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는 지난호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대통령 후보자와의 인터뷰에 이어 이번호에는 지난 8월 16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를 만났다.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경선을 주장하며 대권에 도전한 권영길 민노당 대표는 신자유주의 광풍 속에서 벌어지는 보수정치의 문제점을 갈파하며 대안의 진보정치에 대해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그에게 최근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정연 병역비리 의혹에 대해 물었다. 편집자 주

요즘 이회창 아들 이정연 씨의 병역비리 의혹을 둘러싸고 정국이 뜨겁다. 권영길 대표는 현재 논란중인 이 문제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현재 병역비리 공방에 대해 분명히 정리할 게 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상호비방하며 결과를 승복하지 않을 태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민노당은 승복할 수 있는 수사체제인 특검제를 설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그동안 이회창 후보는 특검제를 강하게 주장해 왔다. 한 점 부끄럼 없다면 당연히 특검제를 받아들여야 한다. 8월까지 특검제 합의하고, 특검팀은 늦어도 10월까지 수사를 마무리하자는 거다. 특별검사로 누구를 임명할 것이냐는 변호사단체 시민단체 등 객관적으로 공정성을 갖는 특별검사팀이 하면 된다고 본다.”

현실 가능성이 있겠는가?

“국민들에게 호소할 생각이다. 서명운동도 곧 돌입한다. 이건 두 당의 병역비리 공방의 문제가 아니다. 정말 엄청난 문제다.”

장상 총리서리 임명동의안이 부결된 후 장대환 총리서리가 지명됐다. 둘을 비교한다면.

“장상 전 총리서리 임명과 국회 임명동의안 처리과정에 대해서 분명히 짚고 넘어갈 대목이 있다. 여성계 쪽에도 불만이 있다. 여성이기 때문에 인준부결 된 게 아니라 그 많은 여성 중에서 하필 부도덕한 면이 있다고 평가받을 수 있는 분을 임명했느냐 하는 점이 문제인 것이다. 결과적으로 여성의 정치적 활성화에 걸림돌이 됐다. 장대환 『매일경제신문』 사장은 민노당 입장에서 볼 때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민노당은 신자유주의를 거부한다. 그런데 그는 신자유주의 요소를 가장 많이 받아들인 사람이다. 그런 사람을 총리 인준에 동의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장대환 사장이 어떻게 그런 부를 축적했는지 잘 모른다. 다만, 장대환 사장은 구조조정, 대량해고 방식으로 경영했다. 그래서 매경에서 많은 기자들과 직원들이 직위를 박탈당했다. 어떻게 그렇게 많은 재산이 있을 수 있는가. 증여받았거나 다른 방법일 텐데, 그만큼 증여세를 냈느냐는 문제점이 있다. 만일 매경에서 정해진 급료로 축적했다면 사원은 죽어나는데 사장은 그런 어마어마한 돈을 받았다는 거냐. 그 자체도 문제다. 언론노조의 반대성명의 뜻을 잘 헤아려야 한다.”

지난 7월 범진보진영 단일후보를 내자고 주장했으나 물건너 간 게 아닌가 싶다. 7월말로 논의가 중단됐는데, 그 논의의 배경과 이유는 무엇인가.

“권영길의 대선 출마선언은 1차적으로 민노당 후보가 되기 위한 선언이다. 민노당은 선거에 나서는 모든 후보를 전 당원들의 직접, 비밀, 무기명 투표로 결정한다. 이 절차가 남아 있다. 민노당 후보는 범진보진영을 배제하거나 도외시하지 않는다. 민노당이 이번 대선에서 1차적으로 당 후보를 먼저 냄으로써 우월적 지위를 획득하려는 것 아니냐, 불공정한 경선이 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로 발전할 수 있다. 그러나 그런 것은 아니다. 범진보진영의 경선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고, 그렇게 노력하겠다. 그럴 가능성 있다고 본다.”

얼마 전 사회당 김영규 대표가 한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민노당은 보수 제3당’이라고 지적했다. 녹색평화당도 후보물색중이라는 입장이다. 이러면 진보진영의 경선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이고 각개약진 하는 게 아닌가.

