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호의 개혁 항로에 도사린 암초들
2003/2003년 02월 :
2003/02/06 00:00
노무현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새 정부의 개혁 추진 속도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재벌개혁, 언론개혁 등에 관한 정책을 놓고 인수위원회 안팎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오고갔고, 인수위를 포함한 노 당선자쪽도 적절한 개혁속도를 설정하는데 부심하고 있다.
세간의 관심과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수위는 노무현정부 개혁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예측 가능한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현실임을 말해준다. 국민의 변화 욕구를 타고 들어서게 된 노무현정부이지만, 막상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가로놓여 있다.
외부 환경의 측면에서는 우선 소수파 정권이라는 한계가 있다. 현재 민주당의 국회 의석 수는 103석. 자기 힘만으로는 단 한 개의 법안도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과반수인 151석을 차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를 통해 노무현정부의 개혁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를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파 정권이 독자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야당이 동의할 수 있는 범위로 제약받게 되는 셈이다.
[ 소수파 정권이라는 장애 ]
얼마 전 인수위가 재벌개혁정책에 대해 시간을 갖고 해나갈 문제라는 점진적 입장으로 정리한 데에는, 국회에서 재벌개혁입법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개혁의 필수과제로 꼽히는 정기간행물법도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개정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17대 총선에서 의석구도에 커다란 변화가 오기 전까지 노무현정부의 개혁정책은 일정한 한계 속에서 추진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유권자의 존재도 노무현정부에게는 커다란 부담이다. 아직은 승리의 환호에 가려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정국상황에 따라 이들의 목소리가 언제 어떻게 커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노무현정부는 당연히 자신을 반대했던 층을 껴안는 포용정책을 펴나가야 하고 그를 위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국민통합을 약속했던 책임이다. 그러나 반대층을 껴안고 설득하는 과정은 개혁속도의 후퇴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욕구를 총족시킬 수 있는 개혁정책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를 향한 일부 언론의 적대적인 태도에 큰 변화가 없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동아일보』의 경우 대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노 당선자쪽을 향해 비판을 쏟아놓기 시작하고 있다. ‘밀월기’는 고사하고 숨돌릴 틈도 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거대신문들의 영향력이 퇴조했다고는 하지만, 이들 신문의 비판적 논조가 새 정부의 정책혼선이나 실수라는 구체적 계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경우, 그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노무현정부에게 시행착오 없이 개혁정책을 펴나가는 긴장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야당이나 일부 언론, 재계 등이 차기 집권세력에 대한 공격을 예상보다 일찍 본격화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도 대선기간 이상으로 정치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고, 전경련 간부들의 잇달은 ‘도발’에서 나타나듯이 재계의 저항 또한 예전과는 방식이 다르다.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본격화되고 있는 반발과 저항의 기류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물론 정치적 환경변화에 따라 대통령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으로는 소수파 정권인 노무현정부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시선이 깔려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어차피 정권 초기만 지나면 정권의 힘은 약해지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으며, 더욱이 소수파 정권인 노무현정부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집권세력의 취약한 시스템 ]
이처럼 노무현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환경은 매우 유리하지 못한 편이다. 이같은 장애를 극복하고 소신 있게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강한 추진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의 내부 조건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개혁을 이끌어나갈 차기 집권세력의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수위와 청와대 비서진 내정자들이 따로 노는 모습이 잇달아 노출됐다. 이들은 종종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의 발언들이 노무현 당선자의 뜻과 다르다는 점도 문제였다. 노 당선자는 수시로 자신의 뜻을 설명하며 이들의 언행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노 당선자 이외에 주변 인사들의 정치적 위신은 추락했고, 모든 것이 노심(盧心)에 맡겨지는 분위기가 집권도 하기 전에 생겨나고 있다. 개혁의 기조와 전략에 대한 집권준비세력 내부의 통일된 합의와 인식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대로 간다면 노무현정부 역시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할 일이 될 것이고, 과거처럼 대통령의 뜻만 기다리는 하향식 국정운영이 계속될 위험이 크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집권세력의 구심력이 없는 가운데 개혁의 효과적인 추진도 어려워질 것이다.
사실 개혁추진의 선도적인 역할을 집권당이 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상황을 보면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당 쇄신 작업은 아직 가시화되지 못한 채 진통만 계속되고 있다. 집권당의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주도세력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현재의 상태로라면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내년 17대 총선 이전에 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 여부는 17대 총선의 판도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노무현정부의 개혁 추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물론 어려운 조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변화를 열망했던 민심이 여전히 살아있다. 대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우리 정치사회의 흐름을 변화의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의석수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추진력으로 삼는 개혁정책이 결국 노무현정부가 추구해야 될 방향이 될 것이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개혁의 장애물들을 넘어 개혁의 약속을 지키는 길은 국민과 함께 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세간의 관심과 궁금증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수위는 노무현정부 개혁정책의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만큼 예측 가능한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현실임을 말해준다. 국민의 변화 욕구를 타고 들어서게 된 노무현정부이지만, 막상 의미 있는 변화를 시도하기에는 많은 어려움들이 가로놓여 있다.
