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대선을 준비하는 진보정당들


12월 대선을 준비하는 진보진영의 발걸음이 숨가쁘다.

지난 6·13 지방선거에서 8.1%의 정당득표율을 얻어 제3당으로 도약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가 8월 9일 대선출마 선언을 함으로써 진보정당의 대선을 향한 행보가 본격화되었다. 민주노동당은 애초 후보자 추천을 받아 당내 경선을 통해 민주노동당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었으나, 권영길 후보가 단독 출마함에 따라 민주노동당은 일찌감치 권 대표를 중심으로 한 대선체제에 돌입했다. 부산시장에 출마해 예상외의 선전을 했던 김석준 교수(부산대학교 사범대 사회교육부)가 권 대표와 함께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추대위까지 구성되었으나 본인의 고사로 당내 경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민주노동당은 8월 21일 부산지역을 시작으로 9월 6일 제주까지 ‘대통령 후보선출을 위한 광역시도 순회유세’를 거친 후 9월 8일 후보선출 대회를 통해 권영길 후보를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지을 예정이다. 이처럼 대표적인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이 대선에 대비한 뚜렷한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그밖의 진보정당과 단체들도 대선을 향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순탄치 않은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

지난 7월 16일 민주노동당, 민주노총, 전국연합 등 10개 단체는 간담회를 통해 ‘2002년 대선승리와 범진보진영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범국민추진기구(이하 범추)’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민주노동당의 구상은 사회당, 녹색평화당 등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까지 포함된 범진보진영의 연대를 통해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를 선출, 대선에 임하는 것이었지만 실제로 사회당과 녹색평화당이 불참의사를 명백히 하고, 시민단체들이 참여하지 않음으로써 범추는 제한적인 단체만이 참가한 가운데 구성되었다.

사회당은 성명을 통해 “이념적 지향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되는 범추에 불참할 것”을 분명히 밝혔다. 녹색평화당의 임삼진 공동대표는 “녹색평화당은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당으로 노동자 중심의 민주노동당과는 이념이 완전히 다르다. 또한 당헌에 의해 독자후보를 선출토록 되어있어 범추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불참의사를 천명했다.

기대와는 달리 제한된 규모로 구성된 범추 역시 민주노동당이 범추 예비경선 이전에 당내후보를 결정하고 경선에 참가하는 문제를 놓고 단체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 이와 관련 범추 참가단체인 전국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이하 전농)은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다. 구성원 중 민주노동당원이 포함되어 있는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당내후보를 선출하여 범추 예비경선에 출마한다면 불공정한 경선이 될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민주노동당이 예비경선 전 당내후보를 선출하겠다는 입장을 확정하고 일정을 진행하자 전농은 8월 20일 내부회의를 거쳐 범추 참가를 유보하는 결정을 내렸다. 전농의 강병기 정책위원장은 “애초에 범추에 참가하는 입장을 취했지만, 권영길 후보가 대선후보 출마를 선언하고 독자적인 행보를 걸음으로써 조직이 변화했기 때문에 범추 참여를 유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반해 전국연합은 민주노동당의 당내 사전후보 결정의 부정적인 견해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범추에는 참여할 것임을 밝혔다. 전국연합 정대연 정책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이 사전에 당내후보를 선출하여 예비경선에 임하는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범추 안에서의 경선구도와는 무관하게 전국연합은 범추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범추 경선 참여가 거론되는 인물로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대표를 비롯해서 오종렬 전국연합 상임의장 등이다. 범추는 10월 말경에 일반국민들이 참여하는 예비경선을 통해 범진보진영 후보를 선출할 계획이다.

사회당, 녹색평화당 독자행보

범추에 불참의사를 밝힌 사회당과 녹색평화당은 독자후보 선출을 통해 대선에 임한다는 전략 아래 대선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 이후 선거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임한 원용수 전 대표에 이어 현 김영규 교수(인하대 행정학)가 대표직을 맡은 사회당은 범사회주의 후보를 내세워 대선에 임하겠다는 전략이다. 사회당의 후보에 대해 강인성 사회당 부대변인은 김영규 대표를 비롯해, 오세철 교수(연세대 경영학), 단병호 민주노총 위원장 등을 거론했으나 현재 구속 수감중이어서 피선거권이 없는 단병호 위원장이나 오세철 교수가 사회당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현재로서는 김영규 대표가 가장 유력한 사회당 대선후보인 셈이다.

