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출신 울산시장 미완에 그쳐


2002년 6·13지방선거는 월드컵 속에 철저히 묻힌 ‘죽은’ 선거였다. 투표율도 사상 유래 없는 48%를 기록하는 등 유권자들은 정치에 등을 돌렸다. 이 속에서 한나라당은 절반 이상을 상회하는 당선율을 보였다. 부패한 민주당을 심판하자는 정서가 유권자들의 가슴과 통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의 주요특징 중 하나는 민주노동당이 자민련을 제치고 제3당으로 우뚝 선 점과 전국에서 농민후보, 노동자후보, 여성후보, 환경후보, 자치후보들이 선전했다는 점이다. 명실상부 풀뿌리정치가 시작되는 것일까. 전국의 시민운동가들은 각 지역 선거결과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그들의 심층 분석을 들어보자.

편집자 주

=============================================================

울산

“민주노동당만의 무기가 없었다”

진보정당 출신 울산시장 미완에 그쳐

김태근 울산참여연대 사무국장 tkkim36@hanmail.net

우리 정치사상 최초로 진보정당의 광역단체장 승리의 염원을 안고 출발하였던 민주노동당 울산광역시장 송철호 후보의 도전은 진보정치 개혁정치의 구현을 희망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아쉬움과 좌절감을 더해준 채 막을 내렸다. 투표율 53% 중에서 한나라당 박맹우 후보가 19만7772표로 53.07%를 차지했고 민주노동당 송철호 후보는 16만2546표를 얻어 43.61%에 그쳤다.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의 적극적인 지지와 시민사회단체의 내용적 지지를 얻고 있는 개혁ㆍ진보 후보와 상대적으로 인지도와 지지도 면에서 취약한 한나라당 후보의 대결로 시작된 이번 울산시장 선거는 선거 시작 전 각종 여론조사에서 줄곧 5∼10% 정도의 차이로 앞서가며 당선 가능성이 높은 선거였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부패정권에 대한 심판과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이슈를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막판 역전패로 끝나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강한 노동조합운동 등 진보정치의 실질적인 구현의 교두보로 여겨지고 있는 울산, 그래서 진보정치를 꿈꾸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지역인 울산의 집권실험은 지난 2000년 총선에서 최초의 원내진출 교두보 마련의 실험실패에 이어 또다시 실패의 아픔을 던져주고 있다.

정당과 후보 이미지 불일치의 문제, 일부 지역언론을 앞세운 상대당의 흑색비방선전, 3자연대(노동조합, 정당,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가동의 미흡, 월드컵으로 인한 선거 무관심 등 선거결과를 두고 이러저러한 평가가 표출되고 있다.

그러나 역시 선거패배의 가장 큰 원인은 따로 있다. 전국적인 지방선거 결과에서 드러나듯 부패한 민주당 정권에 대한 국민적인 분노와 부패정권 심판을 앞세운 한나라당의 선거운동을 극복할 수 있는 송철호 후보진영의 무기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지로 선거 초기 앞서가던 여론이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두 번에 걸친 울산 방문을 통해 역전되었다는, 한나라당과 민주노동당의 내부 분석은 이러한 사실을 반증해 주고 있다.

노동자 서민의 편에서 항상 함께 해온 인권변호사, 깨끗한 시장 송철호의 이미지로는 지역정서를 기반으로 한 한나라당의 역공을 극복하기는 어려웠다. 또한 실험단계인 진보정당이 어쩔 수 없이 겪게 되는 아픔이겠지만 지역발전을 내세운 거대정당에 맞서 유권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진보정당의 쓸 만한 무기가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보정당 최초의 광역단체장 집권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울산은 여전히 진보정치의 교두보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초단체장 2석, 광역의원 3석, 기초의원 10석을 차지했다. 98년 지방선거의 결과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최초 5%로 출발하였던 민주노동당의 정당지지도가 28.8%로 성장했고, 울산에서는 민주노동당이 제2당의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번 선거의 패배를 딛고 진보정치를 염원하는 사람들에게 울산이 더이상 아쉬움이 아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전적으로 울산 민주노동당 당원들의 몫이다.

김태근 울산참여연대 사무국장
2002/07/02 00:00 2002/07/02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6644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