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관전 포인트 20대가 개혁선거 좌우한다
2002/2002년 11월 :
2002/10/30 00:00
선거법으로 본다면 대선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현실정치적 관점에서 본다면 대선은 이미 종반에 접어들었다. 벌써 10명 이상의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고 그 중에서 상당한 지명도를 갖춘 후보가 이회창, 노무현, 정몽준, 권영길, 이한동 등 5명이나 된다.
선거일을 두 달 남겨놓은 상태에서 대선의 주요 쟁점은 현 정부의 정책을 둘러싼 이견과 부패문제에 맞춰져 있다. 정책 중에서는 재벌개혁과 언론개혁, 의약분업, 남북문제 등에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사이에 쟁점이 형성되어 있다. 부패문제는 쟁점이 엇갈려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년간 김대중정권의 부패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6대 게이트와 대통령의 아들문제가 그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에 공격의 초점을 맞추었다. 부패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두 당 사이에서 치열한 공세가 전개되면서 대선구도가 ‘네거티브 전략’으로 흐른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회창과 노무현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대결양상을 깨뜨린 것이 ‘월드컵 스타’ 정몽준의 등장이었다. 월드컵을 전후해서 장고 끝에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변수의 등장은 기존 대결구도에 두 가지 충격파를 던졌다. 하나는, 여론지지도 1위를 지키고 있던 이회창에 버금가는 높은 지지도로 대선의 대결구도를 양자관계에서 삼각관계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몽준 변수의 등장이 민주당 내부에서 ‘후보단일화’란 문제를 중심으로 그간의 갈등을 최고조로 증폭시키면서 민주당의 분당 직전까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전현직 의원들이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진영으로 이동한데다 후단협, 즉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가 집단적인 탈당을 준비하는 단계에 와 있다.
정몽준의 등장은 이회창과 노무현의 대결구도를 일거에 깨뜨려버렸다. 정몽준 이전의 대결구도는 수구보수와 개혁의 정책적 대결구도와 더불어 적절한 수준의 지역주의적 대결구도가 혼합된 것이었다. 이회창이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위축시켜 호남포위의 대결구도를 추구했다면 노무현은 민주당에 영남 출신 후보를 결합시켜 영호남 통합의 전략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준의 등장은 수구보수와 개혁의 대결구도와 지역주의 대결구도를 애매하게 만들어버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몽준은 정책적으로는 보수적인 이회창의 지지기반을 잠식하는 동시에 노무현의 지지기반인 ‘변화와 개혁의 흐름’을 인수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의 결정변수
대선이 진행되는 양상에 작용하는 구조적 변수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을 ‘대선의 4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지역주의 혹은 지역대결구도, 선거지형, 세대갈등, 그리고 미국의 정책과 한반도 상황 등 국제환경이 포함된다. 말하자면 21세기 첫 대통령을 선출하는 올해 대선은 이 네 가지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변수 중에서 미국의 정책적 고려가 크게 작용하는 국제환경 변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적인 조건들이며 각 후보의 선거전략과 관련된 변수들이다. 아래 표는 선거에 작용하는 구조적 변수와 행위전략, 보수전략과 개혁전략, 그리고 시민영역의 운동을 정리한 것이다.
대선의 4대 조건은 정당과 후보진영의 전략으로 연결된다. 국내적 대응이 여의치 않은 국제환경 변수인 미국의 정책을 제외한다면 세 개의 조건에 대응하는 전략이 수립될 것이다. 표의 오른쪽에 정리된 것처럼 지역대결구도는 지역주의전략으로, 선거지형은 정계개편 전략으로, 그리고 세대갈등은 참여전략 혹은 동원전략의 수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주의, 정계개편, 참여 및 동원의 전략으로 선거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
지역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지역주의전략은 이회창 후보가 가장 선호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영남에 기반한 한나라당의 후보로서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격하시키고 자민련이 점유하고 있던 충청권을 연고지역으로 재편할 수 있다면 90년 3당합당의 전략적 목표였고, 이를 통해서 92년 대선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호남고립화라는 ‘꿈의 대결구도’를 현실정치에서 재상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한나라당은 이 전략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영남에서 노무현의 지지율 상승을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해 무기력증에 빠진 자민련을 해체 직전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지역주의전략이라는 것이 지역감정을 공공연하게 거론하여 부추기는 방식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정치에서 이미 지역대결구도가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은밀하고 차분한 방식으로 지역주의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몽준 등장으로 젊은층 유권자 분할양상
선거지형의 형성에 작용하는 정계개편은 원래 노무현의 전략이었으나 지금은 정몽준의 전략으로 추진주체가 바뀌었고 부분적으로는 이회창도 가세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의 정계개편 전략은 국민경선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신민주대연합’이었다. 그러나 국민경선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서 실패하면서 선거지형을 재편할 촉매제로서의 효력을 상실해버렸다. 그후 민주당이 내분에 흔들리고 정몽준 변수가 개입하면서 정몽준이 정계개편을 자극하는 반면 노무현은 오히려 정계개편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주당내 비노무현 및 반노무현을 일컫는 ‘비노·반노’ 인사들 및 이들로 구성된 후단파가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며 집단탈당을 추구하는 형국이 선거 전 정계개편의 백미를 이루고 있다.
