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최대 주주 부상에 위협받는 공공성


지난 5월 21일 정보통신부는 정부소유 KT 지분의 완전매각에 성공함으로써 KT 민영화를 끝마쳤다. 정통부는 이로써 규제의 공정성 및 중립성 확보, 국제사회에서 국가신인도 제고,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의 길을 열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그러나 KT 민영화 과정에서 SK텔레콤이 전체지분의 11.34%를 확보해 최대 주주로 등장하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다.

애초 정통부는 삼성과 LG, SK텔레콤 등 몇 개 기업이 KT 지분을 고르게 나눠가져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선진 경영구조’를 이룰 수 있으리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통부의 기대는 여지없이 빗나가 최대주주 SK텔레콤이 KT 경영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되었다.

SK텔레콤의 교묘한 주식취득 과정

SK텔레콤의 KT 최대주주 부상은 삼성이 주식매각에 참여하여 기업을 인수하는 것에 대한 정부의 우려, 그리고 SK텔레콤의 교묘한 말 바꾸기를 업고 이루어질 수 있었다.

매각 전주만 해도 SK텔레콤은 삼성의 KT 인수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KT 입찰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SK텔레콤은 그 이튿날 “2% 정도 들어갈 생각이 있다”고 말을 바꿨고, 18일 이루어진 정부보유 KT 지분 청약에서 청약상한인 5%를 청약하여 3.78%를 배당받았다. 이후 청약과정에서도 SK텔레콤은 “KT의 SK텔레콤 지분율인 9.27%만큼만 보유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20일 청약에 따라 취득한 지분의 2배에 해당하는 교환사채를 청약할 수 있는 자격을 바탕으로 5.77%의 지분을 더 얻어 9.55%의 주식을 취득했다. 이어 SK는 21일 KT 주식 1.7%로 교환할 수 있는 교환사채(EB)도 취득하여 총 11.34%의 KT 지분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와 시민단체들의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던 삼성은 삼성증권이 0.6%의 KT 주식을 취득하는 데 그쳤다. 삼성생명과 삼성투신의 컨소시엄은 KT로부터 기관투자자로 분류되어 전략적 투자자에게 배정된 15%의 주식 중 단 한 주도 인수하지 못했다.

SK텔레콤이 KT 주식을 매입한 이유

정보통신부는 예상과 달리 SK텔레콤이라는 특정재벌에 KT 지분이 몰린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SK텔레콤의 돌발적인 주식청약으로 ‘소수의 안정적 전략적 투자자 확보’에는 차질이 생겼으나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정통부는 “이번 주식매각 공고시 ‘기존 통신사업자 중 내부규정 등에 의하여 경쟁회사의 경영권 참여를 제한하고 있는 해당회사의 경우 사외이사 추천시 정부의 선임 협조를 배제하는 규정에 의하여 SK텔레콤의 KT 사외이사 확보는 불가능함”이라는 의견을 냈다. 또 “SK텔레콤이 KT를 실질적으로 지배할 경우 이동통신시장 독점(86%) 등의 문제로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심사대상이 되어 시정조치가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도 보고서를 통해 “한국법이나 KT의 현상황에 비추어 SK텔레콤이 11.34%의 지분만으로 KT의 경영권을 장악할 수 없다는 것은 매우 분명하다”고 밝히고 있다. KT의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이사회를 장악해야 하는데 11.34%의 지분을 가지고는 총 주주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한 이사선임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추가 지분확보를 통한 경영권 장악 역시 정통부가 밝혔듯이 공정거래법의 제한을 받아 불가능하다. 또한 상법의 ‘상호보유주의 의결권 제한’ 조항도 SK텔레콤의 KT 경영권 장악을 결정적으로 방해한다. 즉 기업이 서로 상대방의 지분 10%를 갖고 있을 경우 서로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현재 KT는 SK텔레콤의 지분 9.27%를 갖고 있다. KT가 SK텔레콤 지분 0.73%를 더 갖게 되면 SK텔레콤의 KT 지분은 의결권을 상실하게 된다.

그런데도 SK텔레콤이 2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KT 지분을 사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위평량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국장은 이런 분석을 내놓는다.

“SK텔레콤이 KT의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하는 것은 현재로선 어렵다고 본다. 하지만 자기지분과 자신들을 지지하는 소수지분을 규합하여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가능하다. 또 KT가 SK텔레콤 지분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SK텔레콤은 취득한 지분을 통해 자신들에 대한 KT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SK텔레콤의 KT지분 확보 이유를 분석한 그는 “하지만 SK텔레콤의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KT 인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부보유 KT 주식의 매각에 있어 정부와 시민단체가 특정재벌에 의한 KT 인수를 경계한 것은 특정재벌의 지배가 KT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산간벽지에서의 통신시설 운영 등은 KT가 공기업이었기 때문에 이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KT의 경영권이 특정기업으로 넘어갈 경우 더이상 적자가 예상되는 서비스는 기대하기 힘들어진다. KT의 지분이 삼성, LG, SK텔레콤 등 여러 기업에 균등하게 배당되어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책임경영’이 이루어질 수 있기를 정부가 원했던 것도 이러한 논리에서다.

KT 공공성 유지의 핵심은 특정재벌 지배 배제

전문가들도 KT의 경영권이 특정재벌에게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민영화 이후 KT의 공공성을 유지하는 관건이라고 말하고 있다. 때문에 KT의 민영화 완료에만 집착해 일을 조급하게 처리한 정부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위평량 국장은 “지난해 KT 주식 매각에 실패했던 정부가 대기업이 참여할 수 있는 범위를 5%로 제한하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15%까지 인정함으로써 SK텔레콤에 11.34%의 지분이 집중되는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KT가 특정 대주주의 경영간섭을 차단하고 공공성을 실현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체제가 안정화되는 때까지 전환우선주 조항의 한시적 도입 △독립적인 사외이사 선임방식 도입 △사외이사의 권한 강화 △대주주와 자회사 등과의 거래 때 이사회와 감사위원회의 승인 의무화 △KT의 공익적 기능을 유지, 강화하기 위해 노조와 소비자 대표 등이 참여하는 위원회 설치 △통신위원회 강화 등을 요구했다.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위평량 국장은 “특정재벌이 KT 경영권을 장악하지 못하도록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최소한의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T 민영화 과정은 책임경영 보장과 공공성 유지라는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정책이 공염불에 지나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교묘한 방법으로 지분을 확보한 SK텔레콤의 태도를 비난하기에 앞서 정부는 안일한 대응을 반성하고 공기업의 민영화 이후 공공성 확보 방안을 확실히 세워야 할 것이다.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2002/07/02 00:00 200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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