“사회당 김영규 대표께서 어떤 근거에서 그런 말하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민노당의 대표로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좀더 대중적으로 나아가라는 요구다. 민노당이 좌편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나면 훨씬 더 정당다운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대중은 생각하고 있다. 그런 애정어린 충고를 받고 있다. 우리도 고민중이다. 이런 와중에 김 대표의 발언이 대중적으로 얼마나 수용될 수 있겠는가 하는 답변만 하겠다.”

6·13지방선거에서 8.1%의 득표율을 보였는데, 어떤 평가를 내리고 있는가.

“일단 정밀하게 표를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 재정상태로 볼 때는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예산 때문에 적절한 시기에 못했더니 시기를 놓쳤다. 한나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부정정치심판을 내걸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부패정치심판을 내건 한나라당 지지자가 늘어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부패정치를 심판할 수 있는 정당인 민노당 지지자가 늘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순수하게 새로운 지지를 확보한 정당은 유일하게 민노당뿐이다. 민노당의 표는 더 이상 사표가 아니란 걸 깨닫기 시작했다. 현장에서 거리에서 농촌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있다. 그들은 잘해보시오, 희망 있다, 지난번과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목표는 뭔가.

“권영길은 세상을 바꾸기 위해 대선에 나왔다. 만일 대통령 당선되면 세상 바꿀 수 있지 않겠는가? 그러나 권영길이가 대통령 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주춧돌을 놓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에겐 소박한 꿈이 있다. 도둑질하는 정치인 좀 안 봤으면 좋겠다는 거다. 이건 지난한 과제인 것이다. 권영길에게 100만 표 던져 10년 만에 그런 세상 만들 수 있다면, 1000만 표 던지면 5년 만에 만들 수 있다. 그 정도로 빨라지는 것이다. 하하하.”

2004년 총선으로 가는 징검다리 아닌가?

“2004년에 희망을 걸고 있는 건 사실이다. 나는 민노당의 후보, 범진보진영의 후보가 됐을 때 표를 얼마나 얻을 수 있겠는가에 대해 한번도 말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말하지 않을 것이다. 많은 언론이 몇표나 얻을 수 있겠는가 묻는다. 몇표보다 2004년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민노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가장 중요한 진보정치의 기간부대를 형성할 생각이다. 노동자, 농민, 도시서민을 민노당의 중심부대로 형성할 수 있다면 대성공이다. 이 사람들이 직장에서 가정에서 지역에서 열심히 뛰면 대성공을 거둘 수 있다. 그런데 이 기간요원들의 편성이 잘 안 돼 있는 게 사실이다. 이번에는 중심축을 건설하는 것, 그것만으로도 성공이다. 민노당 열렬 지지자를 확보하면 빛나는 승리를 거둘 수 있다.”

노동자와 농민, 빈민이 노동자의 정당인 민노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는 뭐라고 보는가.

“97년 대선 당시 어떤 사람이 이번 97년 대선 당선자는 정해져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바로 민주노총 권영길 위원장 노동자 후보라고 말이다. 전국 노동자 숫자 1300만 명. 1300만 명×2하면 2600만 명이다. 1300만 명 노동자가 누구에게 찍겠느냐. 선거는 해보나마나 당신의 승리라고 호언장담했다. 당시 권영길 30만 표 얻었다. 지금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질문이 나오는 거다. 지지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일터에서 지역에서 중심역할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노동자, 농민, 노점상, 빈민들이 나서서, ‘우리 깨닫자, 살 길은 이것밖에 없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하는 속에서 지지가 넓어지는 거다.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 만드는 게 중요하다. 이번 대선에서 그걸 만들 거다. 97년과 비교할 수 없는 깜짝 놀랄 결과를 얻을 것이란 확신을 갖는다.”

대중들이 민노당을 지지하지 않는 데는 조직력뿐만 아니라 민노당 내부문제도 있지 않은가.

