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의 사돈어른을 모시고 면회하던 그 어느날, 그 어른이 아들을 꼭 붙잡고 연신 되뇌이던 탄식이 오늘도 귓전을 울립니다.

“아이고 이 바보, 바보야!!”

매부, 처음 기무사에 구속될 때에는 꽃샘추위가 걱정이었지요. 그런데 이제는 더위가 걱정이군요. 이렇게 벌써 계절이 바뀌고, 1심 만기일조차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FX사업에 기여한 공을 크게 인정받아 보국훈장까지 받았던 조주형 대령. 그런데 아무 계산속도 없이 정말 바보처럼 국가와 민족의 이익밖에 모르며 마냥 헌신한 매부의 삶은 정녕 다 어디로 흩어진 걸까요?

정말로 눈가로 가슴속으로 한없이 눈물 뿌리며 거리를 누비고 정신없이 쫓아다녔지요. 이 바보를 어떻게 좀 구해볼 수 없을까, 어떻게 해야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미국놈들 비행기를 땅바닥에 떨굴 수 있을까 고뇌에 고뇌를 거듭하면서.

비겁하게 사느니 얼마나 영광스런 몫이냐고, 역사에 길이 남을 일이라고. 진정한 군인이요, 애국자라고 남들이 아무리 위로하고 위로해도, 쓰리고 고통스럽기만 하던 내 가슴은 그래도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이건 아니다 하고 통곡을 하더군요.

그러나 자랑스러운 바보 조 대령. 예수님도 그 시대에 한참 바보였지요. 국가와 민족을 한없이 사랑한 단순한 죄(?) 때문에 사형선고를 받고 십자가에 매달린 채 ‘네가 하느님의 아들이거든 어디 내려와 보시지, 너도 살리고 나도 살려보시지’ 하는 야유와 조롱을 받아야 했던 예수님 아니시던가요. 예수님은 세상의 정의와 구원을 위해 다른 바보들을 부르기 위해 그렇게 고난의 모범을 보이셨는가 봅니다.

그대가 유성성당의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글 하나가 있습니다. 나는 그걸 읽으며 숙연해졌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그대에 대한 신뢰가 깊어졌고 한없는 존경심이 일었습니다. 이 바보는 진정 참 바보로구나 하면서…. 오늘도 그대가 묶여 있는 계룡대를 향해 무작정 차를 몹니다. 그 막막한 길 위에 그대가 쓴 글을 한줄 한줄 새겨두면서.

“제가 나라에 봉사생활을 31년째 하고 있는데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은 총칼로 적과 싸우는 것만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힘이 약하다고 다른 나라에 고개 숙여 수억 달러씩 부당하게 지불하는 것은 우리의 자주권을 포기하는 것이고 국민의 재산을 빼앗기는 것과 동일합니다. 어느 책에서 보니까 ‘용기는 자유를 주지만 비겁은 굴종만을 가져온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살아오면서 부족함도 많고 지혜롭지 못한 부분도 많지만, 우리의 눈앞에 보이는 문제보다 더 크고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프랑스의 유명한 피에르 신부님께서는 “삶은 자유에 바쳐진 시간이다. 우리는 이 자유를 통해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고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우리들에게 ‘서로 사랑하라’라고 말씀하신 것과 자유를 연결하여 생각하면 우리는 이 자유를 아주 소중하게 여겨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하기 위해서라도 자유는 지켜져야 하며 강자에 의해 이 자유가 침해당하면 안됩니다.”

문규현
2002/07/02 00:00 2002/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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