강 부대변인은 “사회주의 진영의 대통합을 대선을 통해 가시화해내기 위해 당외에 좌파적인 사회단체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며 “9월 15일 13차 중앙위원회를 통해 전당대회 일정과 대선후보 선출에 관련된 세부일정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평화당 역시 8월 말 중에 ‘대통령 후보선출 선거관리위원회’를 출범시키고 9월 말에 대선후보를 결정하여 대선에 임하겠다는 계획이다. 임삼진 녹색평화당 공동대표는 “구체적인 정책은 후보자가 결정되면 논의되겠지만, 자연과 인간의 공존을 추구하고, 녹색정치를 구현하기 위한 정책을 마련하여 후진적인 한국정치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노총 독자정당 창당 움직임

대선을 앞두고 한국노총이 신당창당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한국노총은 8월 말 ‘창당결의 임시 전국대의원대회’를 개최하고, 9월 11일 14차 중앙정치위원회 때 ‘창당준비위’를 발족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의 신당창당은 지금까지 기존정당과의 정책연합이나 지분확보 등 다양한 정치활동을 시도했으나 조합원들의 정치세력화 요구를 수렴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를 바탕으로 한국노총의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민주노동당이 지방선거에서 8.1%의 득표율을 기록한 것에 고무된 측면도 있다고 보여진다.

민주노총을 기반으로 한 민주노동당이 보수적인 성향의 한국노총 조합원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한국노총이 신당을 창당하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한국노총이 신당창당 후 이번 대선에 독자후보를 낼 가능성은 적다. 일단 신당을 창당한 후 민주노동당이나 제도권 정당내 개혁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당의 세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박동 한국노총 대선기획팀장은 “현재 한국노총 내의 상이한 입장들을 포용하기 위해 창당 이후의 방향에 대해서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놓은 상태이다. 하지만 역시 가장 바람직한 방향은 민주노동당과의 연대를 통해 공동 재창당을 하고 외연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민주노동당 노회찬 사무총장은 “노동자의 정치세력화 필요성을 깨닫고 독자정당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 현상”이라고 평가한 후 “하지만 노동자 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대선 향한 시민단체 활동도 본격화

92년 대선에서의 백기완 후보, 97년 ‘국민승리21’의 권영길 후보 등 과거 대선에서 진보진영 후보들은 기대치에 못 미치는 득표율을 얻어 진보진영은 심각한 패배감에 직면해야 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4∼6%의 꾸준한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 현재의 정치지형이 유동적이라 속단할 수는 없지만 만약 대선이 양당후보의 박빙의 대결로 펼쳐질 경우 후보의 당락을 결정할 수 있는 의미있는 수치다. 민주노동당은 대선에서 5%이상의 득표를 해 진보정당의 분명한 정치세력화를 이끌어내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편 시민사회단체들도 12월 대선을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그동안 워크숍이나 내부논의를 통해 대선에 대한 대응방법으로 후보자에 대한 직접적인 당선이나 낙선운동보다는 정책캠페인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시민단체들은 구체적인 정책의제를 마련하는 데 부심하고 있다. 현재 대선을 위해 6인위원회가 꾸려져 운영에 대한 논의를 계속하고 있고, 조만간 각 단체에서 파견된 인원을 중심으로 20명 내외의 조직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번 대선에서는 ‘부패방지’에 초점을 두고 활동을 펼칠 예정이지만 반부패 사안 한 가지로 다양한 단체와 지방을 포괄하기 어렵다고 판단, 18세 선거연령 확대 등 다양한 정책마련을 위한 의견수렴을 계속하고 있다.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2002/09/24 00:00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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