“조직력도 문제가 있고, 대중들을 감동시킬 수 있는 내용을 제공하지 못한 책임도 있다. 우리 정치는 지역주의에 좌우되는 정치다. 선거는 말할 것도 없다. 지역감정, 돈, 부정선거에 좌우되고 있다. 이는 엄연한 사실이다. 이걸 바꾸지 못하는 것은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

당 활동이 미약했다고 보지는 않는가.

“결코 미약하지 않았다. 25년 기자생활하고, 언론민주화운동 한 사람으로서 이런 얘기하면 누워서 침뱉기이지만 우리 언론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언론은 정책정당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하지만 정작 정책정당 활동을 이끌지 못하고 흥미위주 보도만 하고 있다. 민노당의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대해 언론이 얼마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보도했느냐, 거의 보도하지 않았다. 우리 활동은 왕성히 했는데, 제대로 언론을 타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의 진보적 지식인 100여 명이 분야별 전문가로 참여해 공약팀을 가동시킨다고 들었다. 이번 대선에서 권 대표가 제기할 주요공약은 무엇인가.

“평등·복지·평화·통일이 주요 컨셉트이다.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평등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경제적 평등이다. 경제적 평등 없이 정치적 평등 없다고 생각한다. 현재 경제적 평등은 빈부격차의 해소다. 가난의 책임은 누구냐.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와 사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IMF 이후엔 더 말할 것도 없다. 빈부격차 책임은 국가에게 있고, 이는 국가가 해결해야 한다. 해결의 방법은 두 가지다. 국가예산 확충해서 IMF 이후 박탈당한 사람들에게 채워주는 것이다. 교육비 병원비 주택비 걱정없는 사회 만들자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무상교육. 그건 꿈이라며, 아무리 민노당 후보라지만 그렇게 비현실적인 소릴 할 수 있냐고 비판한다. 그러나 당장 실시할 수 있는 현안이다. 전체 고등학교(사립학교 포함) 재원의 97%가 국고 부담이다. 나머지 3% 해결하는 건 별 문제 아니다. 대학이 문젠데, 1년 등록금이 400만원이란다. 이걸 해결할 방법이 있다. 전국 대학생 숫자가 100만 명이라고 가정할 경우, 400만 원이면 4조 원이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이 유럽으로 도망가고 나서 44조 원이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고 밝혀졌다. 그 돈이면 우리 대학생들 10년간 무상교육 할 수 있다. 그게 행방불명됐다. 공적자금 160조 원은 또 어떤가. 한나라당이 공적자금관련 국정조사 하자는 데 나는 적극 찬성이다. 공적자금은 정치권과 재벌이 국민의 돈을 도둑질한 돈이다. 한보의 정태수 회장이 당진 제철공장 짓겠다고 은행에서 대출 받았다가 제철공장 짓는 데 다 쓰지 않고 권력자들과 한보 정태수 회장이 해외로 빼돌리고 도둑질했다. 그게 부실채권이 된 것이다.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와 있다. 이 책임을 물어야 한다. 부정축재 환수해야 한다. 여기에 동의 안할 국민 있는가.”

권 대표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 돈 다 찾아주는가.

“그건 분명히 말할 수 있다. 다 찾아준다.”

‘기획탈북’이 진행되고 있다. UN인권위에서도 최근 북한인권과 탈북인권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한국사회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진보정당인 민노당은 이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민노당은 어떤 사안이든 북한이 책임져야 할 부분이 있다면 반드시 지적한다. 책임도 묻고 비판도 한다. 서해교전의 교훈은 한반도 전체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화약고라는 사실을 일깨워준 점이다. 만일 여기서 전쟁 일어나면 필연적으로 미국이 개입하는 핵전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러면 이 민족은 전멸한다. 상류층이야 미국으로 도망가면 그만이지만 나머지는 모두 여기서 죽게 될 것이다. 이런 위험이 온존하고 있다. 이걸 없애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건 전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거다. 평화협정 체결이 더 중요한 것이다.”

북한인권에 대해 묻고 있다. 보편적 가치의 인권을 말할 것이냐, 아니면 북한 사회의 특수성을 고려해 자주권을 중요시 할 것이냐. 이 두 가치는 남한사회에서 대립중이다.

