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에 있는 ‘꿈이 있는 푸른학교’는 지역 공부방이다. 가파른 계단을 올라서면 책상 한두 개가 들어갈 만한 작은 방 하나와 10명쯤 앉으면 맞을 것 같은 거실 하나가 보인다. 곳곳에 책과 물건이 쌓여 있다. 화장실은 낡고 후미진 곳에 있어서 아이들은 부근의 동사무소 화장실을 이용한다고 한다.

이렇게 비좁은 공부방을 초등학생과 중학생 33명이 이용한다. 넓은 곳에서 마음껏 뛰놀며 자라야 할 아이들이 이곳에 모여 점심과 저녁 끼니를 해결함은 물론이고 학교 숙제와 공부도 한다. 노래·풍물 등 특기 적성교육도 매일 이뤄진다. 피곤에 지친 아이들은 한구석에서 토막잠을 청하기도 한다. 아이들은 외로움과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교사들은 아이들의 무거운 짐을 나눠지고 버둥대고 있었다.

아이들을 돌볼 사람이 없다

“요즘 초등학교 숙제는 엄마와 인터넷이 없으면 할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엄마의 손을 잡은 느낌을 써오라는 숙제를 엄마가 없어서 못 해간 한 아이는 담임선생님께 심한 꾸중을 들었다고 한다. 왕따는 요즘 없다. 따돌림 현상이 집단화되었기 때문이다. 집단과 집단 사이의 갈등이다. 많은 아이들이 고통받고 있다. 부모에게 방치되거나 가난해서 끼니를 해결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학교도, 사회도 이런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아이들을 문제아라 낙인찍는다.”

‘꿈이 있는 푸른학교’의 최윤희 교사는 아이들의 상황을 전하며 마음 아파했다. 이곳 아이들 모두가 부모가 없는 건 아니다. 편부모나 조부모가 키우는 경우도 많지만 부모가 있다고 해서 상황이 크게 다른 것은 아니다.

절대적 빈곤을 겪고 있는 가정에서 부모는 아이들에 대한 안전장치가 아니다.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보았자 밥을 챙겨주는 사람도, 숙제를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다. 집에 들어갈 이유를 잃은 아이들은 오락실과 PC방을 전전한다. 홀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돈을 훔치는 아이들도 있다.

보건복지부가 올 5월에 발표한 ‘2001년도 전국 아동학대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아동학대 유형은 크게 단일학대와 중복학대로 나눌 수 있다.

아동학대로 판정된 총 2105건 중 단일학대가 1482건(70.4%), 중복학대가 623건(29.6%)으로 나타났다. 단일학대 중에서는 방임이 672건(31.9%)으로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부모가 아이들을 돌보지 않을 때 가장 마음 아프다. 이들은 남들 이목 때문에 아이들을 버리지 못할 뿐이다. 중학생이 오줌을 싸기도 한다. 한 목사님이 어려운 집의 아이들을 1년 동안 맡아 키워준 적이 있는데 아이들이 부모에게 돌아간 뒤 이전과 똑같아졌다. 아버지를 기다리다 한숨도 못 자고 학교에 갔다는 아이들 이야기를 들을 때 너무 속상했다.”

복지부의 조사결과는 공부방 교사의 말에서도 확인된다. 어린이 방치가 곧 학대라는 인식이 거의 없는 사회적 분위기에서 가난한 집의 아이들은 그대로 세상에 내버려져 있었다. 그 책임을 부모에게만 돌린다면 사회는 너무나 무책임하다. 가족과 국가를 대신해 방치된 아이들을 돌보는 민간단체인 공부방에 대한 정부 지원은 너무도 보잘것없다.

공부방 교사의 평균임금 32만6000원

“인근 초등학교 하나만 봐도 60명의 결식 아동이 있다. 우리 공부방에 다니는 30여 명의 아이들은 추석에도 제대로 밥을 못 먹는다. 우리 공부방 교사들은 주말이나 휴가 없이 매일 일한다. 우리가 없으면 애들은 굶는다. 공부방은 후원금으로 운영한다. 사회복지법인 ‘아이들과 미래’의 지원을 받고 식비 일부는 구청이 부담한다. 30명 중 18명에게 하루 한끼가 나온다. 네 명의 직원 인건비만 한 달에 200만 원이다. 더 이상 교사를 늘릴 수 없다.”

‘꿈이 있는 푸른학교’의 백종훈 교사는 공부방 운영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불규칙적인 후원금은 이들을 더 불안하게 한다. 문을 닫는 공부방이 생기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나마 이들에게 희망은 정부의 미신고 복지시설 양성화 계획이었다. 지난 8월 14일까지 받았던 실사와 조건부 신고를 거쳐 10명 미만 소규모 시설도 복지시설로 신고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77개의 미신고 시설에서 생활하는 어린이·청소년 1001명에 대한 지원 대책이 세워졌다. 그렇지만 공부방은 지원 대상이 되지 못했다. 숙식을 제공하는 곳이라야 했기 때문이다.

부스러기사랑나눔회의 발표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공부방은 약 218곳, 한 곳에 평균 25∼30명의 어린이가 이용한다. 공부방을 이용하는 어린이가 전국적으로 하루 6000명이 넘는다. 77곳 생활시설의 어린이 1001명보다 여섯 배나 많은 수다.

“공부방은 분명히 사회복지 서비스다. 독서실만 덜렁 있는 청소년 공부방과 다르다. 숙제만 지도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 생활 전반을 보호한다. 아이들에게 정서적 안정감을 주어 방황하거나 나쁜 길로 빠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곳”이라며 강명순 부스러기사랑나눔회 대표는 공부방에 대한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구한다.

현재 부스러기사랑나눔회에 소속된 41개 공부방 교사의 평균 인건비는 32만6000원. 교사 한 명이 평균 20명의 어린이들을 맡아 지도한다. 불규칙한 후원금이 아니면 인건비 나올 데도 없다. 교사들은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다. 도시의 공부방에는 그나마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러 오기도 하지만 시골에는 없다. 최소생계비도 보장받지 못하는 교사에게 비좁은 공간에서 아이들을 맡으라고 강요하는 것은 억지다.

중요한 것은 연계다. 아이들이 방치되지 않도록 사회적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지역 복지관과 학교도 손을 잡아야 한다. 아동복지관과 민간 비영리 공부방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아동복지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교사들은 입을 모았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2002/10/24 00:00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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