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5대 부패척결운동 재발진


‘아들’ 때문에 다들 난리다. 대통령의 아들들이 각종 청탁에 얼굴을 빌려주고 돈을 챙기는가 하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이나 되는 용돈까지 받아온 사실이 드러났다. 아들들의 뒤를 봐주며 권력의 단맛을 즐겼던 청와대, 국가정보원, 검찰, 국세청 등 권력기구 관계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협잡과 청탁의 범위와 다양성이 상상을 초월한다. 그러나 특별검사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검찰이 ‘권력형 비리’를 완전히 파헤쳤을 것이라고 믿는 국민은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깨끗한 대통령은 불가능한 것일까?

낯설지 않은 이 권력 말기의 부패추문,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사실 지금의 정치제도와 권력구조에서 깨끗한 대통령이 나오기는 힘들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자금이다. 정치자금의 대부분은 선거 때 풀린다. 예를 들어 지난 대통령 선거 때 법정선거비용은 300억 원이 조금 넘었다. 그런데 선거를 좀 안다는 사람들은 실제로 풀린 돈은 후보당 수천억 원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 돈은 후보 자신이나 가장 가까운 사람들이 만들어 직접 조직에 푼다고 한다. 대통령이 될 사람과 그 돈을 관리하는 사람, 이들은 탈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함께 넘나드는 공범이다. 따라서 대통령의 돈을 관리하는 사람이 나중에 권력의 핵심부에 서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쥐꼬리만한 권력에도 설탕맛 본 개미떼처럼 사람들이 꼬이는데 하물며 대통령의 권력을 나눠 갖는 이들에게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수천억 원의 돈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불법적으로 정치자금을 조성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 탓에 우리나라 대통령은 출발점에서부터 원죄를 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온갖 궂은일을 맡아온 충성스런 부하들은 권력실세로 떠올라 권력의 단맛을 마음껏 누린다.

문제는 권부 중의 권부인 청와대나 국정원, 검찰이 이들 권력실세의 손아귀에 놀아나고 있다는 것이다. ‘무관(無冠)의 실세’ 권노갑씨가 국정원 차장으로부터 정기적으로 정보보고를 받았으며 대통령의 아들의 뒤를 봐주었다고 실토했다. 검찰 간부들은 권력형비리 사건의 수사상황을 당사자들에게 신속하게 알려주고 대책까지 조언해주고 있다. 청와대는 또한 사건을 무마하거나 선처를 부탁하는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시민단체들이 정치자금제도 바꾸자, 부패방지제도 만들자, 검찰 개혁하자 아무리 외쳐도 공염불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임기말에도 ‘황태자’ 김현철 씨 사건을 비롯한 일련의 부패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은 울화를 삭여야 했다. 이런 상황을 집요하게 공격하며 대통령 후보로 나선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의 친인척을 특별관리하겠노라고 수십 번 다짐하고, 강력한 부패방지제도를 만들겠다는 공약을 거듭했다. 그래서 만들긴 만들었다. 대통령이 되고 3년이나 지난 후인 2000년에, 그것도 껍데기만 남은 부패방지법을 말이다. 대통령이 될(!) 사람들의 ‘부패척결 공약’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권력을 쥐기 전에 해결해야 한다. 그들에게 부패척결 의지가 있다면 대통령이 되기 전에 부패의 뿌리를 뽑으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

어떻게 보면 바로 지금이 부패청산의 바탕을 만들 수 있는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인 것이다.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은 온갖 비리가 밝혀져 국민의 지탄을 받고 권력을 잃게 될 지경에 놓여 있고, 야당은 연일 ‘부패정권 심판’이라는 융단폭격을 해대고 있다. 부패척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하자는 데에는 여야가 한 목소리다. 이 기회를 잃으면, 확언하건대, 5년 뒤에 또다시 이 지긋지긋한 권력형비리 레퍼토리를 감상해야 할 것이다.

