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사회는 세상과 만나는 유일한 통로'
2002/2002년 08월 :
2002/08/10 00:00
자연을 벗삼은 젊은 도예가 변규리 씨
탁한 공기 사이로 빼곡이 들어선 빌라와 다세대 주택. 그 사이를 힘겹게 가로지르는 꼬불꼬불한 골목길. 저만치서 가볍게 손을 흔드는 도예가 변규리 씨(32세)를 발견할 때까지만 해도 그가 운영하는 공방이 숨막히는 도심 한켠에 자리잡은 답답한 공간이려니 상상했다. 하지만 그를 따라 걷는 동안 주변의 시야는 어느새 달라져 있었다.
답답하게 하늘을 가린 몇 층짜리 건물들은 시시때때로 나뭇잎을 흔들어 눈부신 햇살을 허락하는 키 큰 나무들로 바뀌어 있었고, 열기를 내뿜는 아스팔트는 이름 모를 풀꽃이 듬성듬성 피어있는 흙길로 변해 있었다.
공방에 들어서니 컵, 그릇 등 생활자기를 비롯해 여러 가지 도예품들로 가득 차 있다. 한쪽에는 빙글빙글 돌리면서 자기의 모양을 만드는 물레가, 그리고 한편은 섭씨 2000도까지 올라가는 커다란 가마가 자리잡고 있다.
공방 한켠에는 각종 동물모양을 비롯해 여러 가지 모양의 작품(?)들이 놓여 있었다. 기발하고 재미있긴 하지만 예술가의 솜씨라고 보기에는 조잡한 감이 있다. 이걸 멋있다고 말해야 할지 조금 유치하다고 평가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데 피식 웃으며 설명한다.
“아이들이 만든 것들이에요. 예전에 복지회관의 도예교실을 통해 가르쳤던 아이들인데 지금은 나가지는 않고 아이들이 만든 것들을 가마에 구워주고 있어요.”
처음에는 수강료 때문에 마을에 있는 복지회관의 도예프로그램에 나가 강의를 했지만 그곳을 다니면서 주변에 소외된 아이들, 그리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면서 점차 사회복지나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조금씩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참여연대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이즈음이다. 평소 참여연대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지만 선뜻 직접 참여하는 것을 저어하던 그였는데, 어느 날인가 진료를 받기 위해 찾은 한의원에서 우연히 『참여사회』를 발견했다. 한두 장 넘기다 그 내용의 충실함에 놀랐단다. 『참여사회』에 반한 그는 정기구독을 하기 위해 알아보니 『참여사회』만 구독하는 방법과 참여연대 회원이 되는 방법 두 가지 선택이 있었다. 내친 김에 책도 보고 조금이나마 참여연대에 도움이 되고 싶어 회원가입을 했다.
“솔직히 참여연대의 활동이 워낙 전문적인 분야가 많다보니 자세히 알지는 못해요. 하지만 ‘작은권리찾기’운동을 통해 자신도 모르는 권리들을 깨닫게 돼요. 공방엔 TV도 없다보니 도무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수 없지요. 참여사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핵심을 찔러 기자의 어깨를 무겁게 만든다. 그 어떤 질책보다 더 열심히 그리고 신중하게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든다.
“참여사회가 무게감을 잃지 않으면서도 시민들에게 좀더 가깝게 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단순히 사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원인분석, 대안모색 등 심층적으로 접근했으면 해요.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시각을 소개해 객관성을 잃지 않고 독자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내용을 담아내는 책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이야기 도중에도 틈틈이 아이들이 만든 작품들을 다시 가져다주기 위해 일일이 다시 싼다. 아이들의 작품을 자신의 작품보다 더 소중히 다루며 하나하나의 작품마다 이름을 적고, 행여나 깨질세라 조심스레 포장한다. 시민단체 활동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항상 미안해 하고 있지만 이러한 자신의 모습이 더욱 아름다운 참여라는 것을 그는 알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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