세대갈등과 직결된 참여전략 혹은 동원전략 역시 상대적으로 노무현에게 유리한 전략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후보 중 노무현의 나이가 젊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후보에 비해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과거 5공 청문회에서 보여준 청문회 스타로서의 명성이나 3당합당을 거부하고 야당을 택한 정치적 소신, 그리고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기 위한 반복적 시도 등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의 경우 다른 후보에 비해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가장 강력하게 받을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특성이 경선 이전부터 노사모의 활동과 같은 방식으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거리응원 이미지를 차용한 정몽준 변수의 등장으로 노무현과 정몽준이 젊은층 유권자를 분할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대 조건과 3대 전략에 의해 선거구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회창과 노무현 두 진영은 각각의 지지기반을 확대해 나갔다. 이 확산전략은 특별히 이회창 진영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면서 추진되었다. 이회창 진영에서는 지난 2년 사이에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수구보수세력의 결집을 완성했다. 한나라당은 군사정권 시절의 구지배블럭의 핵심세력인 전경련 등 재계를 끌어안고 조중동 등 수구보수적인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비호남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이 이렇게 재벌, 언론, 사학, 이익집단 등 기득권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면서 이회창의 지지율도 함께 상승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또 다른 수구세력인 자민련을 민주당과 분리해 무력화시킴으로써 민주당의 기반을 취약하게 만드는 성과도 거두었다.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를 내세우고 수구보수세력의 역사적 단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안으로는 호남포위의 지역주의전략과 김대중에 대한 뿌리깊은 거부정서를, 겉으로는 김대중정권의 권력형 부패를 촉매제로 적극 동원했다. 작년 하반기 정기국회에서부터 적용된 공격적인 폭로정국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수구보수세력의 결집
한나라당의 보수노선에 따른 지지기반의 급격한 확대와 달리 그 사이에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뚜렷하게 확산되지 못했다. DJP연합의 붕괴로 충청권이 이탈한 반면 이로 인한 개혁성의 강화가 개혁세력의 결집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와 탈당 등 고강도의 결단을 통해 당 쇄신을 결의한 결과 상당한 수준의 정당개혁을 이루고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 민주당의 이러한 자구노력이 국민경선에 참여한 노무현 후보의 선전과 맞물려 노무현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려 한나라당과 이회창의 지지율을 능가했다. 그러나 정당개혁과 국민경선 과정에서 획득한 지지율의 상승이 구체적인 지지기반의 확대로 전환되기도 전에 거품처럼 빠지면서 민주당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세력의 결집에 대응하는 개혁세력의 결집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의 보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개혁세력의 분화 때문이기도 하다. 온건개혁세력에 해당하는 시민운동과 지역운동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정파적 활동보다는 대선유권자연대 등 감시운동에 주력하고 있으며, 급진개혁세력에 해당하는 노동자와 농민세력, 재야세력 등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거나 민중생존권과 관련된 대중투쟁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의혹이 97년 대선에 이어 다시 선거의 쟁점으로 강력하게 부각되어 민주당의 개혁적 공세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병역비리를 둘러싼 상당한 문제제기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지속적인 쟁점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결국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문제에서 한나라당의 수구보수세력의 결집이 민주당의 개혁세력 결집을 앞서고 있는 셈이다.
선거상황에 대한 시민영역의 활동은 감시운동, 정책활동, 참여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감시운동은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한 시민적 감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부패감시, 선거자금 감시, 지역주의 감시 등을 말한다. 정책활동이란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혁의제를 제시하고 공론화 하여 개혁의 기조를 형성하는 과정인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정책대결을 촉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참여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특별히 의미가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서 정치적 불신이 극심하고 선거참여를 기피하는 대학생과 20대 등 젊은 유권자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운동은 이번 대선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운동의 전국적 결합체인 대선유권자연대에 의해 포괄되고 있다. 그러나 대선유권자연대와는 별도로 감시운동이나 참여운동을 전개하는 경우도 있다.