외부 환경의 측면에서는 우선 소수파 정권이라는 한계가 있다. 현재 민주당의 국회 의석 수는 103석. 자기 힘만으로는 단 한 개의 법안도 손댈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야당인 한나라당은 과반수인 151석을 차지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마음만 먹으면 국회를 통해 노무현정부의 개혁정책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회를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소수파 정권이 독자적인 개혁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정책은 야당이 동의할 수 있는 범위로 제약받게 되는 셈이다.
[ 소수파 정권이라는 장애 ]
얼마 전 인수위가 재벌개혁정책에 대해 시간을 갖고 해나갈 문제라는 점진적 입장으로 정리한 데에는, 국회에서 재벌개혁입법 처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적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언론개혁의 필수과제로 꼽히는 정기간행물법도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한 개정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17대 총선에서 의석구도에 커다란 변화가 오기 전까지 노무현정부의 개혁정책은 일정한 한계 속에서 추진될 수밖에 없다.
노무현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절반의 유권자의 존재도 노무현정부에게는 커다란 부담이다. 아직은 승리의 환호에 가려 이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지만, 정국상황에 따라 이들의 목소리가 언제 어떻게 커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노무현정부는 당연히 자신을 반대했던 층을 껴안는 포용정책을 펴나가야 하고 그를 위한 통합의 리더십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국민통합을 약속했던 책임이다. 그러나 반대층을 껴안고 설득하는 과정은 개혁속도의 후퇴를 불러오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사회구성원 모두의 욕구를 총족시킬 수 있는 개혁정책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노 당선자를 향한 일부 언론의 적대적인 태도에 큰 변화가 없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조선일보』·『동아일보』의 경우 대선이 끝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노 당선자쪽을 향해 비판을 쏟아놓기 시작하고 있다. ‘밀월기’는 고사하고 숨돌릴 틈도 없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거대신문들의 영향력이 퇴조했다고는 하지만, 이들 신문의 비판적 논조가 새 정부의 정책혼선이나 실수라는 구체적 계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질 경우, 그 영향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은 노무현정부에게 시행착오 없이 개혁정책을 펴나가는 긴장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야당이나 일부 언론, 재계 등이 차기 집권세력에 대한 공격을 예상보다 일찍 본격화하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한나라당도 대선기간 이상으로 정치공세의 날을 세우고 있고, 전경련 간부들의 잇달은 ‘도발’에서 나타나듯이 재계의 저항 또한 예전과는 방식이 다르다.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본격화되고 있는 반발과 저항의 기류는 과거와 비교해볼 때 분명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물론 정치적 환경변화에 따라 대통령의 권위를 절대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의 영향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보다 현실적으로는 소수파 정권인 노무현정부의 힘을 과소평가하는 시선이 깔려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어차피 정권 초기만 지나면 정권의 힘은 약해지게 되어있다는 사실을 이들은 경험으로 체득하고 있으며, 더욱이 소수파 정권인 노무현정부야 두말할 필요도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집권세력의 취약한 시스템 ]
이처럼 노무현정부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 환경은 매우 유리하지 못한 편이다. 이같은 장애를 극복하고 소신 있게 개혁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내부의 강한 추진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노무현정부의 내부 조건 또한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는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개혁을 이끌어나갈 차기 집권세력의 시스템이 구축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인수위와 청와대 비서진 내정자들이 따로 노는 모습이 잇달아 노출됐다. 이들은 종종 부적절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문제의 발언들이 노무현 당선자의 뜻과 다르다는 점도 문제였다. 노 당선자는 수시로 자신의 뜻을 설명하며 이들의 언행을 바로잡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다 보니 노 당선자 이외에 주변 인사들의 정치적 위신은 추락했고, 모든 것이 노심(盧心)에 맡겨지는 분위기가 집권도 하기 전에 생겨나고 있다. 개혁의 기조와 전략에 대한 집권준비세력 내부의 통일된 합의와 인식이 없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대로 간다면 노무현정부 역시 시스템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할 일이 될 것이고, 과거처럼 대통령의 뜻만 기다리는 하향식 국정운영이 계속될 위험이 크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집권세력의 구심력이 없는 가운데 개혁의 효과적인 추진도 어려워질 것이다.
사실 개혁추진의 선도적인 역할을 집권당이 맡아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민주당의 상황을 보면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문이 든다. 대통령선거가 끝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당 쇄신 작업은 아직 가시화되지 못한 채 진통만 계속되고 있다. 집권당의 의미있는 변화를 가져올 주도세력의 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이다. 현재의 상태로라면 민주당이 집권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얻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노무현 당선자의 대선 승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민주당이 내년 17대 총선 이전에 말 그대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는 모습을 보여주느냐 여부는 17대 총선의 판도를 좌우할 뿐만 아니라 노무현정부의 개혁 추진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물론 어려운 조건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변화를 열망했던 민심이 여전히 살아있다. 대선에서 표출된 민심은 우리 정치사회의 흐름을 변화의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타고 의석수가 아니라 국민의 지지를 추진력으로 삼는 개혁정책이 결국 노무현정부가 추구해야 될 방향이 될 것이다.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개혁의 장애물들을 넘어 개혁의 약속을 지키는 길은 국민과 함께 하는 데서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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