“현재의 북한사회를 정확히 보자. 조선노동당을 정확히 보자. 인권문제를 중점적으로 볼 것이냐, 아니면 남북간 긴장관계가 악화되는 것을 중점적으로 봐야 할 것이냐는 거다. 북한의 입장뿐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 동북아, 세계의 문제를 볼 때도 그렇다. 미국 부시정권은 북한을 악의 축이라 보았다. 1차가 이라크 공격이고, 2차는 북한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북한 인권문제를 전쟁이 일어나도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중점적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인권의 문제를 전쟁유발로 삼는 게 문제다. 북한은 타도돼야 할 집단으로만 봐서는 문제해결이 안 된다. 평화적인 입장을 이해하지 않고 있다. 북한의 인권문제, 탈북자문제, 기아, 전쟁문제를 총론적으로 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문제는 결코 풀리지 않는다. 70년대까지 잘살았던 북한이 80년대를 넘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왜 이렇게 못살게 됐을까. 단순히 정치를 잘못해서 그런 걸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걸까. 이걸 잘 보면, 북한을 바라보는 눈을 새롭게 설정할 수 있다.”

민노당 내부에는 모두 20개의 정파가 있다고 들었다. 트로츠키파에서 김일성주의, 무정부주의자까지. 한 정당에 그렇게 많은 정파가 모이기도 힘든데 이들의 이해와 요구를 어떻게 수렴하는가. 스스로 리더십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브라질 노동당은 제3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정당으로 평가받고 있다. 브라질 노동당은 그런 정파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민노당 역시 당내에서 여러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게 당의 단점은 아니다. 만일, 민노당 안에 20개의 정파가 있다면 참으로 위대한 정당인 것이다. 그 많은 정파를 아우르고 있지 않느냐. 우리는 획일화된 정당이 아니다. 다양한 견해를 하나로 모아낼 수 있다면 얼마나 바람직한가. 외부로 비칠 때는 논쟁 혹은 분쟁이라고 생각되는 다툼도 있을지 모른다. 물론 비효율적이고 너무 논쟁기간이 길다고 느끼겠지만, 그건 부르주아민주주의도 아직 정착시키지 못한 우리가 치러야 할 값이다.”

그동안 민노당 내부에서 치러졌던 무수한 논쟁에 대해 당 지도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해서 명쾌히 정리해내지 못했다는 비판이 있다. 좀 우유부단하고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끊임없이 듣는 문제다. 민주노총 건설부터 지금까지 들어온 이야기가 그런 부분이다. 그러나 나는 어떻게 해야 이 유리그릇이 깨지지 않는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극단적으로 보면 인기영합도 편할 수 있다. 그러나 대승적 측면에서 역사의 발전을 보지 못하는 것은 문제다. 민노당은 유리그릇이다. 이거 깨지고 나면 다시 이 유리그릇을 만들지 못한다. 현재 민노당 틀 부서지면 민노당 대표로서 민족 앞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짓는 거다.”

민노당의 대선자금은 얼마나 쓸 계획인가.

“지구당위원장 회의 했을 때 실무팀이 보고하기를 최소 33억 원 정도라고 했다. 33억을 어떻게 만드느냐는 것이 민노당의 고민이다. 만일 현행대로 하면 민노당은 5억 원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데, 중앙선관위가 제안하는 대로 법제화되면 그 돈을 받지 못하게 돼 있다. 민노당으로 볼 때는 이게 독약이다. 이번 대선은 철저히 미디어선거로 광고횟수 늘이고, TV연설 하는 것 다 돈 들여서 하는 거다. 20분짜리 TV연설 한 번 하는 데 97년에 2억이었다. 20회 한다면 그 돈이 어디 있겠는가. 우리 같으면 1번도 제대로 못하는 돈이다. 이런 선거공영제의 맹점을 국민들이 잘 깨닫기 바란다.”

권 대표의 개인재산은 어느 정도인가.

“법적으로 공표하는 재산은 4억 원 정도 된다. 프랑스 파리로 공부하러 가면서 1980년 성남비행장 부근에 땅을 사두었다. 팔리지 않고 팔 수 없는 땅인데, 평가로는 3억 정도 된다. 그러나 기실 빚이 더 많다. 은행부채만 아마 1억5000만 원도 넘는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 전세금 같은 것도 사실은 부채니까 실제로는 더 많다.”

