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대전 법조비리가 터져나오자 검찰 개혁에 대한 여론이 들끓었다. 또 당시 기획예산처에서 행정 부처에 대한 경영진단 결과 법무부와 검찰에 대한 개혁 내용이 상당수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개혁위가 ‘새 사법 패러다임의 구축’을 기치로 내걸고 출범했지만 그 이면에는 이같은 ‘위기국면’을 탈출하기 위해 검찰 쪽에서 먼저 대통령에게 제안해 만든 작품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따라서 시민단체들은 당초부터 사법개혁에 대한 중차대한 과제를 이 틀에서 풀어나갈 수 있으리라고 신뢰하지 않았다. 시민단체들은 위원 구성문제에서부터 중간발표에 이르기까지 계속 이의를 제기해왔다.

예상된 결과였을까. 사법개혁추진위원회의 최종안이 발표되자 경실련ㆍ기윤실ㆍ민가협ㆍ민노총ㆍ민주주의법학연구회ㆍ한국노총ㆍ인권운동사랑방ㆍ참여연대ㆍ한국시민협 등 13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사법개혁을 위한 시민 사회단체 연대회의’는 곧바로 성명을 내고 “국민적 열망을 무시한 사법개혁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이 끝난 뒤 사법개혁추진위원장실에서 김영준 위원장과 마주했다.

사법개혁이라는 국민적 열망 때문에 다소 부담스럽거나 곤혹스런 점도 있었을텐데 소감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동안 굉장한 빡빡한 스케줄이었어요. 매주 한차례씩 회의를 열고 중간에 소위원회나 지방세미나도 열어야 했습니다. 나름대로는 최선을 했지만 34개 안건 중 결론을 못낸 게 한두 건 정도 있습니다. 사법개혁은 하루아침에 될 일이 아니고 우리만이 할 일도 아닙니다. 과거에도 해왔고 앞으로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사법개혁추진위원회가 좀 다르다면 그야말로 본격적으로, 또 광범위한 부분에 관해서 사법개혁을 논의한 자리는 우리가 처음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보람도 느낍니다. 이것이 하나의 밑거름이 돼서 앞으로도 사법개혁이 진행될 것이고 사법개혁이 시대에 따라서 그 개혁내용도 달라질 것입니다. 그러나 기본 틀은 어디까지나 국민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법,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정보화ㆍ국제화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사법은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방향이 서리라 생각했습니다.”

초창기부터 시민단체들이 문제삼았던 것은 사법개혁위의 구성, 즉 개혁의 대상이라 할 수 있는 법무부와 검찰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상식적으로 볼 때 개혁의 당사자인 법조인이 중심이 된 사개위에 대한 문제제기지요.

“나는 위원선정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지만 생각이 좀 다릅니다. 원내 기존 것을 완전히 파괴하고 새로운 틀을 만드는 혁명이라면 몰라도 개혁이라는 것은 기존 틀 중에 지킬 것은 지키는 게 아닙니까. 사법개혁이라면 사법에 대해 이해하고 있으면서 국가적인 사법개혁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알고 모여야지, 사법개혁에는 사법인이 배제돼야 한다는 생각은 문제 있습니다. 소위 개혁을 한다고 하면서 개혁대상 기관이나 개혁대상 단체를 참여 안 시키면 무슨 문제가 생기느냐면 사무처 마음대로 됩니다. 왜? 내용을 잘 모르니까. 지금 일본이 그런 문제가 있습니다. 사법개혁하는 데 법조인은 세 사람이 있습니다. 나이도 70~80세가 다된 사람입니다. 문필가ㆍ경제인 등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요. 일본에선 시민단체들은 그런데 관여를 잘 안하니까. 사무처는 판사 검사 등이 주축이 됩니다. 사법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모이면 사무처대로 할 수도 있습니다. 전문가를 무조건 배제할 것이 아니라 거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정신자세가 문제입니다.”

완전히 법조인을 배제해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법조인이 중심이 돼서는 안된다는 것입니다. 그럴 경우 그것 자체로도 여론 수렴과정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과거 사법시험에 합격했다고 지금 하는 일이 전혀 다른데 그 사람들을 법조인이라고 볼 수 있는가요. 우리도 지금 법조인이라면 현직 법조인 이외에도 대학교수로 계신 분이 몇분 계세요. 그분들은 법학교수입니다. 법학교수면 사법에 대해 가장 잘 아시고 외부 시각을 가지고 논의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과거 고시에 한번 합격했다고 해서 지금 기업을 경영하는 사람을 법조인으로 볼 수 있느냐, 그건 아니라고 봐요. 그런 점에서 너무 편향된 눈으로는 안 보시는 게 좋겠다고 생각해요. 나는 처음부터 다수결 결정은 안한다고 했습니다. 끝까지 논의해가지고 소수의견이든 다수의견이든 상대방 논의에 대해서 서로 납득할 수 있는 데까지는 논의하자고 해서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국회처럼 다수결로 하면 간단히 끝났을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는 다수결은 안된다고 누차 얘기했습니다.”

각 과제를 하나의 입장으로 모으는 데 거수표결은 절대 안했다는 얘깁니까.