대선을 좌우할 3대 폭풍
대선에 작용하는 구조적 조건과 각 정당의 전략, 선거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선거의 전개과정에 직접 작용하고 앞으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힘이 병역비리와 정계개편임을 알 수 있다.
병역비리 문제는 이회창 후보에게 직접 작용하는 강력한 힘이다. 병역비리 문제는 김대업 씨의 문제제기에 이어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폭풍처럼 다가왔다. 게다가 이정연의 비리의혹에 이어 이수연의 비리의혹이 제기된 데다 최근에는 김대업 씨가 이수연의 어머니이자 이회창의 부인인 한인옥 씨로부터 직접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상황이 가열되고 있는 시점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방어와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의 지속적인 물타기, 그리고 검찰수사의 난항이 겹쳐지면서 비리의혹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수사를 통해 비리의혹이 말끔하게 해명되지 않는 한 병역비리 문제가 소멸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어떤 형태로든 연말 선거일까지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그간의 진행과정에서 초기의 예리함이 상당히 무뎌진 상황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병역비리의혹을 둘러싼 관심의 초점이라 할 수 있다.
정계개편 역시 현재진행형의 변수이다. 특히 정몽준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황에서 민주당내 후단협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논의처럼 후단협, 자민련, 이한동, 정몽준의 4자연대가 가시화될 경우 대선은 명확한 3자 대결구도로 진입하게 된다. 이 경우 두 가지 판단이 가능하다. 후보단일화를 표방했던 민주당내 후단협이 일방적으로 정몽준을 지지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노무현 지지를 결의했다. 후단협의 후보단일화 주장이 기실 정몽준 지지임이 확인되었고 더 이상의 후보단일화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지도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인 것이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민주당 탈당파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일부 인사의 탈당으로 그치느냐 아니면 민주당의 분당으로 확대되느냐 하는 문제는 노무현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탈당파를 최소화하여 분당사태를 막으려고 할 것이다.
또 하나의 판단은 4자연대를 등에 업은 상황에서 정몽준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정몽준은 현재 개인의 높은 인지도와 명망성에 의해 과대 대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개인의 인기에 의존하는 지지율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정도의 조직기반을 구축할 경우 지지율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정몽준에 대한 높은 지지는 정몽준의 참신성이나 신선함이라는 가공의 이미지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로 민주당내 보수세력으로 분류되는 후단협 인사들이나 수구세력인 자민련과 연합하는 것이 정몽준의 가공의 이미지와 충돌하여 실체를 드러내게 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당으로 출범할 경우 워낙 이질적인 집단의 비화학적 결합체이므로 당직배분과 자금문제, 의사결정 등 정당운영을 둘러싸고 이전투구의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될 경우 정몽준의 지지율은 구태의연한 정당이 받게 될 지지도 수준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11월 중순 되면 2강 구도 형성될 것
마지막 변수는 미확인된 미지의 변수이다. 유권자 구성상 20-30대 젊은 유권자의 구성비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20~30대 유권자의 선거참여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특히 대학생을 포함한 20대의 낮은 투표율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점 때문에 대학생과 20대의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대선유권자연대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서 참여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생과 20대가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경우 선거의 개혁적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30대와 40대의 투표율과 투표성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방식은 붉은악마의 거리응원이 전개되고 확산되는 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특히 기회주의적인 연령대인 40대 유권자의 경우 대학생과 20대의 참여에 자극받아 보수적인 투표에서 개혁적인 투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참여는 지역감정을 완화하는 데도 크게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대학생과 20대의 동향은 선거상황과 선거결과를 결정지을 매우 중요한 변수로 간주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3자 대결구도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누가 2강구도를 형성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병역비리 의혹으로 이회창 후보가 탈락하는 경우, 민주당 내분으로 노무현 후보가 탈락하는 경우, 그리고 지지율의 거품이 빠지면서 정몽준 후보가 탈락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선거일을 한 달 정도 앞둔 11월 중순이면 2강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역비리의혹의 경우 마무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야법조계와 시민단체와 학계가 검찰조직을 대신해서 조사를 수행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국민적 의혹이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묻혀질 경우 나중에 더 큰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상황을 분석하고 대립구도를 설명할 수 있을 뿐 선거결과는 아직도 강력한 불확실성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변수들이 현재진행형의 변수들일 뿐만 아니라 반전과 재반전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적 제도화가 미진한 과도기의 정치상황에서 예측불허의 돌발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정하기도 어렵다. 56년과 60년 대선에서 민주당 신익희 후보와 조병옥 후보의 사망이라든가 87년 대선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의 동시출마, 92년 대선에서 정주영의 출마 등은 선거상황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킨 사례였다. 따라서 2개월 후인 12월 19일에 웃는 자가 누구일지에 대한 예측은 유보하는 것이 좋다. 선거결과에 대한 예측보다는 오히려 선거상황에서 나타나는 역설이 더 흥미로운 상황이다.