대선자금 공개는 할 것인가?

“물론이다.”

이번 대선에서 민노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게 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연대하지 않을까라는 관측도 나돌던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민주당이 개혁정당으로 가기를 바란다. 오늘도 기자협회 38주년 창립기념장에서 노무현 측근들을 많이 만났다. 이렇게 충고했다. 정도로 나가라, 민주당을 새롭게 만들고 노무현 후보는 거기의 중심에 서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모습을 새롭게 바꾼 민주당이라고 해도 그 길과 민노당의 길은 다르다. 노무현의 길과 권영길의 길은 다르다. 민주당의 개혁은 금융개방이 부진하다, 공기업의 사영화(민영화) 부진하다, 구조조정 대량해고 박차를 가하자. 이런 거다. 권영길과 민노당의 입장에서 볼 때 이건 반개혁이다. 이건 IMF의 요구사항이고, 신자유주의다. 미국 뉴욕 월가의 초국적 자본이 만들어낸 것이다. IMF는 미국의 꼭두각시고 그 미국은 뉴욕 월가의 금융자본을 말한다. 이건 세계 학계가 대부분 인정하는 바이다. 미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미군문제가 아니다. 그럼 노무현 후보가 미국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분명히 낼 수 있느냐. 못 낸다. 어떻게 길이 같을 수 있겠는가.”

한국노총의 신당창당은 어떻게 보는가. 만일 한국노총이 민노당에게 합당제의를 한다면?

“한국노총은 지금까지 보수정당과 정책연합을 해왔다. 그런데 이제 보수정당과 정책연합을 하는 것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정도가 아니라고 스스로 판단했다. 진일보한 것이다. 노동자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아내야 한다. 지금부터 서로 의사를 교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노총이 아직까지 공식적인 창당선언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민노당은 한국노총과 의견을 교환할 수 있는 두 명의 창구를 개설했다. 충분히 서로의 뜻을 나눌 수 있도록 하자는 거다.”

『한겨레』 내부에서 기자들의 정당가입 문제가 논란이 됐다. 기자출신이기도 한데, 기자의 정당가입 문제와 언론사의 대선후보 지지표명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언론이 색깔을 분명히 하는 게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것은 아니다. 『조선일보』의 문제는 보수지라고 표방하지 않고, 아주 객관적 사실을 보도하는 공정한 신문이라고 표방하는 게 문제다. 프랑스의 경우, 리베라시옹? 이건 누가 봐도 진보지다. 르몽드? 중도좌파지다. 찰스 황태자 결혼식을 우리나라 언론이 특집으로 내보낼 때, 피가로는 대서특필했지만, 르몽드는 저 마지막 장에 석 줄 쓰고 말았다. 어떤 진보진영의 쟁점에 대해 르몽드가 대서특필하는데, 피가로는 보도조차 안 한다. 우리 언론도 색깔을 분명히 하는 가운데 후보 지지표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해받을 수 있다. 우리 언론은 객관적 보도라는 허구의 신에 파묻혀 있다. 정당가입은, 프랑스의 TF1 앵커는 프랑스 공산당의 중앙위원이었다. 그걸 국민 대다수가 다 알았다. 그런데, 그 앵커는 뉴스의 취사 선택권이 있고, 뉴스멘트도 앵커가 책임지고 한다. 판단은 독자가 한다. 우리도 이렇게 될 필요가 있다.”