'중간에 하나의 과정으로서 몇사람이 찬성ㆍ반대했는지 나타나지만 거수표결은 안했습니다.'

애초 시민단체들은 회의의 투명성을 위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는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밀실 논의라는 비난도 일었고요.



“뭣이죠? 아! 그 회의록. 회의록을 작성했어요. 그것을 다시 고쳐서 정리를 해야지 그걸 그대로 외부에 주겠어요. 그것은 CD롬에 저장할 예정입니다. 1~2월 중에 다 정리되면 당연히 공표할 겁니다. 회의록 공개안한다고 밀실회의라는데 소위 위원회가 회의까지 공개하는 일이 거의 없지않습니까. 한두마디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어려운 사법개혁을 정하는 데 있어서 그때그때 공개하면 그 사람 발언하는 데도 여러 제약이 있을 것이고, 오히려 아주 기탄없는 발언을 하기 위해선 오히려 공개를 안하는 것이 좋을 것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럼 어느 위원이 어떤 애기를 했는지도 공개됩니까.

“그럼, 다 나오지요. 그걸 가지고 평가할 수 있지요.”

지금 국회 소위원회도 회의록을 만들지 않아서 시민단체들이 회의록 작성을 그간 주장해왔는데.

“국회가 회의록을 만들지 않는다고요. 그 점은 문제가 있을 겁니다. 물론 회의록을 공개함으로써 소위 국민이 알 권리는 충족되겠지만 참여하는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사활동은, 말하자면 자기는 공개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 발언일 수가 있거든요. 그건 개인의 자유니까.

국회의원은 공인 아닙니까. 또 시민단체들이 바라보는 관점은 책임있는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공개돼도 떳떳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여기서 기탄없는 말을 하는 것은 책임있는 말입니다. 기탄없다는 것은 자기의 소신을 말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 말이 외부에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는다면 도리가 없는 것이지요. 개인문제니까요.”

회의록이 공개되면 부담감이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인데요, 위원회의 회의 진행이 주제별로 결정을 내리고 다음 과제를 논의하는 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압니다. 그럼 회의록을 공개하는 것이 회의과정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 부담감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데요.

“위원회가 진행중일 때에는 그 사람의 기본이념이 나타나는 것 아닙니까. 그럼 압력을 받을 수 있죠. 또 심리적으로 공표가 된다고 한다는 데서 오는 압력감을 느낄 수 있죠.”

중간보고서와 달라진 게 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다면 두차례 공청회는 형식적인 요식절차 아니었나요.

“공청회 때 한 문제를 가지고 특정 부분에 대해 반대한 것은 있으나 각자 의견이 다르게 나왔습니다. 이를 다 수렴하기는 어려웠습니다.”

시민단체들은 검찰의 기소권 독점을 막기 위해 검찰의 견제장치로서 특검제를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사법개혁추진위는 특검제 상설화를 유보했습니다. 기소권 독점에 따른 폐해를 막을 장치가 전혀 없는 것 아닙니까.

“우리로서는 특검제가 좋다 나쁘다는 결론을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특검제를 사법체계로서 도입하는 방안만 논의했습니다. 현재 특검제(옷로비ㆍ파업유도 특검제)가 국회 결의에 의해 진행됐는데 좋은 면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그건 정치적 차원의 문제입니다. 사법체계 내에서 두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사법제도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기소권은 검찰만이 행사해야 한다는 게 대원칙입니다. 기소를 여러 기관에서 하면 공권력 행사하는 데 곤란에 빠진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재정신청에 따라 법원에 기소돼서 재판에 넘겨지는 준기소절차가 확대됐습니다. 기소권 남용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재정신청은 어느 정도까지 확대되나요.

“검찰권 행사에서 불공정성에 대한 의심의 여지가 있는 사항은 주로 권력과 관련된 검사의 결정입니다. 전현직 고위 공직자나 정치인 혹은 수사ㆍ재판기관 종사자에 대한 결정에 대해서는 검사가 공정하더라도 상대방이 의심할 여지가 있습니다. 그런 사건에 대해서는 전부 재정신청 대상에 넣자고 건의했습니다. 재정신청으로 만약 불기소한 사안에 대해 기소 명령이 떨어지면 검사는 불명예 아닙니까. 그렇게 견제하자는 거지요.”

시민단체들이 그동안 문제제기한 검사동일체 원칙의 기본 골격은 그대로 유지되는 것인가요.

“기본 골격은 유지하되 다만 우리나라에서 수사 독립성 훼손 의구심을 받아왔던 것은 사실입니다. 이를 없애고 일선 검사로 하여금 독립성을 갖고 일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일선 검사들이 상사에 대한 불만을 해소할 수 있도록 이의제기 단서 규정을 두기로 했습니다.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과거 검찰조직에 있어서의 경직성을 완화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은 사법과정에서 시민참여 방안이 구체화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최종보고서에서는 단순히 연구과제로 남겨뒀던데.

