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총련을 궁지로 몰아넣지 말라'


저는 진중권 님께서 벌이는 극우보수세력과의 중단 없는 투쟁에 큰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 역시 조선일보, 김용갑 류의 극우냉전세력에 너무나 분개하고 있기 때문이죠. 저 역시 스스로 진중권 님과 같은 ‘좌파’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하지만 진중권 님과 제가 다른 점은 민족해방그룹, 주체사상, 한총련을 바라보는 시각일 것입니다. 아니 자신과 다른 사상, 변혁적 전망과 경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태도의 차이일 것입니다. 제 자신도 분명 그들 진영 중 일부는 설득력이 떨어지는 사상적 요소와 북한에 대해 과도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낍니다.

하지만 그들에 대한 진중권 님의 단선적이고 적대적인 평가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어떠한 존재와 현상이든지 총체적이고 복합적인 접근만이 그 진실과 그늘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도 진중권 님처럼 80년 5월 광주항쟁과 학살에서 끓어오르는 연민과 분노로 사회운동을 시작했고, 당대 민중의 고통스러운 삶의 현실에서 독재타도와 미제축출의 구호를 외쳤으며, 결국 분단과 비인간적 자본주의 체제의 극복을 지향해야 함을 깨닫고 행동해 온 사람들입니다.

그들이 진중권 님과 다른 것은 누구나 변혁운동의 과정에서 상상 또는 지향해보게 되는 대안사회로 소비에트사회주의와 함께 북한사회주의를 진지하게 검토했다는 것이고, 한반도 변혁의 최고과제를 분단극복과 미국문제의 해결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현재 그들 중의 일부가 현실 사회운동에서 심각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면 그에 대해 계속 지적해야겠지만, 진중권 님의 말속에는 그들을 대화와 설득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극우세력과 함께 소멸, 정리해야한다는 섬뜩함과 냉기가 서려 있습니다. 파시즘에 철저히 반대한다는 진중권 님께서 그들에게 퍼붓는 독설은 파시즘 못지 않게 가혹해 보입니다.

특히, 어린 한총련 대학생들이 학생들의 직접투표로 학생회장에 당선되자마자 바로 수배자가 되어 쫓기고, 감옥에서 부모의 임종마저 지켜보지 못한 채 마녀사냥과 인권탄압의 사각지대에 갇혀있는 비이성적 현실에도 진중권 님은 이들의 딱한 처지에 대해 최소한의 연민조차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입니다. 물론, 진중권 님께서도 국가보안법은 폐지돼야 한다고 판단하시겠지만, 바로 그 국가보안법 때문에 그리고 진중권 님이 그토록 조롱하는 극우공안세

력에 의해 한총련 학생들은 가장 처참하게 쫓기고, 지금까지 3000여 명이 구속되기까지 한 것입니다. 바로 진중권 님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입장이라는 것과 진중권 님 특유의 냉기가 쫓기고 있는 한총련을 더욱 더 궁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죠.

그들의 사상과 세계관에 문제가 있다면 얼마든지 지적하십시오. 하지만 나름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역사 속에서 헌신적으로 투쟁해온 그들에게 섬뜩한 독설과 극우세력이 그들에게 보이는 것과 별반 달라 보이지 않는 적대는 거둬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책을 읽지 않는다든지, 인성구조가 왜곡되어 있다든지, 무식하다든지 등의 인격모독은 중단해 주세요. 진중권 님 비판의 질만 떨어뜨릴 뿐입니다. 지면의 한계로 제 진실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못한 점 유감입니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권리국 간사
2002/04/28 00:00 2002/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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