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을 디딤돌로
2003/2003년 02월 :
2003/02/06 00:00
노무현의 승리는 국민의 승리다. 우리나라 국민은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 워낙 오랫동안 정치 하나에 시달릴 대로 시달려온 백성들이라 정치가 어떻게 움직이는가 하는 것에 대해 본능적으로 신경을 많이 쓸 수밖에 없게 되어 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 국민은 정치에 대해 뿌리깊은 불신을 지니고 있다. “구관이 명관”이라는 자조적인 말속에도 극복될 줄 모르는 정치적 불신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서려 있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낮아야 하고, 반대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많다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적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높은 정치적 관심과 깊은 정치적 불신이 공존하고 있다. 흥미로운 모순이다.
그러나 다르게 표현하면, 이 모순은 바로 우리 국민의 치열한 정치적 관심을 뜨거운 정치적 활력으로 결집시켜나갈 현실적 역량이나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정치적 대안이 부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미래에 대한 기대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결의 같은 것이 이러한 모순적 현상의 배후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경선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후보단일화에서도 승리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정치적 불신 경향을 극복하고 정치적 관심을 새로이 진작시키는데 폭넓게 기여했다.
서민의 정부
그는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이다. 그는 한국 정치의 낡은 부조리를 청산할 수 있는 활력과 생기를 내뿜고 있기 때문에 산산이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또 학벌주의를 타파할 멋진 계기도 만들어놓은 서민 출신 대통령이다. 그리하여 난관을 뚫고 희망을 샘솟게 할 수 있는 민중적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구시대 풍의 낡은 정치인들을 한 칼에 날려버린 것도 아마 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그의 등장으로 3김 시대가 종언을 고하면서, 보스 정치, 측근 정치의 오래된 폐해가 꼬리를 감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가. 아울러 이회창 후보의 정계 은퇴선언을 필두로, 정몽준, 이인제, 김민석 등 기회주의적이고 사리사욕에 물든 낡은 패거리 정치인들을 무릎 꿇게 만들고 있다. 그는 계급분열과 지역주의를 분쇄함으로써, 국민통합과 민족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첫걸음을 겸허하게 내딛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정치적 혁명 시대다.
요컨대 20∼30대 젊은 층을 주축으로 하여, ‘급진적 개혁’을 펼쳐나가야 할 때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뛰어넘어 ‘서민의 정부’를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관계 정상화, 남북한 평화공존 체제 구축, 언론 바로 세우기 운동 등도 정력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등장으로 국민의 기대심리가 한껏 부추겨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만약 이번에도 이러한 국민의 변화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한다면, 국민의 배신감은 엄청난 파국과 저항을 초래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볼 때, 노무현 당선자에게는 전통적인 의미의 ‘결격 사유’가 적잖다. 없는 게 많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떠받들어줄, 학연이나 지연 또는 혈연 등으로 뭉쳐진 계파가 없다. 그리고 여소야대다. 이런 의미에서 노 정부는 역사상 가장 취약한 정부가 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그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그의 정치적 숙명이다.
총애와 존경
인사는 만사다. 특히 노 당선자는 특별한 자질을 갖춘 인재를 주위에 끌어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가령 춘추시대 말기 제나라는 범속하기 그지없는 군주인 경공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공 밑에는 안영이라는 탁월한 명재상이 버티고 앉아서 난세를 능란하게 헤쳐갈 수 있었다. 경공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싶어 안달하는 군주였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조세와 노역을 억지로 늘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무튼 죽어나는 것은 백성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의 일이었다. 안영은 노나라에 사절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경공은 훼방꾼인 안영이 없는 틈을 타 이내 새 궁전의 건설에 착수했다. 마침 공사를 시작한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동사자까지 속출했다. 그래도 공사를 강행했다. 노역꾼들은 안영의 귀국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재상 안영의 충언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어느 날 마침내 안영이 귀국하였다. 그런데 왕 앞에서 안영이 느닷없이 뜨거운 눈물을 뿌리는 게 아닌가. 그러자 경공이 입을 열었다.
“그 새 궁궐 때문이구먼. 즉각 중지토록 명령을 내리겠소.”