민주당내 많은 사람들이 후보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회창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후보를 선출했다. 그것도 국민경선이라는 초유의 민주적 방식을 통해 후보를 뽑아놓았다. 그래놓고 스스로를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미 정당의 단일후보가 존재하는데 새삼 후보단일화를 외치는 논거를 이해하기 어렵다. 시야를 넓혀 그것을 야권후보단일화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대재벌의 2세인 정몽준이 야권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몽준은 단 한 번도 명실상부하게 야권이었던 적이 없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정몽준의 지지기반은 이회창과 겹치고 있다.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고 당의 후보를 뽑아놓은 상태에서 정당도 없는 단기필마인 데다가 야권인지 여부조차 불명확한 상대를 대상으로 후보단일화를 외치는 민주당 인사들의 ‘비몽사몽 인사불성’이 우리 정치의 척박함을 말해주는 듯하다.
정치적 무관심 후일 역사적 죄악 될 수도…
병역비리의혹이 대선을 앞두고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재미있는 역설이 많이 등장했다. 이회창 후보의 친인척은 불문하고 면제받은 두 아들의 병적기록표에 나타난 수십 가지의 의문투성이 의혹들은 엉망인 병무행정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거나 병역비리의 증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수많은 의혹들은 별 문제없이 담당자의 실수로 치부되고 있다. 이정연이라는 개인의 병역비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거당적 대응도 역설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정연은 자연인일 뿐이고 이 문제와 관련된 이회창 역시 공당의 후보 이전에 자연인일 뿐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병역비리의혹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도를 넘는 지나친 행동이며, 전직 총재이자 대선 후보에 대한 가신들의 충성을 과시하는 봉건적 상황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특히 과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일부 의원들의 맹렬한 ‘반독재 투쟁’을 보면서 국민들은 많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의 구속수사나 김홍걸과 김홍업의 구속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이나 여당의 개입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역설은 많은 유권자들이 병역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겨운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리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심리상태인데, 많은 유권자들이 잠재적 승리자인 이회창 후보와 암묵적인 부패연대를 구축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이다.
정계개편이든 후보단일화든, 병역비리의혹의 해명이든 간에 이 모든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유권자인 국민이 판단하고 심판할 몫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재벌도 아니고 언론도 아니고 군부도 아니고 오직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국민이 누구도 간섭할 수 없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최종적인 권력을 숭고한 마음으로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제 국민의 권리를 막 행사하기 시작한 대학생과 20대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순간의 귀찮음과 한 순간의 무관심이 국민 자신의 삶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정치적 무관심과 기피가 후일 역사적 죄악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선거일을 두 달 남겨놓은 상태에서 대선의 주요 쟁점은 현 정부의 정책을 둘러싼 이견과 부패문제에 맞춰져 있다. 정책 중에서는 재벌개혁과 언론개혁, 의약분업, 남북문제 등에서 이회창 후보와 노무현 후보 사이에 쟁점이 형성되어 있다. 부패문제는 쟁점이 엇갈려 있다. 한나라당은 지난 1년간 김대중정권의 부패를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6대 게이트와 대통령의 아들문제가 그것이다. 반면 민주당은 이회창 후보의 아들 병역비리에 공격의 초점을 맞추었다. 부패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두 당 사이에서 치열한 공세가 전개되면서 대선구도가 ‘네거티브 전략’으로 흐른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회창과 노무현을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과 민주당간의 대결양상을 깨뜨린 것이 ‘월드컵 스타’ 정몽준의 등장이었다. 월드컵을 전후해서 장고 끝에 출마를 선언한 정몽준 변수의 등장은 기존 대결구도에 두 가지 충격파를 던졌다. 하나는, 여론지지도 1위를 지키고 있던 이회창에 버금가는 높은 지지도로 대선의 대결구도를 양자관계에서 삼각관계로 변화시켰다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정몽준 변수의 등장이 민주당 내부에서 ‘후보단일화’란 문제를 중심으로 그간의 갈등을 최고조로 증폭시키면서 민주당의 분당 직전까지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몇몇 전현직 의원들이 민주당을 탈당해 정몽준 진영으로 이동한데다 후단협, 즉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가 집단적인 탈당을 준비하는 단계에 와 있다.
