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효순·심미선 두 여중생의 사망사건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가운데 여중생 사망지점 4km 반경 내에서 또 미군 트레일러에 의한 한국인사망사고가 벌어져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지난 9월 16일 밤 11시 30분 경 파주시 법원읍 웅담리 지방도로에서 박승주 씨(37세)가 스포티지 승용차를 몰고 가다가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던 미2사단 공병여단 82대대 캠프 에드워드(Camp Edwards) 소속 부교 운반용 트레일러에 받혀 숨진 것이다.

당일 사고는 삼거리를 향해 오른쪽으로 꺾어져 나오던 길이 18.10m, 폭 4.10m의 대형 미군 트레일러가 폭 6.30m 도로의 중앙선을 침범한 채 지나가다가 반대방향에서 오던 박씨의 차량과 충돌한 것. 그러나 현장조사결과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은 경찰조사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나섰다. 파주경찰서는 박씨가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가 일어난 것으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으나 유가족들은 ‘진짜’ 사고현장은 따로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서는 박씨 사고차량의 파편. 경찰이 주장하는 현장에서 모은 파편들과 동일한 것들이 현장으로부터 미군 트레일러가 오던 쪽으로 13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 흩어져 있는 것이 유가족들과 시민단체들에 의해 발견된 것. 충돌지점에서 이 파편이 날아갔다고 하기에는 상식적으로 너무 먼 거리다.

경찰이 주장하는 대로 박씨가 중앙선을 침범하여 달려 갔다해도 사고현장은 좁은 도로인데다 중앙선을 넘어 앞으로 오고 있는 대형 트레일러를 보고도 박씨가 속도를 낼 수 있었겠느냐며 강한 반론을 제기했다. 더군다나 사고현장의 트레일러에 앞서 같은 규모의 트레일러 6대가 이미 지나간 상태였다면 박씨가 일부러 중앙선을 침범했을 리 만무하다는 것.

사고차량이 옮겨진 파주자동차공업사의 한 직원 역시 “속도를 내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상태로 볼 때 (트레일러가) 덮친 후 밀고 갔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주민 안상한 씨(51세)도 “카투사들이 동네를 다니며 박씨가 음주운전 상태였다고 말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최초 목격자가 숨이 남아 있는 듯 보였던 박씨를 차에서 끌어내려고 하자 미군이 가로막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박씨의 처삼촌인 조한조 씨(53세)는 “의혹을 풀기는커녕 제대로 수사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 것 같다”며 “경찰은 자기들이 내린 결론을 설득하기 바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9월 17일 영안실을 찾은 경찰은 한바탕 소란을 피우기까지 했다. 알코올 농도 유무를 확인하기 위한 혈액채취에 합의하라고 종용하기 위해 온 것이었다. “이왕 난 사고니까 물 흐르듯 빨리 끝내자”라고까지 말하는 경찰의 한쪽으로만 쏠린 귀에 유가족들은 강경하다. 진상이 규명될 때까지 장례도 무기한 연기할 예정이다.

현재 미군 측과 경찰은 이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발표를 하지 않고 있다. 김판태 불평등한소파개정국민행동 사무처장에 따르면 여중생사건범국민대책위를 비롯한 시민운동진영은 조만간 구체적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승주 씨는 사고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며 아내 최미애 씨(33세)와 딸 박해미 양(11세) 아들 박민서 군(4세)과 함께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선중(참여사회 기자)
2002/10/24 00:00 2002/10/24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7208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