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와 천식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라!
2002/2002년 07월 :
2002/07/02 00:00
의식주 변화만이 근본적 대안
월드컵 기간 중에 오존주의보가 잇달아 내려지면서 행정당국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보도에 따르면 대구의 경우 오존농도를 낮춰 선수들이 더 나은 상태에서 뛸 수 있게 하기 위해 살수차를 써 습도를 높였고 벤젠 등 휘발성 유기화합물을 많이 쓰는 업체와 업소에는 경기시간대 사용 자제를 요청했다고 한다. 대형 공사장을 대상으로 먼지가 날리지 않도록 물 뿌리기 작업을 독려했다는 뒷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공기오염이 축구경기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면 일반 시민들은 이 보도에 대해 씁쓸한 기분을 감출 수 없다. 국민들은 늘 오존에 노출되어 살아왔지만 정부는 이 같은 ‘특단의 조처’를 취한 바 없기 때문이다.
천식은 사회적 질병이다
환경정의시민연대(공동대표 이정전)는 지난 5월 7일 서울 대학로에서 ‘세계 천식의 날’ 기념행사를 갖고 천식은 사회적 질환이라고 강조했다. 거기에는 이런 이유가 있다.
지난 1998년 세계 어린이 천식 알레르기 학회(International Study of Asthma and Allergy in Childhood)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1980년대 초 3∼4%에 불과하던 소아천식 유병률이 2배 이상 증가했다. 1990년대에 6∼7세는 13.3%, 13∼14세는 7.7%로 나타난 것이다. 소아 전체로 보면 100명 중 10명이 천식을 앓고 있으며 이 중 50%는 평생 천식을 앓는다고 한다. 학령기 아동의 경우 1980년대 초반 천식 유병률이 5.7%에 불과했으나 1990년대에 10.1%로 늘었다. 더구나 이 같은 통계는 병원 내방 환자 중심으로 되어 있어 실제로
천식을 앓고 있는 수치는 훨씬 높을 것이라고 이 연구는 예상하고 있다.
서울대 환경의학연구소 조수헌 연구팀이 91년 이후 6년 동안 서울시 사망통계와 서울에 있는 200병상 이상 49개 병원 응급실에 대한 방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하루 중 오존농도가 최고 0.1ppm 이상(오존주의보 발령기준 0.12ppm)이었던 날의 이튿날에는 평소보다 사망자가 7% 더 많다는 결론을 얻었다. 연구팀은 자동차 배기가스가 주요 원인이 되는 대기중 오존오염이 호흡기 질환자 등의 사망을 앞당긴 것으로 추정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오존농도 하루 최고치가 평소보다 0.1ppm 높아지면 응급실을 찾는 호흡기 환자가 평소보다 38∼107% 증가하며 특히 어린이 환자는 오존농도가 0.05ppm만 올라가도 5배나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된 사실이다.
이에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자동차 수 증가로 천식에 해로운 이산화질소, 오존, 매연이 증가하고 있는 점 △아황산염(과자, 건어물류, 우엉, 도라지 등에 쓰이고 패스트푸드나 샐러드의 변색을 막기 위해 광범위하게 쓰이는 화학물질) 등 식품첨가물에 대한 정부 규제가 미비한 점 △기업의 유해 화학물질 방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 등을 근거로 들며, 천식은 개인적 질병이 아닌 사회적 질병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의 2000년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1억5000만 명의 환자가 천식으로 고통받고 있으며 1년에 18만 명이 기관지 천식으로 목숨을 잃는다. 기관지 천식으로 인한 의료, 사회적 비용은 폐결핵과 에이즈의 비용을 합한 것보다 더 크다고 이 보고서는 언급하고 있다.