정몽준의 등장은 이회창과 노무현의 대결구도를 일거에 깨뜨려버렸다. 정몽준 이전의 대결구도는 수구보수와 개혁의 정책적 대결구도와 더불어 적절한 수준의 지역주의적 대결구도가 혼합된 것이었다. 이회창이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위축시켜 호남포위의 대결구도를 추구했다면 노무현은 민주당에 영남 출신 후보를 결합시켜 영호남 통합의 전략을 추구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몽준의 등장은 수구보수와 개혁의 대결구도와 지역주의 대결구도를 애매하게 만들어버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몽준은 정책적으로는 보수적인 이회창의 지지기반을 잠식하는 동시에 노무현의 지지기반인 ‘변화와 개혁의 흐름’을 인수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대선의 결정변수
대선이 진행되는 양상에 작용하는 구조적 변수는 크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이것을 ‘대선의 4대 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지역주의 혹은 지역대결구도, 선거지형, 세대갈등, 그리고 미국의 정책과 한반도 상황 등 국제환경이 포함된다. 말하자면 21세기 첫 대통령을 선출하는 올해 대선은 이 네 가지 조건에 의해 영향을 받으면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네 가지 변수 중에서 미국의 정책적 고려가 크게 작용하는 국제환경 변수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내적인 조건들이며 각 후보의 선거전략과 관련된 변수들이다. 아래 표는 선거에 작용하는 구조적 변수와 행위전략, 보수전략과 개혁전략, 그리고 시민영역의 운동을 정리한 것이다.
대선의 4대 조건은 정당과 후보진영의 전략으로 연결된다. 국내적 대응이 여의치 않은 국제환경 변수인 미국의 정책을 제외한다면 세 개의 조건에 대응하는 전략이 수립될 것이다. 표의 오른쪽에 정리된 것처럼 지역대결구도는 지역주의전략으로, 선거지형은 정계개편 전략으로, 그리고 세대갈등은 참여전략 혹은 동원전략의 수립으로 이어지고 있다. 따라서 지역주의, 정계개편, 참여 및 동원의 전략으로 선거상황을 분석할 수 있다.
지역대결구도를 형성하는 지역주의전략은 이회창 후보가 가장 선호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영남에 기반한 한나라당의 후보로서 민주당을 호남당으로 격하시키고 자민련이 점유하고 있던 충청권을 연고지역으로 재편할 수 있다면 90년 3당합당의 전략적 목표였고, 이를 통해서 92년 대선 승리를 가능하게 했던 호남고립화라는 ‘꿈의 대결구도’를 현실정치에서 재상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현재 한나라당은 이 전략에 가까이 접근하고 있다. 영남에서 노무현의 지지율 상승을 차단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참패를 당해 무기력증에 빠진 자민련을 해체 직전의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지역주의전략이라는 것이 지역감정을 공공연하게 거론하여 부추기는 방식에 의해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우리 정치에서 이미 지역대결구도가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매우 은밀하고 차분한 방식으로 지역주의전략을 추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몽준 등장으로 젊은층 유권자 분할양상
선거지형의 형성에 작용하는 정계개편은 원래 노무현의 전략이었으나 지금은 정몽준의 전략으로 추진주체가 바뀌었고 부분적으로는 이회창도 가세하는 형국이라 할 수 있다. 노무현의 정계개편 전략은 국민경선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신민주대연합’이었다. 그러나 국민경선 직후 김영삼 전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서 실패하면서 선거지형을 재편할 촉매제로서의 효력을 상실해버렸다. 그후 민주당이 내분에 흔들리고 정몽준 변수가 개입하면서 정몽준이 정계개편을 자극하는 반면 노무현은 오히려 정계개편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민주당내 비노무현 및 반노무현을 일컫는 ‘비노·반노’ 인사들 및 이들로 구성된 후단파가 정몽준과의 후보단일화를 요구하며 집단탈당을 추구하는 형국이 선거 전 정계개편의 백미를 이루고 있다.
