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왕좌 나무를 지켜라
2002/2002년 12월 :
2002/11/29 00:00
송파구 방이동 대왕좌(大王座)나무.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으로 피난 가던 인조가 잠시 쉬었다 간 자리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나무 밑에 조그만 샘이 하나 있었는데, 부스럼에 효과가 있어 전국의 병자들이 몰려들었다. 몇몇 마을사람들은 이 샘의 약효는 인조가 다녀간 후부터 나타났다고 한다. 1970년대 가락구획정리 때 샘물은 메워지고 나무만 남았다.
대왕좌나무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나무는 구획정리 이후 뿌리며 가지가 잘리며 주택 3채 사이에서 힘겹게 살아남았다. 그런데 지난 8월, 땅주인이 재건축 허가를 받아 이곳의 집을 헐게 돼 완전히 잘리게 됐다.
“좁은 마당에 이렇게 큰 나무가 있으니까 답답하지. 나무 때문에 집도 안 팔리고. 이번에 (재건축) 허가 났으니까 어쩔 수 없어. 정 살리고 싶으면 낼모레 집 부수니까 그 전에 파가라고 해요.”
“옮겨심기 위한 내부절차를 받을 만한 시간적 여유도 안 주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돼요. 이미 철거업체랑 계약했어요”라고 집주인은 딱 잘라 말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구청에 즉시 민원을 제기해 간신히 공사를 중단시켰다. 구청은 나무 주위 땅을 매입해 작은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이 일이 그리 간단히 끝날 문제는 아니다. 지난달 열린 송파구의회 제106회 임시회 예산안 심사에서 의회는 “역사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 나무를 ‘대왕좌’로 기념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병자호란이 일어난 것은 1636년, 나무의 수령은 230년. 얼른 셈해봐도 130년의 시간차가 있다. 구가 그동안 몇 번이나 서울시에 보호수 지정을 요청했었지만, 지정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따진다면 나무 자체에 역사성은 없지만 200년 넘게 살아난 나무라는 점에서는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지. 그리고 거기에 샘이 있었잖아. 거긴 병 고치려고 전국에서 다 왔다고.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나무는 살려야 해.”
송파문화재위원 김준배 씨(송파구 방이동 거주·78세)의 주장이다. 방이동에는 유난히도 병을 고치는 나무와 샘이 많았던지라 사라진 기념물들을 위해 이 나무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게 김씨를 비롯한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몽촌향우회에서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중이다. 예산안이 부결되자 향우회는 서명을 받아 감사청구를 하기로 했다.
“나보다 조금 젊은 세대들부터 그 나무의 가치를 모른다구요. 우리 어렸을 때 그 나무 위로 산이 있었고, 정자도 있어서 마을사람들이 다 거기 모여서 놀고 그랬는데.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또래나 선배들인데, 다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군요.”
향우회 김장선 씨(방이동·56세)는 이렇게 말하며 다른 길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고 한다. 김준배 씨를 비롯한 방이동 주민들과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이곳이 사유지인만큼 시간을 오래 끌 수 없다. 집주인은 벌써 10년 넘게 재건축을 요청해 왔고, 허가를 받은 지도 석 달이 다 돼간다. 그렇다고 나무가 잘리도록 방관할 수도 없다. 옛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문화유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찮게 보이는 유산이라도 오랜 세월을 마을사람들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대왕좌나무가 위기에 처해 있다. 이 나무는 구획정리 이후 뿌리며 가지가 잘리며 주택 3채 사이에서 힘겹게 살아남았다. 그런데 지난 8월, 땅주인이 재건축 허가를 받아 이곳의 집을 헐게 돼 완전히 잘리게 됐다.
“좁은 마당에 이렇게 큰 나무가 있으니까 답답하지. 나무 때문에 집도 안 팔리고. 이번에 (재건축) 허가 났으니까 어쩔 수 없어. 정 살리고 싶으면 낼모레 집 부수니까 그 전에 파가라고 해요.”
“옮겨심기 위한 내부절차를 받을 만한 시간적 여유도 안 주겠냐”는 기자의 질문에 “안 돼요. 이미 철거업체랑 계약했어요”라고 집주인은 딱 잘라 말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민들은 구청에 즉시 민원을 제기해 간신히 공사를 중단시켰다. 구청은 나무 주위 땅을 매입해 작은 공원을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이 일이 그리 간단히 끝날 문제는 아니다. 지난달 열린 송파구의회 제106회 임시회 예산안 심사에서 의회는 “역사성이 없다”는 이유로 이 안건을 부결시켰다.
이 나무를 ‘대왕좌’로 기념하기에 무리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병자호란이 일어난 것은 1636년, 나무의 수령은 230년. 얼른 셈해봐도 130년의 시간차가 있다. 구가 그동안 몇 번이나 서울시에 보호수 지정을 요청했었지만, 지정되지 못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렇게 따진다면 나무 자체에 역사성은 없지만 200년 넘게 살아난 나무라는 점에서는 보호할만한 가치가 있지. 그리고 거기에 샘이 있었잖아. 거긴 병 고치려고 전국에서 다 왔다고. 그걸 기념하기 위해서라도 나무는 살려야 해.”
송파문화재위원 김준배 씨(송파구 방이동 거주·78세)의 주장이다. 방이동에는 유난히도 병을 고치는 나무와 샘이 많았던지라 사라진 기념물들을 위해 이 나무만큼은 살려야 한다는 게 김씨를 비롯한 주민들의 생각이다.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몽촌향우회에서도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중이다. 예산안이 부결되자 향우회는 서명을 받아 감사청구를 하기로 했다.
“나보다 조금 젊은 세대들부터 그 나무의 가치를 모른다구요. 우리 어렸을 때 그 나무 위로 산이 있었고, 정자도 있어서 마을사람들이 다 거기 모여서 놀고 그랬는데. 보호해야 한다고 하는 사람들은 우리또래나 선배들인데, 다들 뿔뿔이 흩어져 있어서 의견 모으기가 쉽지 않군요.”
향우회 김장선 씨(방이동·56세)는 이렇게 말하며 다른 길이 있는지 찾아봐야겠다고 한다. 김준배 씨를 비롯한 방이동 주민들과 함께 힘을 모을 것이라고도 덧붙인다.
이곳이 사유지인만큼 시간을 오래 끌 수 없다. 집주인은 벌써 10년 넘게 재건축을 요청해 왔고, 허가를 받은 지도 석 달이 다 돼간다. 그렇다고 나무가 잘리도록 방관할 수도 없다. 옛모습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서울에서 얼마 남지 않은 문화유산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하찮게 보이는 유산이라도 오랜 세월을 마을사람들과 함께 해왔기 때문에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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