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매체, 특히 잡지에 대해 말하기가 겁난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하는 잡지는 시장(市場)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저런 걸 왜 보나?’ 하고 생각하는 잡지는 큰 재미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아 오면서도 늘 ‘대중성’을 부르짖어 온 내가 그 지경이라면 이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것 같다.

그런 이유로 겁이 나긴 하지만, 『참여사회』에 대해 한마디 해보자. 나는 『참여사회』를 좋아하고 사랑한다. 무슨 당위적인 이유 때문에 그런 건 아니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나는 ‘재미’를 소중하게 생각한다. ‘재미’를 무시하면서 ‘의미’만을 앞세우는 걸 ‘시건방지다’고 표현할 만큼 나는 ‘재미 예찬론자’다.

문제는 나의 ‘재미’에 대한 생각이 크게 대중적이지 않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재미’는 일종의 ‘습관’이라고 생각한다. 그 누구든 사회에 대해 조금만 관심을 갖게 되면 개인적인 마음의 평화와 안녕에 초점을 맞추는 잡지보다 『참여사회』가 훨씬 더 재미있는 잡지라는 데에 기꺼이 동의하리라 믿는다.

그러나 이는 하나마나한 말임에 틀림없다. 자기 자신 하나 추스르기에도 바쁜 보통사람이 사회에 관심을 가질 필요는 물론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러한 세태에 대해 체념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가? 그 절대 다수의 대중은 포기하고 이미 사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극소수의 사람들끼리 오손도손 모여 앉아 마스터베이션의 대향연을 벌여야 하나?

나는 『참여사회』가 그런 의문에까지 답해보겠다는 ‘야욕’을 가져주길 바란다. 그 ‘야욕’은 지면 개선만으론 성취될 수 없다. 아는 분은 잘 알겠지만, 유통이 훨씬 더 큰 문제다. 한동안 작은 매체들의 유통에 대한 문제가 거론되는가 했더니 인터넷의 대중화로 실종되고 말았다. 이제는 인터넷의 시대인데 무슨 종이 매체의 유통에 신경 쓰느냐는 식의 사고방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식의 사고방식은 이젠 정보화시대이니까 농업은 신경 쓰지 말자는 말처럼 허무맹랑하게 들린다.

나는 이른바 ‘개혁 상업주의’의 지지자이지만, 여기서 그 주장은 자제하겠다. 다만 나는 『참여사회』가 다양한 유통 실험을 하면 좋겠다는 제안은 꼭 하고 싶다. 자세히 말씀드릴 수는 없으나 ‘끼워 팔기 수법’이나 ‘관련단체별 할당 판촉’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이다. 그걸 불가능하게 만드는 건 ‘우리마저 그래서야 쓰겠느냐’는 숭고한 도덕심일 게다. 점잖은 품위의식일 게다. 그러나 『참여사회』의 지면을 자주 메우고 있는, 개탄을 금치 못할 한국 사회의 어떤 현실을 바로 잡기 위해 그런 정도의 도덕심과 품위의식은 다소 자제되어도 좋으리라 믿는다.

나는 『참여사회』를 더욱 재미있게 만드는 지면 개선은 그러한 유통 실험을 통해 최소 적정 부수가 확보된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유통방식을 그대로 둔 채 지면 개선은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 인력의 노동 강도는 물론이고, 사기 때문에도 안 된다. 제발 이 점을 잊지 말자.

나는 참여연대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사회』의 판촉사원으로 나선다 해도 세상의 그 누구도 『참여사회』를 ‘사이비 언론’으로 보진 않을 것이라 믿는다. 참여연대의 유명 활동가들께서 어디 강연을 나갈 때 『참여사회』 강제구독 수십 부를 조건으로 내건다 해도 그걸 ‘천박하다’고 꾸짖진 않으리라 믿는다. 나처럼 박수와 함께 뜨거운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으리라 믿는다.

강준만 전북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2002/04/28 00:00 2002/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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