세대갈등과 직결된 참여전략 혹은 동원전략 역시 상대적으로 노무현에게 유리한 전략적 영역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후보 중 노무현의 나이가 젊다는 이유도 있지만 다른 후보에 비해 개혁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과거 5공 청문회에서 보여준 청문회 스타로서의 명성이나 3당합당을 거부하고 야당을 택한 정치적 소신, 그리고 지역감정의 벽을 허물기 위한 반복적 시도 등이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노무현의 경우 다른 후보에 비해 젊은 유권자의 지지를 가장 강력하게 받을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었고, 이러한 특성이 경선 이전부터 노사모의 활동과 같은 방식으로 입증되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월드컵 당시 붉은 악마의 거리응원 이미지를 차용한 정몽준 변수의 등장으로 노무현과 정몽준이 젊은층 유권자를 분할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4대 조건과 3대 전략에 의해 선거구도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이회창과 노무현 두 진영은 각각의 지지기반을 확대해 나갔다. 이 확산전략은 특별히 이회창 진영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면서 추진되었다. 이회창 진영에서는 지난 2년 사이에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수구보수세력의 결집을 완성했다. 한나라당은 군사정권 시절의 구지배블럭의 핵심세력인 전경련 등 재계를 끌어안고 조중동 등 수구보수적인 언론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비호남에 기반을 둔 한나라당이 이렇게 재벌, 언론, 사학, 이익집단 등 기득권층의 폭넓은 지지를 받게 되면서 이회창의 지지율도 함께 상승했다. 게다가 이 과정에서 정치권의 또 다른 수구세력인 자민련을 민주당과 분리해 무력화시킴으로써 민주당의 기반을 취약하게 만드는 성과도 거두었다. 한나라당이 이회창 후보를 내세우고 수구보수세력의 역사적 단결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안으로는 호남포위의 지역주의전략과 김대중에 대한 뿌리깊은 거부정서를, 겉으로는 김대중정권의 권력형 부패를 촉매제로 적극 동원했다. 작년 하반기 정기국회에서부터 적용된 공격적인 폭로정국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한나라당 수구보수세력의 결집
한나라당의 보수노선에 따른 지지기반의 급격한 확대와 달리 그 사이에 민주당의 지지기반은 뚜렷하게 확산되지 못했다. DJP연합의 붕괴로 충청권이 이탈한 반면 이로 인한 개혁성의 강화가 개혁세력의 결집으로 연결되지는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주당이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사퇴와 탈당 등 고강도의 결단을 통해 당 쇄신을 결의한 결과 상당한 수준의 정당개혁을 이루고 국민경선을 통해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는 등의 변화를 보였다. 민주당의 이러한 자구노력이 국민경선에 참여한 노무현 후보의 선전과 맞물려 노무현과 민주당의 지지율을 급격하게 끌어올려 한나라당과 이회창의 지지율을 능가했다. 그러나 정당개혁과 국민경선 과정에서 획득한 지지율의 상승이 구체적인 지지기반의 확대로 전환되기도 전에 거품처럼 빠지면서 민주당의 위기가 시작되었다.
민주당이 한나라당의 수구보수세력의 결집에 대응하는 개혁세력의 결집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내부적으로는 민주당의 보수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외부적으로는 개혁세력의 분화 때문이기도 하다. 온건개혁세력에 해당하는 시민운동과 지역운동은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 정파적 활동보다는 대선유권자연대 등 감시운동에 주력하고 있으며, 급진개혁세력에 해당하는 노동자와 농민세력, 재야세력 등은 진보정당인 민주노동당을 지지하거나 민중생존권과 관련된 대중투쟁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에 민주당의 지지기반을 확대할 수 있는 여지가 제한되어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의혹이 97년 대선에 이어 다시 선거의 쟁점으로 강력하게 부각되어 민주당의 개혁적 공세를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병역비리를 둘러싼 상당한 문제제기와 의혹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가 지속적인 쟁점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속단하기 어렵다. 결국 지지기반을 확대하는 문제에서 한나라당의 수구보수세력의 결집이 민주당의 개혁세력 결집을 앞서고 있는 셈이다.
선거상황에 대한 시민영역의 활동은 감시운동, 정책활동, 참여운동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감시운동은 선거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한 시민적 감시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부패감시, 선거자금 감시, 지역주의 감시 등을 말한다. 정책활동이란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개혁의제를 제시하고 공론화 하여 개혁의 기조를 형성하는 과정인 동시에 이를 바탕으로 선거에서 정책대결을 촉진하는 활동을 의미한다. 참여운동은 이번 선거에서 특별히 의미가 강조되고 있는 것으로서 정치적 불신이 극심하고 선거참여를 기피하는 대학생과 20대 등 젊은 유권자들의 참여를 촉구하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다. 이 세 가지 운동은 이번 대선에 대응하기 위한 시민운동의 전국적 결합체인 대선유권자연대에 의해 포괄되고 있다. 그러나 대선유권자연대와는 별도로 감시운동이나 참여운동을 전개하는 경우도 있다.
대선을 좌우할 3대 폭풍
대선에 작용하는 구조적 조건과 각 정당의 전략, 선거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현시점에서 선거의 전개과정에 직접 작용하고 앞으로 선거결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두 가지 힘이 병역비리와 정계개편임을 알 수 있다.
