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독자 강효경씨


“제가 아는 교수님이 책을 내신 적이 있어요. 어느 자리에서 우연히 뵙고 축하를 드렸더니 ‘내 출판기념회에 안 온 것을 용서해 줄테니 대신 여기를 도우라’고 하시며 종이 한장을 내미셨습니다. 그게 참여연대 회원가입서였어요. 그때가 1994년이었죠. 그 이후로 계속 지켜보고 있습니다. 전에는 한국사회에서 시민단체가 제대로 설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 참여연대에서 하는 일을 민감하게 지켜봤는데 요즘은 시민단체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아 안심이 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관심도 좀 줄었네요. 죄송합니다.”

여의도에서 직장생활을 한다는 강효경 씨(36세)는 참여연대와 『참여사회』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회원이다. 2002년 5월호가 일곱 번째 맞는 참여사회의 생일이라며 ‘특별히’ 창간독자를 만나고 싶다고 했더니 그는 한참동안 만류하다 며칠 만에야 허락을 했다. 인터뷰도 좋지만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는 사람을 직접 만나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며 걱정 끼쳐서 미안하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풀이 했다.

소액주주운동 기억에 남아

“참여연대 운동 중에서 소액주주운동이 제일 기억에 남습니다. 미처 권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시민들에게 인식하게 해줘서 참 좋았습니다. 시민단체들이 이처럼 이슈를 모으는 일을 만들어 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겠죠. 인기를 위한 운동을 한다고 오해를 받을 수도 있구요. 그렇지만 시민들이 주목하지 않는 일은 소용이 없지 않겠습니까.”

참여연대에서 직접 자원활동을 해본 적이 없다는 강씨의 의견은 시민운동가들과 큰 차이가 없었다. 시민운동가나 창립회원 모두 시민사회문제에 관심 많은 이들이라 모두들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강씨는 현재 5∼6군데에 매달 후원금을 내고 있다.

“제가 돕는 것을 좋아해서 그런 것은 아니에요. 그거라도 해야 양심에 덜 찔리기 때문이에요.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다니면 방황이 없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더라구요. 계속 뭔가를 해야겠다 생각하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야겠다고 다짐했죠. 마음 맞는 동료들과 얘기해 보면 그런 고민 가진 사람들이 많아요. 참여연대에서 낸 공채광고를 보고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기도 했어요. 활동가들 월급을 보니 막막하기도 하고, 나는 이런 일 해본 적도 없고 나이도 많은데 과연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더군요. 그래서 접었지만…. 참여연대 후원도 그런 면에서 하는 거예요. 지금 당장 뭔가 하지는 못하지만 양심을 지키려구요.”

경제력과 상관없이 매달 후원금을 내고 도울 곳을 찾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기자가 말했지만, 강씨는 끝까지 겸손을 잃지 않았다. 오히려 직장생활 때문에 몸으로 도울 수 있는 일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참여사회』의 경우 최근에는 너무 바빠 꼼꼼히 읽지 못했다며 웃어넘기려 했지만, 그 동안 연재했던 많은 기사들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숙희가 만난 사람이었나요? 그 코너가 기억에 남아요. 사실 직장에서 돌아와 머리 아픈 얘기 읽고 싶지 않거든요. 가십만 찾아서 읽게 되요. (웃음) 책을 받으면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 얘기에 눈이 먼저 가요. 연예인들 나오던 기사도 재미있었는데. 참, 딴지일보 기자들과 대담한 거 있죠? 그 기사도 재밌게 읽었어요. 한쪽자리 만화도 좋았는데 요즘은 안 하죠?”

외국인노동자문제에 관심을

“직장에서 이야기를 시작하면 결국 교육문제로 얘기가 모아지는데 아이들 키우는데 돈이 너무 많이 들어요. 그렇다고 못 해주면 부모로서 마음이 아프잖아요. 조카들이 유치원에 들어가면 축하한다는 말을 못하겠어요. 너도 이제 시작이구나라고 말해줘요. 그리고 회사에 채플모임이 있는 데 거기서 외국인노동자를 도와요. 우리나라 정서를 이해할 수가 없더라구요. 참여연대는 외국인노동자 문제에 대해 하는 일 있나요. 백인은 적게 차별하고 동남아나 흑인에게 가혹하다면서요? 『참여사회』에서도 이런 문제를 많이 다뤘으면 좋겠네요.”

생활 속에서 느껴온 여러 가지 문제의식을 이야기하는 강씨의 말에서 시민단체들이 해야 할 몫이 너무나 많으며 각각의 주제들은 결코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꼈다.

요즘 강씨는 방송대학에 편입해 경제학을 공부한다. 법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금융관련 직장일에 한계를 느껴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는데 공부를 하려고 들어간 방송대학에 다니며 의외의 모습을 발견했다.

“저는 깜짝 놀랐어요. 젊은 학생들이 컨닝을 너무 많이 해요. 당연하다는 듯이 컨닝을 하는 데 정말 너무하더라구요. 그런 걸 도덕이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불감증 아닌가요? 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젊은 학생들을 보니 혼란스러웠어요.”

세상을 바꾸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앞에서 이끌어 가며 변화를 꿈꾸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뒤에서 조용히 이들을 밀어주는 사람이 있다. 진정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는 눈에 보이게 이끄는 몇몇이 아니라 강씨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어 매우 든든했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2002/04/28 00:00 2002/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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