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미군 범죄에 대구지역 시민단체 분개


“미군 장갑차가 여중생들을 치어 죽인 사건의 악몽이 채 가시지도 않았는데 주한미군이 범죄를 일삼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 한마디로 겁이 없는 주한미군이다.”

대구 남구에 있는 미군기지(캠프워커·캠프헨리) 주변에서 최근 한국인에 대한 폭행·성추행 사건이 잇따르자 시민단체 관계자가 분통을 터뜨리며 내뱉은 말이다.

8월 30일 오후 9시쯤 남구 이천동의 한 주택가 골목길에서 난동이 벌어졌다.

하워드 니콜라스(20세) 등 주한미군 자녀 3명이 술에 취해 소란을 피우자 주민들이 ‘조용히 하라’고 주의를 주었다.

하지만 이들은 오히려 주민 3명을 집단폭행하고 부근 가게의 유리창을 깨뜨렸다. 다음날인 31일에는 남구 봉덕동의 한 슈퍼마켓 주인 방모(32세)씨가 기물 파손을 우려해 항의하다 타일러 로버트(26세) 병장 등 미군 2명으로부터 폭행당했다.

9월 2일 새벽 남구에 있는 한 나이트클럽에서 여자 손님 정모(31세)씨가 주한미군 장교인 R(26세) 중위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이들 모두는 사건 직후 한국 경찰에 연행됐지만 간단한 피의자 조사도 받지 않은 채 미군 측에 넘겨졌다.

안하무인으로 날뛰는 미군도 그렇지만 공무가 아닌 사건이라도 범죄인을 미군 측에 넘겨주어야 하는 불합리한 SOFA(한미주둔군 지위협정) 규정과 한국 경찰의 안이한 수사태도가 시민들을 더 노엽게 했다.

9월 4일 대구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1차 연석회의를 갖고 미군범죄에 대한 공동대응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사망사건 대책위 등을 발전적으로 해체하면서 주한미군범죄 상설 대책기구를 만들어 지속적이고 전문적으로 대응하자는 의견들이 나왔다.

9일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시민모임 등 10여 개 단체는 2차 연석회의를 갖고 구체적인 방법 등을 논의했다.미군 주둔으로 인한 문제점들은 세월이 갈수록 다양하게 드러나고 있다.

2000년 11월 캠프워커에서 군용기 연료 및 난방유로 쓰이는 다목적 항공유가 저장탱크에서 대량 유출됐다. 올 8월에는 부대 내 골프장 공사도중 기름유출 흔적이 발견됐다. 미군기지 주변의 환경오염 문제도 도외시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사건들이다. 이런 가운데 다양한 단체들이 공동대책기구를 만드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미군기지 되찾기 대구시민모임의 한 관계자는 “성추행 사건은 여성단체, 환경문제는 환경단체가 전문적으로 대응하면서 단체들의 공동기구로 미군에 압력을 행사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승욱 (오마이뉴스기자)
2002/10/24 00:00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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