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일요일 저녁 방영되는 <개그콘서트>는 KBS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코미디이다. 모든 코미디 프로가 그렇겠지만 이 프로도 시청자들을 보다 많이 웃기고 재미있게 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 같다. 그런 뜻에서 <개그콘서트>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기 있는 방영물일수록 그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다음 사항들이 <개그콘서트>를 편안한 마음으로 웃을 수 없게 만드는 점들이다.

1. 용모에 대한 선입관을 심하게 강조하고 고정시킨다

이 프로에서는 키 작고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은 언제나 우스개의 대상이 된다. 단순하게 웃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반복하여 못생긴 용모를 지적한다.

때로는 출연자끼리 서로 ‘얘는 너무 못생겼다’는 식의 대사나 힐난조의 발언을 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과연 저 사람들이 공공방송의 카메라 앞이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용모에 대한 언급은 출연진뿐만 아니라 방청석에 앉은 이들에게도 서슴없이 날아간다. 모두 농담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전제로 하겠지만 지속적인 언급은 시청자를 세뇌시킨다. 그동안 면접채용 서류에서 ‘용모단정’이라는 말을 없애려고 무진 애를 써온 노력이 그런 말로 일시에 물거품이 되고 만다는 사실을 그들은 알고 있을까? 예뻐지기 위해서라면 수십 번이라도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불건강한 미적 기준에 코미디 프로가 일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2. 뺨때리는 것이 애정의 표시인가?

볼 때마다 가슴이 움질움찔해지는 장면이 있다. 우리는 아직도 상대의 얼굴을 치는 것을 상당한 모독으로 알고 있다. 특히 뺨을 때리는 것은 학교체벌에서조차 금기시 되어있는 사항이다. 그러나 이 프로에서는 공공연하게 서로의 뺨을 때린다. 더욱 보기에 민망한 장면은 신문지를 말아서 상대방의 입을 톡톡 치는 대목이다. ‘그만, 그만하라니까’는 대사와 함께 상대의 얼굴, 특히 입을 때리는 장면은 볼 때마다 인격모독의 느낌을 준다. 상대방의 뺨을 아무렇지 않게 후려치고 말하는 입을 함부로 때리는 행동은 폭력에 대한 감각을 무디게 하고 스스로를 천하게 만든다.

3. ‘성’의 문제: 이 프로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성문제가 이렇게까지 열려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분명히 어린 학생들이 시청자인 것을 인지하면서도 제작진은 남녀간의 성문제를 아무 스스럼 없이 얘기하게 한다. 이것은 성문제를 ‘열린 공간에서 자유롭게’ 얘기한다는 취지와 전혀 다른 것이다. 성인들이 서로 주고받는 농담을 노골적으로 섞어서 웃기는 것은 성교육과는 아무런 상관 없는 문제다.

4. ‘개그는 개그일 뿐 따라하지 말라’는 부분이 있다

거의 모두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나 사실을 소개하고 끝에 가서 ‘따라하지 말라’고 한마디 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태도다. 특히 이 코너의 제작의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청소년을 선도 계몽하려고 하는 것 같은데 전혀 반대의 효과가 나타날 것 같기 때문이다.

코미디 프로에 이것저것 요구가 많으면 재미없게 만들라는 말과 같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공중파를 타는 프로그램으로서는 사회적인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마땅한 태도이다. 더구나 그렇게 하고도 <개그콘서트>는 재미있을 수 있다. 재치 있고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진 젊은 코미디언들이 그런 기대를 가지도록 한다.

권은정
2002/10/24 00:00 2002/10/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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