병역비리 문제는 이회창 후보에게 직접 작용하는 강력한 힘이다. 병역비리 문제는 김대업 씨의 문제제기에 이어 검찰수사가 시작되면서 폭풍처럼 다가왔다. 게다가 이정연의 비리의혹에 이어 이수연의 비리의혹이 제기된 데다 최근에는 김대업 씨가 이수연의 어머니이자 이회창의 부인인 한인옥 씨로부터 직접 수천만 원의 돈을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상황이 가열되고 있는 시점이다. 반면 한나라당의 적극적인 방어와 조중동 등 일부 언론의 지속적인 물타기, 그리고 검찰수사의 난항이 겹쳐지면서 비리의혹이 미궁에 빠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검찰수사를 통해 비리의혹이 말끔하게 해명되지 않는 한 병역비리 문제가 소멸될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며, 어떤 형태로든 연말 선거일까지 쟁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그간의 진행과정에서 초기의 예리함이 상당히 무뎌진 상황에서 앞으로 어느 정도의 파괴력을 발휘하게 될 것이냐 하는 문제가 병역비리의혹을 둘러싼 관심의 초점이라 할 수 있다.
정계개편 역시 현재진행형의 변수이다. 특히 정몽준 후보가 대선 출마를 공식적으로 선언한 상황에서 민주당내 후단협의 움직임이 빨라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최근 논의처럼 후단협, 자민련, 이한동, 정몽준의 4자연대가 가시화될 경우 대선은 명확한 3자 대결구도로 진입하게 된다. 이 경우 두 가지 판단이 가능하다. 후보단일화를 표방했던 민주당내 후단협이 일방적으로 정몽준을 지지하자 민주당 지도부는 노무현 지지를 결의했다. 후단협의 후보단일화 주장이 기실 정몽준 지지임이 확인되었고 더 이상의 후보단일화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지도부가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인 것이다. 문제는 이 상황에서 민주당 탈당파의 규모가 어느 정도일 것이냐 하는 것이다. 그것이 일부 인사의 탈당으로 그치느냐 아니면 민주당의 분당으로 확대되느냐 하는 문제는 노무현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서는 탈당파를 최소화하여 분당사태를 막으려고 할 것이다.
또 하나의 판단은 4자연대를 등에 업은 상황에서 정몽준의 지지율이 어떻게 변할 것이냐 하는 문제이다. 정몽준은 현재 개인의 높은 인지도와 명망성에 의해 과대 대표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개인의 인기에 의존하는 지지율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낮아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는 정도의 조직기반을 구축할 경우 지지율의 하락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문제가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다. 정몽준에 대한 높은 지지는 정몽준의 참신성이나 신선함이라는 가공의 이미지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체로 민주당내 보수세력으로 분류되는 후단협 인사들이나 수구세력인 자민련과 연합하는 것이 정몽준의 가공의 이미지와 충돌하여 실체를 드러내게 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정당으로 출범할 경우 워낙 이질적인 집단의 비화학적 결합체이므로 당직배분과 자금문제, 의사결정 등 정당운영을 둘러싸고 이전투구의 내분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렇게 될 경우 정몽준의 지지율은 구태의연한 정당이 받게 될 지지도 수준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11월 중순 되면 2강 구도 형성될 것
마지막 변수는 미확인된 미지의 변수이다. 유권자 구성상 20-30대 젊은 유권자의 구성비는 전체 유권자의 절반을 넘는다. 그러나 20~30대 유권자의 선거참여는 매우 저조한 편이다. 특히 대학생을 포함한 20대의 낮은 투표율은 선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런 점 때문에 대학생과 20대의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으며, 대선유권자연대를 비롯한 많은 단체에서 참여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대학생과 20대가 선거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경우 선거의 개혁적 흐름이 강화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렇게 될 경우 30대와 40대의 투표율과 투표성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방식은 붉은악마의 거리응원이 전개되고 확산되는 방식과 유사한 것이다. 특히 기회주의적인 연령대인 40대 유권자의 경우 대학생과 20대의 참여에 자극받아 보수적인 투표에서 개혁적인 투표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참여는 지역감정을 완화하는 데도 크게 작용한다. 이런 점에서 이번 선거에서 대학생과 20대의 동향은 선거상황과 선거결과를 결정지을 매우 중요한 변수로 간주되고 있다.
