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엔 여가, 일요일엔 사교
2002/2002년 07월 :
2002/07/02 00:00
달라지는 문화풍속도
산림청 산하 숲해설가 협회는 지난 6월 15일 제4기 숲해설가 과정 신청을 받으며 깜짝 놀랐다. 전화로 20분 만에 35명의 수강생 신청을 마감했기 때문이다. 숲해설가는 숲을 찾아오는 일반인들에게 숲의 소중함을 알리고 직접 숲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징검다리 구실을 하는 사람이다. 숲에서 살아있는 모든 것, 풀과 나무, 곤충과 동물들에 대해 공부하고 알려준다.
양윤화 간사는 “외국의 경우 직업적으로 정착되어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아니다. 다른 직업이 있는 분들가운데 숲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해설가를 자청하는 사람들이 많다. 직장인들은 주로 주말에 활동하고 주부나 정년퇴직한 어르신들은 평일에도 일한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 많고 연령층도 다양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숲해설가의 매력은 직장생활을 하면서 도전할 수 있는 일이라는 데 있다.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자연에 애정과 관심이 있는 직장인이라면 관심을 가질 만하다.
주말 지도가 변한다
주5일 근무제로 일주일 중에서 이틀의 여유가 생긴다. 이제 주말의 지도가 변할 것이다. 금요일 밤에 출발해 월요일 새벽에 도착하는 여행계획을 짤 수도 있고 의사의 충고대로 업무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며칠씩 게으름을 피워보는 것도 좋겠다.
건설회사에 근무하는 이보영 씨(26세·신사동)는 최근 이직을 준비중이다. 직장을 옮기면서 가장 염두에 두는 것은 주5일제 근무라고 한다. 이씨는 “내 주변의 사람들은 이미 주5일 근무를 한다. 금요일에 사람들을 만났을 때 마음 편하게 이야기 나눌 수도 없다. 뿐만 아니다. 최근 인라인스케이트를 구입했다. 오전 근무를 하고 나면 토요일 저녁에나 겨우 연습을 할 수 있다. 주5일 근무를 하는 곳으로 옮겨 하고 싶은 운동을 하며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자녀를 자연학교에 보내고 있다는 서경미 씨는 “아이들도 토요일에 등교한다는 게 문제다. 그러나 요즘은 부모들만 주말에 여유가 생긴다면 문제가 없다. 학교에 따라 가족 여행은 결석처리 하지 않는다. 주말엔 시골에 내려가 아이들과 농사를 짓고 싶다. 그게 더 교육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주5일제 근무 이후 가족과의 시간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그러나 주5일제 근무가 모두 장밋빛은 아니다. 이틀을 활용하는 방법은 처음엔 서투를 수밖에 없다. 아직 성인들에게는 함께 모여 술 마시는 일 말고 별다른 일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모양이다.
한 택시 기사는 “금요일은 늦은 시간이면 콜택시 부르기도 힘듭니다. 토요일 밤만큼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토요일에 근무하지 않는 회사가 많아져서인지 늦은 시간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타고 집에 들어가는 사람이 많습니다”라며 금요일 밤의 풍경을 전했다.
주말을 준비하자
지난 6월 6일 대학로에서는 직장인 연극협의회 봉산탈춤패 ‘신명’이 공연을 올렸다. 뿐만 아니라 직장인 밴드나 노래모임 등은 활발하게 직장인들의 문화적 욕구를 채우고 있다.
교육연극웹진 ‘놀랬지넷’(http://www.nolatzi.net)은 최근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에 대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있다.
