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 라인을 드나드는 신문사 사건기자들이 가장 눈여겨보는 것은 단연 시민단체다. (올해 초는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잠깐 그 자리를 차지했지만) 시민단체의 중심은 참여연대다. 그래서 종로 기자실은 거리로든, 업무로든 참여연대와 싫건 좋건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다.

종로 라인에 배치된 지 반년이 안 된 내가 쓴 기사 중에서 가장 자주 나오는 단어를 꼽으라면 ‘참여연대’다. 그만큼 참여연대가 관여하고 참가하는 분야나 운동이 많다는 얘기다. 그래서 지면의 제한이 없는 통신은 많으면 하루에 서너 번씩 참여연대를 기사에 들먹인다.

나를 비롯해 종로 기자실에 드나드는 기자들은 기본적으로는 참여연대에 대해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참여로 사회를 바꾼다는 거창한 구호가 아니더라도 그 누구도 건드리지 못한다는 국내 굴지의 기업에 꿋꿋하게 대항해 값진 성과를 얻어내고, 마음은 있지만 누구도 선뜻 나서지 않는 다소 귀찮은 운동을 조직하고, 행동으로 옮겨내는 것은 참여연대 구성원들의 열성과 순수한 마음이 아니면 힘들다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지만, 조직이건 사람이건 완벽한 존재가 없는 만큼 참여연대에게도 입에 쓴 말이, 따끔한 회초리가 필요할 경우가 있을 것이다. 나는 오랜 세월 참여연대를 지켜본 것은 아니어서 적시하지는 못하겠지만 참여연대와 함께 일하는 시간이 꽤 많은 한 사회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불만은 털어놓겠다.

사건사고를 담당하는 경찰기자, 특히 종로경찰서 기자들은 민감한 사건이 터질 경우, NGO 시대답게 대표적인 시민단체 관계자들에게 논평을 받으려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시간이 대부분 출근 시간을 전후한 때가 많다는 것이다. 기자들은 예의 고위 관계자들에게 핸드폰으로 연락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일부 참여연대 고위 관계자들은 “아직 그 사실에 대해 잘 모른다, 내부 회의를 거쳐 결정한 뒤 말해주겠다”고 한다. 부지런하지 않거나 몸을 사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물론 신중이야 필요한 것이지만 모든 일이 지나치면 무리가 있는 것 아닌가.

어떤 부서 선배는 “걔네들(참여연대)은 삼성하고 원수졌냐”라고 물어온다. 집단소송으로 거액의 손해배상을 받아낼 때는 속으로 유쾌·상쾌·통쾌하긴 했지만, 참여연대가 계속해서 삼성 계열사들을 공격해대는 걸 볼 때 이 선배와 같은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충분히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참여연대와 삼성은 원수지간? 참여연대도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게 아닐까.

마지막으로, 참여연대여! 전략전술에 얽매여 대의를 놓치지 말 것을 주문하고 싶다. 이런 경우가 많이 있었는지 잘 모르겠지만, 종로 기자들 사이에는 참여연대의 줄기찬 요구대로 ‘국방부 획득과장이 모 신문사의 지면을 통해 `대회전을 제안하자 참여연대가 여러 가지 전술적인 측면을 들며 `꼬리를 내렸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다. 물론 그 대회전이 국방부 홍보일색으로 돼 있어 ‘들러리’ 서는 게 아니냐는 불만도 있고, 속사정도 모르는 주제에 주제넘게 군다고 쏘아붙일 수 있겠지만 애정이 없으면 무관심하다고 하지 않던가. 애정 어린 질책으로 봐주었으면 좋겠다.

김남권 연합뉴스 기자
2002/04/28 00:00 2002/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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