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사이버 시민배심원" 사이트 개설


미라 차림은 행인에게 다양한 느낌을 준다고 본다. 불쾌한 감정은 그중 일부에 불과하다. 평균적인 일반인을 상정한다면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순간적이라 할 것이다. 오히려 흥미를 불러일으킬 수 있을 뿐 직접적인 위해는 없다 할 것이므로, 행인에게 일반적으로 불쾌감을 줄 수 있다고 본 원심의 판결은 무효로 한다. - 시민 황○○

국민의 법감정과 동떨어진 사법부의 판결을 시민의 이름으로 뒤집는다? 상상만으로도 즐거운 일이다. 정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일반 국민이 직접 투표하고, 인터넷의 보급 등에 힘입어 입법과 행정 과정 곳곳에 국민들이 직접 개입하는 등 참여민주주의가 확대되고 있다.

하지만 사법부만은 여전히 일반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성역으로 남아 있다. 사법부의 판단이 고도의 법률적 지식과 전문성을 요구하지만, 일반인의 법의식이나 변화하는 사회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 올바른 판단으로 볼 수 없다. ‘우리의 사법부는 지나친 폐쇄성으로 인해 국민의 불신을 자초한다’는 지적도 틀리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조국)는 최근 네티즌들이 배심원이 되어 법원 판결이나 검찰의 공소권 행사에 대해 그 타당성과 정당성 여부를 평가하는 사이버 시민배심원 사이트 ‘판결을 판결한다’를 열었다.

사이버 시민배심원 사이트는 정치적 중립성과 형평성을 상실한 검찰의 공소권 행사,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감정과 괴리된 판결, 반인권적이고 반민주적인 판결 등을 선정하여 시민배심원들이 사법부의 판단에 대해 자기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또 시민배심원들이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판결문을 비롯한 다양한 자료들을 제시하는 한편 변호사, 교수들이 근거법률과 주요쟁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사이버 시민배심원은 한 주제마다 한달 정도씩 투표와 토론을 벌인 뒤 배심원들의 평가와 판단을 종합해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판결을 판결한다’는 시민배심원들의 평가를 받을 첫 사건으로 지난해 4월 서울 광화문 앞에서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권이 국민의 정부 아래서 사망했다’는 뜻에서 미라 차림을 하고 1인시위를 벌였다가 유죄를 선고받은 사건을 선정했다.

8월 초부터 시민들의 찬반투표와 토론이 진행되고 있는데, 8월 말 현재 투표에 참여한 122명의 시민 중 93%인 113명이 미라 복장의 1인시위는 “정당한 표현의 자유이므로 무죄를 선고한다”는 입장을 지지했다.

이는 서울지방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경범죄 위반으로 유죄를 선고했고, 이에 대한 상고를 대법원이 기각한 것과 완전히 다른 결과다. 토론에 참가한 한 네티즌은 “헌법에는 분명 집회, 결사의 자유가 있다. 법원의 판결은 헌법의 기본권조차 인정하지 않는 것으로 위헌의 소지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사이버 시민배심원은 사건이나 판결에 대한 시민들의 적극적인 의사개진을 통해 검찰과 사법부를 개혁하고 시민참여를 확대해나가기 위한 사법개혁운동”이라고 밝혔다.

한태욱(참여사회 기자)
2002/09/24 00:00 2002/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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