놀랬지넷을 운영하는 윤명미 씨는 “아직 연극이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문제다. 생활 속의 연극에 대한 인식이 높아진다면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은 활성화될 것이다. 직장인들이 연극을 통해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 볼 수 있다. 나이트만 가는 게 전부가 아니다”고 말했다. 주5일제 근무를 통해 공연을 위한 일반적인 연극에서 벗어나 토론연극이나 사회극, 사이코드라마 등 시민들의 다양한 문화체험의 장을 만들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참여연대 간사들 중 일부는 지난 6월 15일부터 인근 특수학교로 자원활동을 나가고 있다. 자원활동에 참여하는 한 간사는 “시민단체들은 주5일제 근무를 시행하고 있는 곳이 많다. 활동가들도 주말을 의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활동가들은 공익을 위해 자신이 일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자원활동 등 주위를 돌아보는 일에 나서지 않는다. 나는 이미 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활동가일수록 주말을 통해서라도 이러한 체험을 통해 다양한 시각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며 자원활동을 시작한 이유를 밝혔다.
제페토가구교실(http://www.diyschool.com)에 근무하는 박길자 씨는 “자신이 직접 목재가구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직장인들의 문의가 많고 전보다 활발해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직은 초기단계이다. 주5일제 근무가 시행되고 정착이 되면 더 많은 활동이 생길 것이라고 본다. 주5일제 근무 초기단계에는 여행을 떠나는 등의 현상이 많겠지만 몇 달이 지나면 그런 분위기는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며 이를 대비한 프로그램을 계획중이라고 밝혔다.
박씨는 “현재 직장인들의 경우 등록을 하고도 못 나오는 경우가 많다. 주로 30∼40대 직장인들이다. 가족단위로 우리 교실에 찾아와서 가구를 만들기도 한다. 인기가 많은 프로그램은 외곽으로 우리가 찾아가서 가구 교실을 여는 것이다. 주로 10가구 이상이 모인 동창회들이 서울인근에서 캠프를 열고 우리를 부른다. 그러한 캠프에서 가족단위로 목재가구를 만들면서 주말을 보내곤 한다. 아주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여행사에 근무하는 정광현 씨는 최근 인도영화보기 모임을 만들었다. 인도관련 여행사에서 근무하면서 모은 인도영화들을 주말이면 클럽을 빌려 동호회 (http://cafe.daum.net /indiamovie)회원들에게 보여준다. 500여 명의 회원들은 한 달에 두어 번 모여서 DVD로 영화를 본다. 운영금은 영화를 보러온 회원들이 낸 회비로 충당한다.
정씨는 “현재 극장에서 상영하지 않는 영화들을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스스로 상영회를 하는 경우가 많이 늘었다. 제3세계 영화나 일본만화들은 그런 형태로 보곤 한다. 그러나 현재처럼 주6일 근무하면서 일요일을 영화에만 투자하는 것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힘들다.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 일도 많기 때문이다. 우리 모임도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직장인이다. 토요일과 일요일 모두 쉴 수 있다면 하루는 취미활동을 하는 날,
하루는 사교활동을 하는 날로 잡아 알차게 주말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며 여가생활 활성화를 위해 주5일 근무제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소비가 전부는 아니다
이처럼 주말은 이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들은 새로운 산업을 부흥시킬 수도 있다. 그러나 새로운 삶에 대한 기대도 넘치지만 주말까지 서로 경쟁하고 소비하는 사회가 될까 우려된다.
지금까지 주말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 쉬어가는 기간에 그쳤다. 자신을 위해 쉬고 가족과 함께 놀 수 있는 기간이 아니었다. 눈에 보이는 무엇인가를 벌려야만 알찬 주말은 아니다. 돈들이지 않고도 주말을 즐겁고 가치 있게 보내는 방법은 분명 있다. 삶 속에서 즐거운 거리들을 찾는 것이 문화다.
주말에 자는 잠도, 목욕에서도 고정관념을 깨어보자. 피곤에 지쳐 곯아떨어지지 말고 편하게 잠들기 위해 음악도 고르고 청소도 하자. 비누 대신 소금으로 목욕하고 이메일은 확인하지 말자. 농약과 조미료가 들지 않은 밥상을 차려보는 것도 좋겠다.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직장을 위해 뛰기만 했던 평일을 잊고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를 마련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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