최근 어린이들이 천식 못지않게 많이 앓고 있는 병이 바로 아토피 질환이다. 아토피 환자는 온몸이 무척 가렵다. 알레르기와는 조금 다른 증상이다. 아토피는 심한 경우 얼굴이 화상을 입은 것처럼 벌겋게 되고 고름과 진물이 연일 흘러내린다. 가려움증이 심해지므로 아기가 긁게 되고 얼굴에 피가 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증상은 확실한 원인이 없다. 환경정의시민연대에서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이란 모임을 운영하고 있는 김소연 부장은 아토피도 환경적 요인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 부장은 “오염된 환경에서 아토피 증상이 심해진다. 의학계도 밝혀내지 못한 원인에 의해 아주 예민하게 반응한다. 천식도 넓게 보면 아토피에 속한다”며 천식과 아토피가 오염된 환경에서 증세가 심해진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아토피나 천식에는 대기오염만큼이나 실내오염의 영향도 크다. 천식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포름알데히드라는 물질은 실내에 더 많다. 접착제, 합판, 방취제, 섬유 구김방지 처리제, 가스 기구, 헤어 스프레이, 방충제, 인쇄 잉크, 담배 연기, 벽지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며 환기가 잘 되지 않을 경우 포름알데히드는 방안에 축적된다. 천식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환경정의시민연대는 크게 두 가지를 제시하고 있다. 이는 아토피 극복 방법과 유사하다. 실내오염을 줄이고 식품첨가물이 든 음식을 피하고 충분한 수면과 명상,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인터넷에는 천식과 아토피에 관한 각종 홈페이지가 운영되고 있다. 아토피를 앓고 있는 자녀들의 부모 모임 수수팥떡(www.asamo.or.kr) 사이트에는 연일 네티즌들의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다음에 있는 ‘아토피성 피부염’ 카페 (http://cafe.daum.net/atopy)’의 경우 회원 숫자가 3000명이 넘으며, ‘천식 따라잡기’라는 카페(http://cafe.daum.net/chunsik)도 회원이 900명이 넘는다. 이러한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아이는 아프다고 호소하는데 병원에 가도 특별한 효과가 없다고 안타까워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있다. 더 안타까운 것은 아토피가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증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아토피성 피부염’ 카페의 한 네티즌은 “나는 초등학교 때부터 아토피 증세가 나타난 이후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심해져서 너무나 고통스러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토피 증세가 나타났다. 정말 인간 취급을 받지 못했다. 목욕탕에 가는 것도 창피했고 쫓겨난 적도 있다. 그래서 정말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 1년 넘게 매일 자연식만 먹고 운동을 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산에 갔다. 운동 후에는 냉온요법과 풍욕을 번갈아 가며 했다. 주변을 깨끗하게 하려는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이제야 삶이 즐겁다”고 털어놓았다.
삶을 소박하게 만들어라
환경정의시민연대는 천식과 아토피를 이겨내기 위해 개인이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은 이제 삶을 소박하게 만드는 방법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새로운 물건을 쓰지 말아야 한다. 공장을 거쳐 나온 물건은 나쁘다. 삶을 소박하게 만들어라. 동대문에 밀집된 옷가게들에 가면 머리가 아픈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의복도 가장 많은 화학물질이 축적되는 곳이다. 새 옷에서 염색 처리한 물질과 독성이 우리 몸을 변화시킨다. 새 옷을 입지 않는 게 제일 좋고 입으려면 천연세제로 세탁한 후에 입어야 한다. 음식물은 또 어떤가. 인간의 몸을 약화시키고 있다. 새 건물에도 살지 말라. 집을 자주 고치지 말고 페인트칠도 자주 하지 말아라. 그 속의 작은 독성에도 아이들은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다.”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의 부모들도 그들의 경험과 자료를 모은 『아토피를 잡아라』라는 책을 최근 펴냈다. 이 책에 따르면 아토피에서 벗어나려면 의식주 생활이 먼저 변해야 한다. 음식은 채소와 현미잡곡밥을 많이 먹고 육류와 우유, 달걀 섭취를 줄여야 하며 양식 어류와 설탕을 피한다. 이유식은 늦게 시작할수록 좋으며 캔 음료는 마시지 말아야 한다. 집안은 환기를 자주 시키고 새 집은 위험하다. 중고가구를 쓰는 게 좋고 방향제와 탈취제는 쓰지 말아야 한다. 옷은 되도록 물려 입고 면으로 된 침구류를 사용하며 빨래는 충분히 헹군다. 세탁보조제는 위험할 수 있으므로 광고들에 현혹되지 말며 드라이 클리닝한 옷은 바람에 말린 후에 입어야 한다.
그리스어로 아토피는 이상하다는 뜻이라고 한다. 개인뿐만 아니라 정부, 의료계, 시민단체가 한 몸이 되어 이러한 병이 사회적 질병임을 인식하고 대책 마련에 들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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