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가 벌써 7번째 생일을 맞이했다니 우선 진심으로 축하하네. 비록 짧은 역사이지만 우리나라의 시민운동 발전에 경실련과 함께 쌍벽을 이루며 큰 역할을 해 낸 것에 대해 ‘동지’이자 ‘친구’로서 깊은 경의를 드리네.

그런데 자네 가족으로부터 난데없이 자네에게 ‘침을 뱉어 달라’는 ‘악역’을 요청받고 사실 난 너무 당혹했다네. 꽃다발과 선물을 사들고 오라고 떠들어대야 할 상황에 ‘야유’를 보내라니…. 그게 어디 우정어린 우리 사이에 요구할 일인가.

물론 나는 왜 자네에게 ‘칭찬’ 대신에 침을 뱉으라고 하는지 그 충정을 잘 알고 있네. 그러면서도 ‘말’보다 더 무서운 ‘펜’으로 자네를 비판하라니 쉬운 일이 아니네. 그러나 정원사가 나무를 사랑하지 않으면 가위질을 할 수 없듯이, 나도 진심 어린 동지적 애정을 갖고 몇 마디의 ‘희망사항’을 말하겠네.

지난해 9월 17일 ‘시민운동 발전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경실련의 이석연 사무총장과 박원순 사무처장이 ‘공개설전’을 벌인 것이 언론에 크게 보도된 적이 있지. 여기에서 자네와 경실련은 물러설 수 없는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지. 이 논쟁과 관련해 인정하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자네 가족들은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시민운동을 깎아 내렸다고 비판했지.

또한 16대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총선시민연대’의 초법주의적 활동에 대해서도 나는 할 말이 많네. 총선연대의 공과에 대해 이미 학자들과 시민사회 내부에서도 여러 차례 평가를 했지만 여전히 시민운동과 관련해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한 것이 사실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은 시민단체들이 올 지방선거와 대선에서 어떤 시민운동을 전개할지 주목하고 있지. 보다 폭 넓은 지지를 받으려면 총선연대의 활동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발표하고 향후 활동내용을 언급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그것이 시민운동에 대한 정론을 회복하고 공신력을 회복하는 길이라 생각하네.

나는 이 두 가지 문제 즉, 다양성 및 준법성과 관련해 경실련을 두둔할 생각도 자네가 문제 있다고 지적하고도 싶지 않네. 다만 ‘다양성’과 ‘준법성’은 시민운동을 움직이는 두 축이라 생각하네. 자네가 인정하든 그렇지 않든 ‘나만 옳다’는 식은 독선이나 아집으로 보일 수가 있네. 시민운동은 무엇보다도 유연하고 열린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 않은가.

물론 개혁해야 할 과제가 많은 한국사회에서 우리 시민사회가 한목소리로 강하게 촉구하는 것도 절실한 일이지. 그러나 각 단체마다 고유한 창립 목적과 활동 방식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민주주의를 선양하고 확대시켜야 할 시민운동이 그것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한 깃발아래 뭉치라고 하는 것은 시민운동의 획일성을 가져올 수 있네.

또한 권위주의 시절에 만든 법을 지키는 것도 양심에 반할 수 있지. ‘악법도 법인가’의 문제는 여전히 우리 사회에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래도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해 개선하는 것이 ‘끝내 이기는 길’이라 생각하네.

자네는 정말 탄복할 정도로 열심히 일하지. 지난해에는 ‘휴대전화 요금인하 운동’에 수십만 명의 시민참여를 이끌어냈고, 그 결과 휴대전화 이용료가 다소 내려갔지. 덕분에 나도 좀 혜택을 보게 됐지. 소액주주운동에 이은 또 하나의 혁혁한 공 아닌가.

나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친구를 정말 좋은 친구로 여기네. 특히 어려울 때 내 일처럼 발벗고 나서고, 기쁜 일이 있을 때 함께 축하해 주는 친구가 참된 친구라 생각하네. 자네의 7돌 생일을 다시 한번 축하하네. 우리의 우정도 진심으로 새로워지길 기대하네.

장영권 월간 경실련 편집국장
2002/04/28 00:00 2002/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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