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개혁으로 조세정의를 2 - 납세자 권리 교육
2000/2000년 01월 :
2000/01/01 00:00
버는 만큼 내는 세금, 내는 만큼 갚는 권리
1999년 우리 사회를 흔들었던 조세개혁운동은 과거와 비교해 분명한 한 획을 그을 만큼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였다.
그러나 그것은 ‘절반의 성공’으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제도의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됐을 뿐만 아니라 간이과세의 상한기준 또한 정기국회에서 변칙적으로 상향 통과됨으로써 개혁의 취지가 크게 훼손당하였다. 금융소득종합과세 역시 2001년 1월 1일부터 시작하기로 해 실질적인 과세는 2002년에 가서야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아쉬움과 한계에도 불과하고 지난 해 조세개혁운동은 시민단체들의 연대, 나아가 노동운동과의 연대로 이어져 향후 사회개혁운동의 핵심적 과제로 자리잡힐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 그렇다면 2000년 조세개혁운동은 어떻게 될까?
납세자운동 본격화할 것
작년까지의 조세개혁운동은 주로 세입의 측면, 즉 세금이 제대로, 공평하게 거둬들여지도록 하기 위한 운동중심으로 전개되었다. 탈세방지와 형평과세가 실현될 수 있는 각종 제도개선 노력을 진행해왔던 것이다.이와 같은 노력은 2000년에도 계속된다. 대표적으로 ‘표준소득률 제도’ 폐지를 위한 운동을 벌일 것이다. 외형상으로는 ‘신고제’이면서, 동시에 정부(국세청)가 업종별 표준소득률을 미리 결정, 공표함으로써 탈세를 방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한 비상장 주식을 통한 재벌의 변칙 증여·상속을 막기 위한 상속·증여세법 개정노력이 한층 더 강도높게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참여연대 조세개혁팀에서는 비상장 주식에 대한 평가방법을 개선하는 노력과 더불어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서도 적절한 과세가 이뤄지도록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결국 이 모든 것은 ‘과세 인프라의 구축’이라는 큰 틀에서 사고될 수 있다. 20세기가 저물고, 21세기가 시작된 시점에서 ‘과세 인프라’를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 사회의 천민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것이지만 이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공평과세를 위한 어떠한 노력도 제대로 된 결실을 맺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2000년 조세개혁운동의 핵심에는 ‘영수증제도의 개선’이라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 자리잡을 예정이다.
하지만 세금은 결코 ‘내야 하는 의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금을 꼬박꼬박 내는 만큼, 그것의 징수와 집행에 대해 감시하고 문제를 바로잡을 권리가 납세자에겐 분명히 존재한다. 특히 마구잡이로 집행되고 낭비되는 정부예산에 대해서는 반드시 감시의 눈길이 필요하다. 이제까지 조세개혁운동 차원에서 제대로 다루지 못했던 ‘세출’ 부분, 즉 ‘예산낭비감시운동’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개될 계획이다. 이미 지난 한해 서울시장 판공비 공개요구를 비롯하여 정부부처 관료의 판공비 내역을 낱낱이 밝혀내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었고, 지금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역시 ‘절반의 성공’을 거두어 고 건 서울시장이 자신의 판공비 사용내역을 밝혔고, 이에 뒤따라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의 판공비 사용내역이 공개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98년 이전의 사용내역이나 보다 구체적인 사용내역, 공개 범위 등에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실정이다.
예산낭비 감시란 단순한 제도개선 노력보다 몇배 더 힘들고 많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것인만큼 쉽사리 눈에 띄는 성과를 기대하긴 어렵다. 예컨대 경부고속철도나 영종도 신공항사업과 같이 누구나 부실과 부정이 있었음을 공감하고 있는 사안에 대해서조차 이를 시민단체가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밝혀내는 데는 어려움이 많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비록 규모가 작지만 분명하고 구체적 사안에 대해 정확하고 끈질긴 문제제기와 감시를 전개하고, 또 다른 한편으론 현재의 정보공개제도를 보다 개선시키고, 예산부정방지법 제정, 내부고발자 보호제도의 도입 등을 위한 제도개선 사업이 병행, 추진될 계획이다.
개인적 권리구제를 넘어 사회적 권리주장으로
앞으로 계획되는 2000년 납세자운동은 결국 ‘납세자의 권리찾기’이다. 우리는 학교에서 ‘납세는 국민의 의무’라는 것만 배웠을 뿐, 그것에 상응하는 정당한 권리가 있음을 배우지 못했다. 당연히 어떻게 권리를 찾고 주장해야 할 지도 모르고 있다. 살아 있는 이상, 아니 죽어서조차 우리는 세금과 무관할 수 없다. 이는 한 개인뿐만 아니라 기업, 나아가 정부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거기에 의무만 있고 권리가 없다는 것은 결코 말이 되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몇몇 지식인이나 시민단체가 제도개선 노력만 벌인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탈세에 대한 불감증, 예산낭비에 대한 불감증을 떨쳐 버릴 때에만 그나마 조금은 해결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참여연대 납세자운동본부는 그동안 전개해 왔던 제도개선 노력만이 아니라, 의식을 개혁하기 위한 노력도 적극적으로 벌여나갈 예정이다. ‘봉급쟁이가 봉이 아님’을 교육·홍보하고, 초·중등 교과과정에서 ‘납세자의 권리’가 교육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직장인을 위한 납세자 권리찾기 매뉴얼북’을 만들어 직장인들을 교육하고,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강좌 등도 기획하고 있다. 정부가 납세자 스스로가 자신에게 주어진 권리, 누려야만 하는 권리에 대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대로 주지도 않고선 “국민의식 수준이 낮기 때문에” 운운하는 것을 그냥 정부탓만 하고 있을 순 없다. ‘납세자의 권리’란 ‘납세의무자’ 누구에게나 주어진 것이지만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는 이상 언제나 묻혀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버는 만큼 내는 세금’, ‘내는 만큼 갖는 권리’를 위한 운동이 중요한만큼 세금의 공공적 성격을 보다 분명히 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 진행될 것이다. 결국 예산낭비를 감시하는 것이 그 일차적 운동이 될 것이고, 나아가 거둬들여진 세금이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 공정하고 제대로 배분될 수 있도록 하는 운동을 벌여나갈 예정이다. 쓰여질 예산이 제대로 걷히고 있는가의 문제와 짜여진 예산이 제대로 쓰여지고 있는가, 라는 문제 가운데에는 거둬진 예산이 ‘제대로 짜여지고’ 있는가, 라는 중요한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2000년 납세자운동본부에서는 국가재정의 문제와 사회복지의 문제 등 조세제도와 긴밀한 연관을 맺는 여타 분야와의 인적·사업적 교류를 확대해나갈 전망이다. 그리고 지난 한해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다른 시민단체, 노동단체와의 적극적인 연대를 통해 ‘납세자운동’을 소극적인 납세자 개인의 권리구제운동이 아닌 적극적인 사회개혁운동으로 발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미 서구 선진국들에서 ‘납세자운동’은 가장 대표적이고 전형적인 시민운동의 한 부분이다. 새로운 세기를 맞아 ‘납세자운동’이 이제서야 우리 사회의 새로운 운동으로 본격화 되는 것이 다소 아쉬운 감은 있지만 결코 뒤늦은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납세자’란 바로 ‘시민’이며 ‘유권자’인 우리들이기 때문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