인물평을 부탁하겠다. 정몽준, 노무현, 이회창에 대해 각각 말한다면.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역사적 비전을 가졌으면 좋겠다. 우리 민족이 지금 얼마나 절대절명의 위기적 상황에 처해 있는지 깨닫고 큰 틀에서 사고했으면 좋겠다. 정몽준 씨가 만일 대선후보가 된다면, 이런 말을 하고 싶다. 파리특파원 시절 프랑스의 어떤 교수와 인터뷰한 일이 있다. 그에게 당신의 월급이 15년 자동차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의 월급보다 적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교수의 답변은 지극히 정당한 것이다, 나는 명예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다, 내가 명예와 돈과 권력을 다 가지면 나는 도둑이다라고 했다. 재벌인 동시에 재벌2세인 한 사람이 부와 명예와 권력을 다 가져야 하느냐. 이걸 분산하는 게 필요한 일 아닌가. 노무현 후보는 현실 바탕 위에서 상황논리에 매이지 않는 정치인이라고 자부했다. 그것이 오늘날 노무현을 만들었고, 그게 노무현의 길이라고 말한다. 그 길에 말과 행동이 합일하기를 바란다.”

부인은 창원에 살고, 권 대표는 서울에 산다고 들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2000년 총선 당시 창원에서 출마했을 때, 그때 상대방 후보가 권영길은 당선여부를 떠나 그 다음날로 보따리 싸서 서울 갈 사람이라고 했다. 그때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았다. 끝나고 나서 보여주고 싶었다. 현재 나는 당 대표로 생활하느라 서울에 와 있지만 현주소는 창원이다. 그래서 집사람이 창원에 남아 민노당 지역본부 사람들 속에서 노래패 활동도 하고 지내는 거다. 나는 전국순회를 하다보니 창원을 벗어날 때가 많다.”

당 대표인데, 한달 용돈은 얼마나 쓰는가.

“진보정당의 대표는 돈 들 일이 없다. 이 점이 보수정당과 다른 점이다. 저녁식사 하면 같이 나눠서 지불하고, 대표는 당연히 제외된다. 나도 내야 되는 것 아니냐 그래도 대표는 제외하고 당원들이 낸다.”

혹시 당 대표에게 활동비를 안 주는 것 아닌가.

“맞다. 없다. 하하하. 지구당위원장은 월 30만 원의 활동비가 있다. 제때 나오는 건 아니다.”

만일 이번 대선에서 실패한다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

“질문의 순서가 잘못됐다. 만약 대통령이 된다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야 하는 것 아닌가. 노풍이 불었다 사라지고, 정몽준바람이 지금 불고 있다. 두세 달 지나면 이 바람은 지나간다고 본다. 우리 국민들은 또 다른 바람을 기대하고 있다. 바로 권풍이다. 노풍 불기 전 노무현의 지지율은 2~3%대였다. 정몽준도 마찬가지다. 권영길은 모 일간지에 따르면 8%이다. 이건 엄청난 변화다. 조금 지나면 바람이 불 것이다. 권풍.”

민노당 대표 활동 이후 다른 삶의 계획이 있다면 무엇인가.

“공식직함 벗어나 아주 자유스럽게 민중운동을 하고 싶다. 글도 좀 쓰고 싶다. 지금은 글을 쓰는 생각을 해서도 안 되고, 그런 시간을 가져서도 안 된다. 움직이면서 활동하는 게 글을 쓰는 것이다. 그게 역사적 과업이다.”

연대회의를 비롯한 시민운동진영에 요청하고 싶은 바 없는가.

“시민사회단체는 고유의 역할이 있다. 시민운동이 더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그 조직을 정치적 조직체와 결합시켜서는 안 된다. 사업의 내용으로서는 연대해야 되지만 조직 대 조직의 결합은 서로간에 바람직하지 못하다.”

한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두 개의 팬클럽이 있었다. 반면 축구선수 김남일은 1929개, 노무현 44개, 이회창 22개의 팬클럽이 있다. 대통령 후보치고 너무 대중적 인기가 없는 것 아닌가.

“억지로 팬클럽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많은 팬클럽이 만들어지지라 본다. 이 시대의 진보정치를 펴나가는 사람은 ‘역사에 살아야 한다’. 나는 역사에 살기로 했다. 그 길은 고난의 길이다. 인기는 뜬구름이다. 역사 속에서 살면 대중적 인기도 오는 것이고, 역사 속에서 살지 않으면 인기가 왔다가도 금방 사라지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권영길바람은 분다.”

장윤선(참여사회 기자)
2002/09/24 00:00 2002/09/24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7023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