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증여세법. 소득세법 개정 요구하는 전경련의 속셈


지난 3월 20일, 전경련은 ‘대주주 규제실태와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통해 IMF이후 기업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대주주들이 부당한 규제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각 분야별로 그 사례를 지적한 바 있다. 그 중 조세분야에 있어서는 다음의 3가지가 대주주에 대한 차별적 과세라고 주장했다.

첫째, 상속증여세법 제41조의 3에 의하면, 비상장회사의 최대주주 등이 특수관계자에게 주식을 양도 또는 증여하고 그로부터 3년 이내에 상장되었을 경우, 상장으로 인한 시세차익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미실현이익(아직 판매되지 않아 현금화되지 않은 상태의 이익을 말함)에 대한 과세로 위헌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둘째, 상속증여세법 제63조 제3항에 의하면, 주식평가 시 최대주주의 주식에 대해서는 20∼ 30% 할증 평가하도록 되어 있는데, 이는 합리성 없는 추계과세라는 것이다.

셋째, 현행 소득세법 체계 하에서는 비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따라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만,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를 과세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분율이 3% 이상이거나 주식보유액이 100억 원 이상인 대주주에 대해서는 예외적으로 양도소득세를 과세하고 있는데, 이것이 차별적 과세라고 주장하고 있다.

상속증여세법 통째로 부정하는 전경련의 주장

우선, 위의 조항들이 생겨난 배경을 보자. 비상장주식의 경우에는 거래가격을 포착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실거래가격이 포착되는 극히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사의 회계장부에 의해 비상장주식을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회계장부에 의해 주식을 평가할 경우, 대개 주식의 실제가치보다 저평가 된다. 이러한 현상은 재벌그룹의 계열사에서 더욱 더 두드러진다. 타계열사로부터 지원받는 관행이 프리미엄으로 작용해 주식의 실제가치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재벌계열사의 비상장주식이 상장될 경우 회계장부에 의한 평가액 보다 수배 심지어 수십 배로 주가가 급등하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 지 모른다.

게다가, 상장 후 주식을 양도할 경우에는 세금도 없다. 우리나라 재벌들은 이러한 세법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변칙증여에 자주 이용했다. 재벌 2, 3세는 상장 직전에 있는 계열사의 비상장주식을 헐값에 사들인다. 비록 헐값이지만 회계장부에 의한 평가액을 기준으로 보면 적정가격이므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 후 상장되어 주가가 천정부지로 뛰게 되면 이를 팔아치워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것이다.

그 예를 보자. 지난 95년 삼성그룹의 이재용은 계열사인 (주)에스원 주식 12만1800주를 23억 원에 매입했다. 매입 직후인 96년 1월에 에스원의 주식은 상장되었고, 주식은 가파르게 상승해 30만 원대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이재용은 주식을 팔아치우기 시작해 약 350억 원의 시세차익을 남겼다. 그런데도, 이재용은 증권거래세 외에 어떠한 세금도 납부한 바 없다. 이러한 재벌들의 행태가 참여연대에 의해 폭로되자 정부에서는 위와 같은 조항을 신설(또는 개정)하게 된 것이다. 즉, 전경련이 대주주들에게 불리하다고 주장하는 위의 조항들은 대주주들의 파렴치한 변칙증여 행태로 인해 생긴 것임을 먼저 상기해야 할 것이다.

전경련은 비상장주식의 상장시세차익에 대해 증여세를 과세하는 것은 미실현이익에 대한 과세로서 위헌소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실현이익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위헌소지가 있을지 몰라도 증여세는 그렇지 않다. 전경련의 주장대로라면, 부모가 자식에게 부동산을 증여했을 경우 자식이 부동산을 팔지 않는 한 증여세를 과세할 수 없게 된다. 전경련의 주장은 우리나라 상속증여세법을 통째로 부정하는 논리이다.