안영은 대궐을 나서자마자 공사 현장으로 말을 몰았다. 이 경우 다른 사람 같았으면 공사를 중지시켰노라고 의기 양양하게 자신의 공을 퍼뜨리고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안영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작업을 독촉하며 채찍을 들고 인부들을 두들겼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으로 인부들은 하나같이 투덜댔다.
안영이 모든 인부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고 있을 때, 지평선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말이 급히 달려와 경공의 공사 중지 명령을 하달하였다. 인부들은 함성을 지르며 각자 흩어져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안영과 거의 동시대를 산 공자가 이 말을 듣고,
“예로부터 훌륭한 신하는 명성은 군주에게 돌리고, 재앙은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는 도다”라고 말하며, 안영을 신하된 자의 귀감으로 높이 칭송했다 한다.
이 에피소드는 왕조시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새 대통령의 가까이는 그의 총애가 아니라 존경을 받는 정치인이 포진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신자유주의는 시장 논리에만 집중함으로써 정치적 무관심만을 장려하고 촉진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라는 것이 정치인에게 맡기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라고 역설한 드골의 충고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치인을 밀어낸 그 자리에 ‘노사모’를 비롯한 ‘네티즌 전사’ 그룹이 대신 들어섰다.
우리 정치인들은 힘을 사랑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사랑의 힘을 가진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지역을 잡으려는 사람은 나라를 잡을 사람이라는 것을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중보다 한 발짝 앞에 나가면 지도자가 되고, 두 발짝 앞서 가면 방해꾼이 되며, 세 발짝 앞으로 나아가면 미친 사람으로 의심받는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수없이 시련을 겪어왔다. 그러나 좌절한 적은 없다. 우리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나갈 새 대통령을 기다린다.
그러나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다면 정치에 대한 불신이 낮아야 하고, 반대로 정치에 대한 불신이 많다면 정치에 대한 관심이 적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높은 정치적 관심과 깊은 정치적 불신이 공존하고 있다. 흥미로운 모순이다.
그러나 다르게 표현하면, 이 모순은 바로 우리 국민의 치열한 정치적 관심을 뜨거운 정치적 활력으로 결집시켜나갈 현실적 역량이나 인물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된다. 정치적 대안이 부재하긴 하지만 그래도 미래에 대한 기대를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국민적 결의 같은 것이 이러한 모순적 현상의 배후에 깃들여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국민경선제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후보단일화에서도 승리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정치적 불신 경향을 극복하고 정치적 관심을 새로이 진작시키는데 폭넓게 기여했다.
서민의 정부
그는 합법적인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젊은 대통령이다. 그는 한국 정치의 낡은 부조리를 청산할 수 있는 활력과 생기를 내뿜고 있기 때문에 산산이 분열된 국민을 하나로 결집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또 학벌주의를 타파할 멋진 계기도 만들어놓은 서민 출신 대통령이다. 그리하여 난관을 뚫고 희망을 샘솟게 할 수 있는 민중적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구시대 풍의 낡은 정치인들을 한 칼에 날려버린 것도 아마 그가 아니었으면 불가능하지 않았을까 짐작해본다. 그의 등장으로 3김 시대가 종언을 고하면서, 보스 정치, 측근 정치의 오래된 폐해가 꼬리를 감출 기미도 보이지 않는가. 아울러 이회창 후보의 정계 은퇴선언을 필두로, 정몽준, 이인제, 김민석 등 기회주의적이고 사리사욕에 물든 낡은 패거리 정치인들을 무릎 꿇게 만들고 있다. 그는 계급분열과 지역주의를 분쇄함으로써, 국민통합과 민족통일의 위업을 달성할 첫걸음을 겸허하게 내딛어야 할 것이다.
지금은 정치적 혁명 시대다.
