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경제위기의 재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닌게 아니라 불안하다. 주요 선진국들의 주가지수는 ‘○○년 이후 최저 수치’를 연일 갱신하고 있고, 한국의 주가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최근 경제불안의 원인으로는, 대규모 회계부정 사건에 따른 신뢰성 위기와 이중침체의 가능성, 그리고 대테러 전쟁의 확산 우려 등 주로 미국을 진원지로 하는 국제경제환경의 악화가 지적되고 있다.

그러면, 국내 경제는 건전하다는 말인가. 이 와중에도 부동산시장의 열기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정부의 연이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투기 바람은 주택시장에서 토지시장으로 확산되는 기미마저 보이고 있고, 경제위기 전 GDP 대비 50%에도 미치지 못했던 가계부채 잔액은 최근 80%를 넘어설 정도로 급팽창하여 새로운 금융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부탁할 것이 하나 있다. ‘세계경제가 어떻게 될 것 같아? 한국경제는? 주식시장은?’ 이런 질문 좀 하지 마시기 바란다. 이 질문에는 필자를 포함한 경제학자보다는 미아리 고개 길에 돗자리 깔고 앉아 계신 분들이 훨씬 자신있게 대답하실 것이다. 필자가 기억하기로, 경기변동 예측에 관한 한 경제학자의 말이 맞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비교적 근거를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다. 경기침체든 경제위기든 간에, 하여튼 올해 말 우리는 92년 및 97년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불안정한 경제환경 속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르게 되었고, 이러한 환경은 (사전적으로) 좋은 대통령을 뽑는 데에도 그리고 (사후적으로) 좋은 대통령이 되는 데에도 하등 이로울 게 없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5년 후 한국 국민들은 ‘실패한 대통령’을 한 명 더 가질 확률이 높아졌다는 이야기다.

필자의 이 불길한 예측에는 두 가지 근거가 있다. 첫째, 국내외 경제 불안정성이 점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는 ‘준비된 대통령 감’을 눈을 씻고 찾아보아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5년 전에 스스로를 준비된 대통령이라 칭했던 김대중 대통령도 나라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 하물며 현 상황에서도 잠재성장률을 초과하는 성장 목표치와 세계 몇 번째 경제대국 건설 등의 장미 빛 청사진을 제시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현재의 유력 후보들의 머리 속에 무엇이 준비되어 있는 지 가늠할 길이 없다. 97년의 위기가 아시아, 러시아, 남미 등 이른바 주변부에서 발생한 것이라면, 최근의 경제불안은 미국 등 중심부에서 유래한 것이다. 따라서, ‘어서 커서 고래가 되겠다’는 약속보다는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이 더 절실한 상황 아닌가.

둘째, 현재의 경제불안 조짐은 그렇지 않아도 그 나물에 그 밥인 유력 후보들 경제정책 기조의 차이를 더욱 좁혀 놓고 있다. 즉, 누가 대통령이 되든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에 관심을 집중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경제개혁을 촉진하기보다는 오히려 지체시킬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번 선거는 외부의 강제에 의해서나마 사회 전반의 변화를 가져왔던 97년 대선보다는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심화시켰던 92년 대선과 유사한 측면이 강하다. 취임 초기 장기적인 경제개혁 프로그램보다는 ‘신경제 100일 계획’이라는 단기부양책에 집중하여, 결국 재벌의 포로가 된 채 위기로 치달았던 김영삼정부의 실책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필자의 이 불길한 예측이 틀리기를 바란다. ‘역시 경제학자는 미래를 보는 상상력이 결핍된 천박한 존재다’라는 평이 사실이기를 바란다. 진심으로…. 그러나, 왠지 자꾸 불안하다.

김상조
2002/10/30 00:00 2002/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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