“배심제ㆍ참심제 등이 논의됐습니다. 배심제가 나온 것은 옛날에 통신이나 정보가 발달이 덜돼 일반 시민들이 사건에 대한 선입관이 전혀 없을 때입니다. 그런 시민들을 불러놓고 검사와 변호사가 증거를 가지고 싸우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은 사건이 나면 제일 먼저 라디오에 나옵니다. 그래서 선입견을 안가질 수가 없습니다. 그런 문제 때문에 미국에서도 배심제에 대한 많은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더군다나 지역ㆍ학연ㆍ이웃간 정의 문제가 많이 작용하는 우리나라에서는 실시하기 힘듭니다. 삼심제는 사실은,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삼심제에 참여하는 시민들의 전문성이 요구됩니다. 지성적인 국민성을 가진 독일에서도 법관에 휘둘리기 쉬운데 감성적 국민성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지금 당장 실시하기에는 때이른 감이 없지 않습니다. 또 국민들은 지금 삼심제가 뭔지도 잘 모릅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도입하기 곤란합니다.

시민 참여방안의 하나로 검찰의 기소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 검찰심사제도에 대한 논의는 있었습니까.

“예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건 다른 나라에는 없어요. 일본에만 있지요. 일본 제도를 조사했습니다. 그런데 거의 실효성이 없어요. 일본서는 재정신청과 같이 제도도 없고 검찰 자체의 항고제도가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도 없고요. 우리는 그런 제도도 있는데 일본서도 별로 실효성 없는 제도를 굳이 개혁이라는 이유로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는 왜 반대하십니까.

“헌법상 국회 동의요청을 받는 대법원장ㆍ감사원장들에 대해서는 앞으로 인사청문회를 연다고 알고있어요. 검찰총장은 그런 제도에 포함된 것도 아닌데 여러 임명직 공무원과는 달리 검찰총장만을 그렇게 한다면 오히려 검찰총장에 대해서 격만 높여주는 것 아닙니까. 정치적으로 휩쓸릴 우려도 있고요.”

시민단체들은 검찰총장이 정치적으로 휩쓸릴 소지를 차단하자는 차원에서 인사청문회를 제안하는 것 아닙니까. 실제 역대 검찰총장들은 ‘정권의 시녀’라는 소리까지 들으면서 그런 모습들을 보여왔고요.

“정치권이 검찰을 자기 욕망대로 하려 했던 것이 문제지요. 그건 그대로 놔두고 아무리 제도 고치면 무얼합니까. 인사청문회 한들 뭐합니까. 인사청문회를 통과한 검찰총장이 집권자 말을 안 듣는다고 어떻게 단정합니까. 정치개혁을 놔두고 제도를 고치면 한정이 없습니다. 우리는 아예 처음부터 정치적 압력이라는, 있어서는 안될 것을 없앤다는 전제에서 제도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 인사체계 자체가 여권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인사청문회를 주장하는 것입니다. 여야가 합의한 중립적인 인사를 하자는 취지지요.

“일본도 검찰총장을 내각에서 임명합니다. 그래도 아무런 문제가 없지 않습니까. 정치권이 (검찰의)권한행사 영향을 주는 일을 안하기 때문이죠.”

정치권 스스로 바뀌어야지 제도적으로 고칠 사항은 아니라는 겁니까.

“인사청문회를 한다고 해서 현재의 정치풍토를 그대로 두고는 검찰총장의 중립성이 보장된다고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검사 임명권을 검찰청으로 이전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습니까.

“그것도 논의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국가 공무원은 장관을 재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검사만을 따로 임명하면 일반공무원과 다른 공무원이 돼버립니다. 그야말로 검찰의 독재가 우려될 수도 있지요. 총장이 자기 부하임명 다해 버리면 법무부가 없어져야지요. 할 일이 없죠. 그건 오히려 검찰총장에게 권력을 집중하는 것입니다.”

사법연수원제를 대신해 사법대학원을 제안했는데 그간 논의됐던 로스쿨 등의 제도가 채택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요.

“우리나라 형편상 사법대학원안이 가장 타당한 안으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전문법학대학원제, 로스쿨 제도는 80개가 넘는 법과대학의 위상과 존폐 문제와 관련돼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습니다. 교수진이 확보되지 않아 서둘러 도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를 인가하는 기관과 지역대학의 분규도 우려됩니다. 또 아직 재원이 확립 안됐습니다. 오히려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많을 것으로 우려됐습니다.”

결국 특검제ㆍ인사청문회 등 시민단체들이 주요하게 제기했던 주장들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시민단체의 요구를 반드시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되지요. 이 요구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 시민단체의 과욕 아닌가요.

위원회에서 특검제 상설에 대한 소수 의견도 없었습니까.

“그것은 찬반이 많았죠. 논의가 오래됐죠.”

그런데 어떻게 결정됐죠.

“그 과정은 잘 모르는데 상당히 논의되다가 마지막에는 도입을 안하는 것으로 결론났습니다.”

표결은 없었습니까.

“끝까지 안된다고 한 사람은 없어요. ‘정 내가 그렇게 주장했는데도 안 받아들이면 하는 수 없지요’하는 식으로 넘어갔죠, 나중에 회의록이 나오면 알겠지만요.”

김병기(참여사회 기자)
2000/01/01 00:00 2000/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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