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학문연구 재단 안될 말'
2002/2002년 09월 :
2002/09/24 00:00
『한국사회의 이해』 이적행위 무죄판결 받은 장상환 교수
1994년 한 대학의 강의교재가 국가보안법상의 이적 표현물로 기소되었다. 당시 김일성 주석 사망 직후 ‘조문 파동’과 ‘주사파 파문’아래, 검찰은 경상대학교의 강의교재 『한국사회의 이해』 내용에 이적성이 있다며 집필 교수들을 기소했다. 첫 공판은 2000년에야 이루어졌고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이에 불응하여 항소했으나 올해 7월 항소심에서도 역시 무죄가 선고되었다. 빗줄기가 여전히 그치지 않던 어느 날, 『참여사회』는 경상대학교 경제학과의 장상환 교수를 만났다.
강의 ‘한국사회의 이해’에 관하여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87년 6월항쟁 이후 각 대학은 자유롭지 못했던 교과과정을 개편하고자 했다. 이전까지는 강제로 국책과목이 지정되어 선택권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경상대학교 역시 88년에 교양과목의 하나로 『한국사회의 이해』를 개설하여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으로 한국사회의 정치·경제·사회·문화·사회운동 등을 분석하려 했다.”
검찰이 기소한 근거는 무엇이고, 무죄판결이 난 까닭은 무엇인가.
“검찰은 이 교재가 마르크스주의적 시각으로 한국사회를 단지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북한의 혁명론과 유사하므로 이적성을 띠며, 이를 책으로 출간하고 학생들에게 배포한 것이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판결문에 따르면, 본 교재는 우리 사회의 긍정적 측면과 잠재성 역시 부각하고 있으며, 명시적으로 사회혁명을 선동한 것으로 볼 수 없고, 북한의 주장과 같다고 보기 어려우며, 헌법이 정하는 학문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한다고 했다. 현재 검찰은 항소심의 무죄판결에 불응하여 본 사건을 대법원에 항소한 상태다.”
장상환 교수는 ‘민주적 사회주의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 관점에서 볼 때 검찰의 기소는 어떤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민주적 절차를 기초로 민주적인 사회주의의 실현을 추구한다. 민주적 질서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 아닌 한’, 어떤 정치적 주장도 무죄이다. 그러나 검찰은 우리가 한국사회를 마르크스주의 시각에서 분석한 것을 이적행위로 재단해 부당하게 기소했다.”
국가보안법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는가.
“70년대 이후 체제경쟁에서 남쪽이 승리한 이후 국가보안법은 북한보다는 오히려 남한 내 권력집단과 기득권 세력을 수호하기 위해 활용되었다. 학문이란 자유로운 연구와 상호비판, 여러 입장들이 대립하고 논쟁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논쟁 자체를 가로막아버리는 것은 국가보안법 위반보다 더 심각한 잘못으로서 사회문제의 해결을 저해하는 치명적 결과를 초래한다.”
이번 사건이 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나.
“이 사건은 나에게 자기 검열을 강화시켰고 위축시켰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이 사건을 계기로 오히려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적극적으로 실천하게 됐다(현재 장상환 교수는 민주노동당의 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사건은 오래된 사건이다. 처음 기소가 있고 나서 이제 8년째다. 항소심 판결도 2년이나 지나서 이루어졌으니 앞으로 대법원 판결도 언제 있을지 모르겠다. 그동안 정말 많은 고통을 겪었다. 대한민국 사법부는 이처럼 인권보호에 소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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