요컨대 20∼30대 젊은 층을 주축으로 하여, ‘급진적 개혁’을 펼쳐나가야 할 때라는 말이다. 그리하여 이제는 ‘문민정부’와 ‘국민의 정부’를 뛰어넘어 ‘서민의 정부’를 세워야 한다. 무엇보다 한미관계 정상화, 남북한 평화공존 체제 구축, 언론 바로 세우기 운동 등도 정력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그러나 노 당선자의 등장으로 국민의 기대심리가 한껏 부추겨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만약 이번에도 이러한 국민의 변화 욕구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한다면, 국민의 배신감은 엄청난 파국과 저항을 초래하게 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볼 때, 노무현 당선자에게는 전통적인 의미의 ‘결격 사유’가 적잖다. 없는 게 많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그에게는 필사적으로 자신을 떠받들어줄, 학연이나 지연 또는 혈연 등으로 뭉쳐진 계파가 없다. 그리고 여소야대다. 이런 의미에서 노 정부는 역사상 가장 취약한 정부가 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그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이것이 그의 정치적 숙명이다.
총애와 존경
인사는 만사다. 특히 노 당선자는 특별한 자질을 갖춘 인재를 주위에 끌어 모으지 않으면 안 된다.
가령 춘추시대 말기 제나라는 범속하기 그지없는 군주인 경공이 지배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공 밑에는 안영이라는 탁월한 명재상이 버티고 앉아서 난세를 능란하게 헤쳐갈 수 있었다. 경공은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기고 싶어 안달하는 군주였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조세와 노역을 억지로 늘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아무튼 죽어나는 것은 백성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해의 일이었다. 안영은 노나라에 사절로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경공은 훼방꾼인 안영이 없는 틈을 타 이내 새 궁전의 건설에 착수했다. 마침 공사를 시작한 그 해 겨울은 유난히 추워서 동사자까지 속출했다. 그래도 공사를 강행했다. 노역꾼들은 안영의 귀국만을 애타게 기다렸다. 재상 안영의 충언에 기대를 걸었던 것이다. 어느 날 마침내 안영이 귀국하였다. 그런데 왕 앞에서 안영이 느닷없이 뜨거운 눈물을 뿌리는 게 아닌가. 그러자 경공이 입을 열었다.
“그 새 궁궐 때문이구먼. 즉각 중지토록 명령을 내리겠소.”
안영은 대궐을 나서자마자 공사 현장으로 말을 몰았다. 이 경우 다른 사람 같았으면 공사를 중지시켰노라고 의기 양양하게 자신의 공을 퍼뜨리고 다녔을 것이다. 그러나 안영은 정반대였다. 오히려 작업을 독촉하며 채찍을 들고 인부들을 두들겼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으로 인부들은 하나같이 투덜댔다.
안영이 모든 인부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고 있을 때, 지평선에서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말이 급히 달려와 경공의 공사 중지 명령을 하달하였다. 인부들은 함성을 지르며 각자 흩어져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안영과 거의 동시대를 산 공자가 이 말을 듣고,
“예로부터 훌륭한 신하는 명성은 군주에게 돌리고, 재앙은 자신에게 돌아오게 하는 도다”라고 말하며, 안영을 신하된 자의 귀감으로 높이 칭송했다 한다.
이 에피소드는 왕조시대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새 대통령의 가까이는 그의 총애가 아니라 존경을 받는 정치인이 포진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특히 신자유주의는 시장 논리에만 집중함으로써 정치적 무관심만을 장려하고 촉진시키고 있을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정치라는 것이 정치인에게 맡기기에는 너무나 심각한 문제”라고 역설한 드골의 충고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정치인을 밀어낸 그 자리에 ‘노사모’를 비롯한 ‘네티즌 전사’ 그룹이 대신 들어섰다.
우리 정치인들은 힘을 사랑하는 정치인이 아니라 사랑의 힘을 가진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지역을 잡으려는 사람은 나라를 잡을 사람이라는 것을 역시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군중보다 한 발짝 앞에 나가면 지도자가 되고, 두 발짝 앞서 가면 방해꾼이 되며, 세 발짝 앞으로 나아가면 미친 사람으로 의심받는다는 사실 또한 명심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 민족은 지금까지 수없이 시련을 겪어왔다. 그러나 좌절한 적은 없다. 우리는 걸림돌을 디딤돌로 만들어나갈 새 대통령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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