴하며 모슬림 교도들은 반격을 가하는 악순환이 곳곳에서 목격되곤 한다. 심지어 이들은 기독교를 인도 것이 아닌 서구의 산물이기에 인도의 순수성을 오염시킨 해석, 인도 곳곳의 수녀원 성당교회들을 파괴하고 심하면 수녀들을 집단 강간하는 사례들도 있다. BJP가 집권한 요즘은 가라앉은 느낌이다.

영국은 식민세력으로서 1947년 인도를 떠나면서 캐시미어의 분쟁을 해결치 않고 떠났다. 지금도 파키스탄과 인도는 이 캐시미어의 분쟁으로 대치하고 있다. 이 긴장은 종교의 대치(모슬림과 힌두교)와 함께 국경분쟁까지 가산되어 인도의 골칫거리로 남아있다.

2001년 7월 14일부터 3일간 뉴델리에서 개최된 파키스탄의 무샤라프(Musharrap) 대통령과 인도의 수상 아탈 비하리 바파이(Vajpayee) 사이의 정상회담도 캐시미어 분쟁의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또한 핵실험을 양국이 가열하는 조짐마저 주고 있어 지역적 분쟁의 불씨를 제공하고 있다. 미 국무장관, 영국 수상, 독일 수상, 러시아 부수상들의 연속 방문도 인도와 파키스탄의 긴장을 완화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984년 네루의 딸이었고 인도의 개혁을 주도하여 국민들에게서 존경받았던 인디라 간디 여사도 그녀가 재임중 시크족의 사원을 조사키 위해 군대를 동원한 사건으로 자신의 경호원인 시크족에게 암살당했다.

1991년 5월 그의 아들 라지브 간디는 선거 유세중 스리랑카의 타밀 분리주의자의 자살폭탄 테러에 의해 암살당하는 불운을 겪었다.

종교간의 갈등은 어쩌면 인도가 해결해야 할 큰 문제로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곳곳에서 간디의 교훈을 되새기는 운동들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천시의 상징 다오리 제도

여성을 천시하면서 결혼 전 신부들이 빚을 내어 시집을 가야 하는 다오리 제도는 아직도 인도 전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전통이어서 NGO·여성단체들의 구호에도 불구하고 그 비리가 척결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어두운 단면이 있는가 하면 동시에 아주 긍정적인 면도 갖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즉 인도의 관대함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국민들이 배워야 할 교훈이다.

1959년 티베트의 달라이 라마가 중국의 침략으로 망명을 가서 지금도 그의 추종세력과 함께 살고 있는 곳이 인도의 다람사라이다. 이들은 이곳에 사원·학교 그리고 여타의 시설들을 인도정부의 후원 아래 건설하고 여기서 살고 있다. 티베트에서의 피난민은 날로 증가하고 있으나 인도는 관대하다. WCC도 이곳에 시설물을 기증한 바 있고 지금도 원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외에 1989년의 군중데모가 군대들에 의해 무참히 진압되면서 많은 수의 미얀마 지식인들이 인도 곳곳에서 자유의 그날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인도는 이들에게 주거를 제공하고 있다. 인접국 스리랑카의 타밀족 피난민들을 인도 남부의 타밀라두주는 관대히 받고 있는 것도 인도의 긍정적인 얼굴이다. 버림받은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주는 인도의 교훈은 40만 외국인 노동자들을 학대하고 있는 우리나라가 배워야 할 교훈이리라.

국제기구에서 일하다 보면 어느 기구 건 중요한 직책에 많은 인도인들이 일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영어구사능력은 영국사람들도 놀라고 있다. 이들의 가족들이 아직도 유명한 사리를 착용하고 있는 것도 인도인들의 전통을 숭상하는 긍정적인 측면이다. 국적 없는 문화가 우리 것인 양 착각하고 사는 우리 한국민족에게 이 또한 좋은 교훈이 될 것이다.

박경서 인권대사
2002/04/10 00:00 2002/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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