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를 환경친화적 생태도시로'
2002/2002년 05월 :
2002/04/28 00:00
태양열자동차. 담장허물기. 생태공원 녹색후보 '바쁘다 바뻐'
모두 5명의 후보가 선거를 준비중인 고양환경연합 사무실은 바쁘다.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자 마음이 급해진 것. 현행법상 후보등록 전에는 선거운동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인지 사무실엔 전화와 핸드폰이 번갈아 수십 차례 울리고 불쑥 불쑥 문을 열고 낯선 손님이 찾아온다.
책상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고 홈페이지에 올라온 글을 체크하다 보면 어느새 점심시간. 후보자 한 명은 지역신문에 시민후보의 기사가 나왔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확인도 못해봤다며 정신 없이 어디론가 사라진다. 사무실 안에 있는 휴게실에서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에 거칠한 얼굴을 한 활동가 한 명이 하품을 하며 나온다. 지난 밤 늦게까지 정책회의를 했다더니 사무실에서 잠을 청한 모양이다. 그 중에서도 두 명이 매우 분주해 보인다. 시장후보로 나오는 고양환경연합 이치범 공동의장과 화정2동 기초의원에 출마하며 이 의장과 같이 일하고 있는 김혜련 회원사업부장이 그 주인공이다.
황사가 사라지고 모처럼 봄비가 많이 내렸던 4월 16일, 두 사람은 모두 아침부터 분주했다. 수원에서 오전 11시에 ‘경기시민후보네트워크 결성 기자회견’이 열리기 때문에 오전 8시 30분부터 하루가 시작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002년 지방자치선거에 참여하는 후보들이 거의 다 모였다. 오늘 참석하지 못한 후보 한 명은 예비군 훈련 갔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선 서로가 5가지 약속을 했다. ▲금권, 연고주의 타파 ▲최소 비용 선거운동과 공개 ▲ 정치가 주민들의 생활 속에서 실현되도록 하기 ▲당락을 떠나 지방자치 실현과 시민운동 발전을 위한 최선의 노력 ▲모든 중요한 결정을 ‘경기시민후보네트워크’와 함께 하기.
좋은 아이디어 모으기 한창
이치범 공동의장은 오늘 따라 약속이 많이 취소됐다며 오히려 다행이라는 표정이다. 하루 하루가 가는 게 속이 탄다고 말하지만 여유가 생기니 마음이 놓이는 모양이다. 기자회견이 끝나고 사무실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2시.
먼저 KBS와 환경관련 인터뷰가 있었는데 내일로 약속이 미뤄졌다. 밤 10시에 갖기로 한 긴급회의도 무슨 이유인지 취소됐다. 요즘 뭐하냐고 물었더니 매일 회의를 한단다. 도대체 어떤 기발한 선거운동을 준비하길래 그렇게 바쁜지 알아봤더니 표를 모을 대책은 안 세우고 정책회의만 하고 있다.
오히려 기자에게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주세요. 회의한다고 그걸 아직 못 세웠네?”하면서 웃는다. 최소한의 경비로 치러야 하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성공을 좌우한다. 밤에는 주민 한 분을 만날 약속이 있단다. 한쪽 다리가 불편하신 분인데 시민후보로 나선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고양시의 장애인에 관한 정책을 제대로 세웠는지 궁금해하는 모양이다.
오후가 되니 김혜련 부장이 운전대를 잡았다. 김 부장이 출마하는 화정2동에 문제가 발생했다. 고양 경찰서 옆에 공영 주차장이 하나 생긴단다. 그런데 주변 아파트엔 주차공간이 충분하다는 것. 주민들은 넓은 땅에 필요 없는 주차장을 짓느니 주민을 위한 다른 공간을 만들어 보자고 항의를 한 모양이다. 운전을 하던 중 고양시에 어떤 시민단체가 골프장을 짓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분개했다.