결론적으로, 3자 대결구도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문제는 누가 2강구도를 형성하느냐 하는 문제이다. 병역비리 의혹으로 이회창 후보가 탈락하는 경우, 민주당 내분으로 노무현 후보가 탈락하는 경우, 그리고 지지율의 거품이 빠지면서 정몽준 후보가 탈락하는 경우를 예상할 수 있다. 선거일을 한 달 정도 앞둔 11월 중순이면 2강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병역비리의혹의 경우 마무리가 미흡하다고 판단될 경우 재야법조계와 시민단체와 학계가 검찰조직을 대신해서 조사를 수행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국민적 의혹이 명확하게 해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묻혀질 경우 나중에 더 큰 불씨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선거상황을 분석하고 대립구도를 설명할 수 있을 뿐 선거결과는 아직도 강력한 불확실성의 영역에 머물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변수들이 현재진행형의 변수들일 뿐만 아니라 반전과 재반전의 여지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적 제도화가 미진한 과도기의 정치상황에서 예측불허의 돌발변수가 나타날 가능성을 전적으로 부정하기도 어렵다. 56년과 60년 대선에서 민주당 신익희 후보와 조병옥 후보의 사망이라든가 87년 대선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의 동시출마, 92년 대선에서 정주영의 출마 등은 선거상황의 불확실성을 고조시킨 사례였다. 따라서 2개월 후인 12월 19일에 웃는 자가 누구일지에 대한 예측은 유보하는 것이 좋다. 선거결과에 대한 예측보다는 오히려 선거상황에서 나타나는 역설이 더 흥미로운 상황이다.
민주당내 많은 사람들이 후보단일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회창의 집권을 막기 위해서는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 의미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미 후보를 선출했다. 그것도 국민경선이라는 초유의 민주적 방식을 통해 후보를 뽑아놓았다. 그래놓고 스스로를 부정하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미 정당의 단일후보가 존재하는데 새삼 후보단일화를 외치는 논거를 이해하기 어렵다. 시야를 넓혀 그것을 야권후보단일화로 이해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현대재벌의 2세인 정몽준이 야권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정몽준은 단 한 번도 명실상부하게 야권이었던 적이 없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나는 것처럼 정몽준의 지지기반은 이회창과 겹치고 있다. 엄청난 노력과 비용을 지불하고 당의 후보를 뽑아놓은 상태에서 정당도 없는 단기필마인 데다가 야권인지 여부조차 불명확한 상대를 대상으로 후보단일화를 외치는 민주당 인사들의 ‘비몽사몽 인사불성’이 우리 정치의 척박함을 말해주는 듯하다.
정치적 무관심 후일 역사적 죄악 될 수도…
병역비리의혹이 대선을 앞두고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재미있는 역설이 많이 등장했다. 이회창 후보의 친인척은 불문하고 면제받은 두 아들의 병적기록표에 나타난 수십 가지의 의문투성이 의혹들은 엉망인 병무행정의 수준을 말해주는 것이거나 병역비리의 증거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 수많은 의혹들은 별 문제없이 담당자의 실수로 치부되고 있다. 이정연이라는 개인의 병역비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거당적 대응도 역설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정연은 자연인일 뿐이고 이 문제와 관련된 이회창 역시 공당의 후보 이전에 자연인일 뿐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병역비리의혹에 대한 한나라당의 대응은 도를 넘는 지나친 행동이며, 전직 총재이자 대선 후보에 대한 가신들의 충성을 과시하는 봉건적 상황과 다름없는 것이었다. 특히 과거 민주화운동에 헌신했던 일부 의원들의 맹렬한 ‘반독재 투쟁’을 보면서 국민들은 많은 혼란을 느끼고 있다. 한나라당은 대통령 아들인 김현철의 구속수사나 김홍걸과 김홍업의 구속수사 과정에서 대통령이나 여당의 개입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한 또 하나의 역설은 많은 유권자들이 병역비리에 대한 문제제기를 지겨운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리 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는 심리상태인데, 많은 유권자들이 잠재적 승리자인 이회창 후보와 암묵적인 부패연대를 구축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이다.
정계개편이든 후보단일화든, 병역비리의혹의 해명이든 간에 이 모든 문제들은 궁극적으로 유권자인 국민이 판단하고 심판할 몫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에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재벌도 아니고 언론도 아니고 군부도 아니고 오직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문제는 그 국민이 누구도 간섭할 수 없고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최종적인 권력을 숭고한 마음으로 행사할 준비가 되어 있느냐 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제 국민의 권리를 막 행사하기 시작한 대학생과 20대 젊은 유권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촉구하지 않을 수 없다. 짧은 순간의 귀찮음과 한 순간의 무관심이 국민 자신의 삶을 결정적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심각한 정치적 무관심과 기피가 후일 역사적 죄악으로 평가될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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