또한, 최대주주의 소유주식에 대해 할증 평가하는 것은 추계과세로서 합리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최대주주라 함은 그 회사의 보유주식이 가장 많은 주주를 말하는데, 일반적으로 최대주주는 회사의 경영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최대주주가 주식을 처분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최대주주 소유주식에 대한 할증평가를 전경련의 주장대로 근거 없는 추계과세로 볼 일은 아니고, 오히려 주식거래의 현실을 반영한 조항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한편,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원칙적으로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데, 왜 유독 대주주에 대해서만 과세를 하느냐며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기서 필자는 다른 방향에서 형평성의 문제를 제기하고자 한다. ‘부동산과 비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과세하면서 왜 상장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서는 소득세를 과세하지 않는가? 소득이 있는 곳에 소득세가 있는 것이 원칙 아닌가?’

투명한 상장주식거래가 탈세와 검은 돈 막는다

전경련은 위의 조항들을 폐지 또는 개정함으로써 형평성 문제를 해결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경련의 주장은 재벌들에게 변칙증여의 자유를 다시 보장하라는 것 외에 다름 아니다. 여기서 필자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해결방법을 제기하고자 한다.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원칙적인 양도소득세 과세와 상속증여세법의 완전포괄주의 도입’으로 형평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필자의 주장에 대해 반론이 있을 것이다. 특히,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한 양도소득세 과세에 대해서는 소액주주가 피해를 입고, 주식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소액주주를 보호하고 주식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2001년 투자자별 주식투자비중(시가총액 기준)을 보면, 정부 8.9%, 기관투자자 15.4%, 일반법인 17.1%, 외국인 32.2%, 개인투자자 26.4%이다. 이중 기관투자자와 일반법인은 이미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법인세를 납부하고 있으므로 이 제도를 새로 도입한다고 해서 동요될 이유가 없다.

외국인의 경우, 주식양도차익에 대한 거주지국 과세 원칙을 조세협약에 명시한다면 역시 동요될 이유가 없다. 결국, 상장주식양도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신설할 경우 영향을 받는 부분은 26.4%의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이다. 여기서, 개인투자자에게 4000만 원 정도의 기본공제액을 인정해준다면 대다수의 소액투자자는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다. 즉, 매 주식거래 마다 소득세를 과세하는 것은 아니고, 1년간 양도차익을 통산하되 양도차익이 4000만 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서는 15%의 세율을 적용하여 과세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대다수의 소액주주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세 부담의 증가가 우려되는 부류는 개인적인 대규모 투자자인데, 이중에서도 회사의 경영권확보를 목표로 주식을 보유한 사람은 주식을 쉽게 양도할 의사가 없으므로 양도소득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결국, 단기적인 시세차익을 목표로 하는 대규모 개인 투자자가 양도소득세에 영향을 받을 것이나, 소수에 불과한 이들에게 과세한다고 하여 주식시장이 혼란에 빠지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도입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일 때 이 제도에 반대하는 측의 주요 논리는 금융시장이 큰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협박이었다. 그러나, 그들의 주장과는 달리 금융시장에 별다른 동요가 없었음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기득권층은 현 제도에 의해 이익을 얻는 계층을 말한다. 반대로 말하면, 제도가 개혁될 경우 손해보는 계층이 기득권층이다.

예로부터, 제도개혁을 주장할 때마다, 기득권층은 현 제도가 바뀌면 나라가 망하는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국민들을 협박해 왔다. 그러나 현명한 국민은 그러한 협박에 굴하지 않고 역사를 발전시켜왔다. 기득권층이 이 제도의 도입에 대하여 극구 반대하는 이유는 단지 세 부담이 늘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 제도가 정착되면 상장주식의 거래가 투명해진다. 이 경우, 상장주식을 이용한 탈세와 검은 돈의 유통이 매우 어렵게 된다. 이것이 기득권층이 진정으로 걱정하는 이유다. 우리 국민은 현명한 국민인가?

윤종훈 회계사
2002/04/28 00:00 2002/04/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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