도착하니 공사전이라 땅이 휑하다. 아파트 주변인데 여관과 호텔이 제법 많다. 어린이들이 많이 와서 쉬어야 하는 데 여관이 부지 바로 앞에 있으니 마음이 쓰인다고 한다. 고양시에는 근린공원이 비교적 많은 곳이니 무엇을 만드는 게 가장 효율적이겠냐며 여러 의견을 냈다. 잔디밭을 만들면 좋겠다며 주변 공원도 더 자세히 둘러보기로 했다. 마침 주변 공원에 축구장은 있지만 잔디는 깔려있지 않았다. 당장 결정하지는 못하고 여러 사람들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다시 사무실에 들어오니 이치범 공동의장은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오늘 저녁에 만나기로 한 사람들이 벌써 도착한 모양이다. 하루가 금새 가버린다. 들어오자마자 김 부장은 다른 활동가들과 선거 때 만들 태양열 자동차에 이름 정하느라 바쁘다. 서로 자기가 정한 이름이 좋다며 옥신각신 하다가 파워포인트로 제작한 태양열 자동차를 살짝 보여준다. 아직 제작도 못했고 공개도 안 했지만 태양열 차를 타고 주민들을 만날 생각에 다들 얼굴이 밝아졌다.
김 부장은 환경연합 후보답게 화정동을 환경친화적인 동네로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27살로 녹색후보 가운데 가장 어린 나이로 시의원에 출마하는 그는 의욕이 높았다.
“미래 세대를 위한 마을만들기를 구상 중이에요. 주변에 있는 유흥업소들 때문에 아이들이 중학교에만 올라가도 부모들이 이사를 하려고 하거든요. 태양광으로 가로등 켜기, 학교 담장 허물고 나무 심기. 학교 옥상에 생태공원 만들기 등을 구상하고 있어요.”
밥 먹을 시간도 없다
그들은 눈만 마주치면 어떤 고양시를 만들어야 하는 지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이번엔 이 의장의 어깨가 무겁다. 이 의장은 선거철마다 후보들이 되뇌이는 ‘동양 최대’ 소리가 제일 듣기 싫다고 고백했다.
“시장에 나오면 임기 기간에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무조건 건물을 크게 지어요. 그래서 고양에도 동양 최대 노인복지시설이 있죠. 그런데 기가 막힌 게 뭔지 알아요? 차가 없으면 그곳에 갈 수 없다는 거예요. 노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드는 게 좋은 거 아닌가요. 동양 최대가 무슨 소용이 있어요. 대규모 시설들을 반대해요. 주엽역에 오르내리는 계단을 세어보니 120개나 되더라구요. 그럼 노인들은 어떻게 움직이나요. 자꾸 밖으로 나와야 자기를 존중하게 될텐데. 고양에는 장애인 시설도 많은데 안타깝네요. 보육도 문제예요. 직장 다니는 것보다 보육료가 더 많이 든다고 해요. 고양에도 보육시설을 확충해야죠.”
시민단체들을 대표해서 시장 후보로 나오는 게 두렵기도 하다는 이 의장이지만 의욕은 누구보다도 높았다. 지역의 실정도 잘 파악하고 있었다. 수많은 과제들을 다 해결하지는 못할텐데 어떻게 하는 게 효율적인지를 주변 사람들과 토론한다.
식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하며 토론하다 한번씩 이 의장은 속마음을 비춘다.
“늘 시민단체에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만 일하다가 이건 결국 나를 상품화시키는 거잖아요. 그게 더 힘들어요. 하루 종일 긴장해야 합니다. 회의는 또 얼마나 많은지…. 나는 소속정당이 없으니까 한나라당이나 민주당이 얼마나 감시를 많이 하겠어요. 그렇지만 든든합니다. 시민들이 나의 백그라운드가 될 테니까요. 시민들에게 잘 보여야합니다. 하하하.”
이 의장의 이야기를 듣는 다른 후보들의 표정이 진지하다. 시민후보들의 하루는 예측불허다. 시민이 부르면 달려나가기도 하고 하루 종일 정책을 마련하느라 회의만 하는 날도 있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당당한 후보가 되기 위해 매일 시민에게 손을 내밀고, 고민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