참여연대의 부패척결 개혁과제 연내입법 주장

이 때문에 참여연대는 지난 5월부터 다섯 가지 부패척결 개혁과제를 대선 전에 반드시 입법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 다섯 가지는 다음과 같다.

첫째,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를 신설하는 것이다. 사건 터질 때마다 특별검사를 임명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예 권력과 정치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상근하는 특별검사’를 두자는 것이다. 권력자들이 상관할 수 없는 검사들이 권력층의 비리사건을 상시적으로 수사하여 기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 검찰청법을 고쳐,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고 독립적인 수사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통령-법무부장관-검찰총장으로 이어지는 검찰 인사권을 독립시켜야 한다. 검찰인사위원회를 명실상부하게 운영하고 이른바 ‘검사동일체 원칙’을 깨야 한다.

셋째, 공직자윤리법을 뜯어고쳐야 한다. 수천만 원의 떡값을 받아도 처벌할 규정이 없는 공직자윤리법은 쓸모없다. 게다가 대통령 등 권력층의 친인척들이 번번이 문제가 되는데도 이들은 재산 변동상황을 보고할 의무조차 없다. 또한 신종 로비수법으로 주식이 애용되고 있는데 이를 막을 장치가 없다. 공직자의 재산은 더 철저하게 공개되어야 하며 뇌물을 ‘떡값’이라고 둘러대며 처벌을 피해나가는 구멍을 막아야 한다.

넷째, 돈세탁방지제도를 바꿔야 한다. 범죄나 비리에 사용되는 돈을 세탁하는 기법은 날로 정교해지는데 우리의 돈세탁방지제도는 은행 직원이 ‘아! 이 돈이 범죄에 연루되었구나’라고 판단해서 보고해야만 추적할 수 있는 기묘한 제도다. 은행 직원들이 이 귀찮은 일을 왜 보고하겠는가? 일정액 이상의 현금이 오가면 무조건 보고되도록 하고 금융정보분석원이 계좌추적을 통해 범죄사실을 밝혀내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해외 금융거래에만 주고 있는 계좌추적권을 국내거래로 확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말 많고 탈 많은 정치자금법의 개정이다. 정치인들은 정치자금법을 우습게 생각한다. 자신이 정치자금으로 받은 돈과 선거 때 쓴 비용을 제대로 보고하는 정치인도 드물다. 그렇게 해서는 정치하기 어렵다고 강변한다. 정치자금법을 잘 지키지도 않지만 정치자금을 누구에게 받아쓰고 있는지 밝히지 않아도 그만이며 그에 대한 수사나 처벌도 찾기 어렵다. 이런 풍토니 깨끗한 정치를 기대하는 유권자들이 바보다. 선거와 정치에 돈이 든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누구에게 받아서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 밝히는 것이 정치부패 척결의 핵심이다.

이런 과제들을 정치권이 앞장서서 입법화, 제도화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는다. 7월 초, 참여연대 관계자들이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당대표, 대통령 후보들을 직접 만나 연내입법을 촉구했다. 그러나 원칙적으로 공감하지만, 상대 당이 의지가 없어서 혹은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당내 인사들이 반발해서 쉽지 않을 것이며 특히 정치자금법 개정에는 정치인 대다수가 난색을 표명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을 뿐이다. 국회의원 전원에게 이런 개혁과제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고 했더니 65명만 답변을 보내왔다. 사실 부패척결제도를 완벽하게 만들자는 요구는 권력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나 앞으로 쥐게 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곤혹스런 것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유권자들이다. 차기정권에서 혹시 이뤄질지도 모르는 껍데기 ‘반부패공약’을 놓고 정당과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바로 지금 부패척결의 근본대책을 입법화하고자 노력하는 정당과 후보를 선택할 것인지 말이다. 지금 유권자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대안이다. 깨끗한 대통령을 만들 다섯 가지 부패척결 대안들의 연내입법을 위해 참여연대 사이트를 방문해 서명해 주시기 바란다. peoplepower21.org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2002/08/10 00:00 2002/08/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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