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중동 세대교체바람 논조벼화 기대 어려워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시점에 벌어지고 있는 주요 신문사의 고위급 인사와 이른바 ‘빅3’ 보수신문의 논조변화 여부에 언론계 안팎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연 보수언론의 세대교체가 논조까지 바꾸는 본질적 변신을 이끌어낼 것인가.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지난 1월 11일과 13일 편집인을 포함한 고위급 임원 및 간부 인사를 마쳤고, 『동아일보』는 오는 2월중 인사가 있을 예정이다. 『조선일보』는 김대중 편집인을 워싱턴 근무 ‘이사 기자’로, 변용식 편집국장을 편집인직 겸임으로 발령냈다. 주주총회와 류근일 주필·안병훈 부사장의 정년이 지나야 새로운 진용의 면모가 확정되겠지만 방상훈-강천석-변용식 등 50대 전반 인사가 새로 포진된다면 『조선일보』 고위층은 기존 연령 대에 비해 무려 10년 이상 젊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조선일보』의 한 관계자는 “올해 초 방상훈 사장이 신년사에서 ‘변해야 할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구분해야 한다’며 ‘기본 노선과 철학을 시류에 맞추는 식으로 바꿀 수는 없다’고 강조한 점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논조의 급격한 변화는 기대하기 어려우며 새 정부와도 계속 대립 각을 세울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일보』는 권영빈 주필을 부사장 겸 편집인으로, 문창극 이사 겸 비서실장을 논설위원실장에 임명했다. 특히 문 이사의 인사가 논조변화로 이어질 지 여부에 언론계 관심이 모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지난 대선 종반 일부에서 ‘중립화’ ‘조선·동아와 차별화’ 등의 평을 들은 바도 있으나, 문 이사의 경우 그동안 매우 보수적인 입장의 칼럼을 게재해왔고 차기 정부에 대해서도 강한 비판적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기 때문이다.

젊은 기자들 개혁의지 꺾였나?

이 같은 인사와 함께 각 신문사별로 두드러진 변화는 지면과 젊은 기자들의 움직임이다. ‘인터넷 파워’ ‘세대교체’로 상징되는 지난 16대 대선 이후 보수신문들은 대체로 이에 대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논조를 보이면서도 새로운 흐름을 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조선일보』는 올 들어 20∼30대 젊은이들이 직접 만나 토론을 벌인 내용을 한 면씩을 털어 전달하는 「한국의 세대 연구: 2030 난상토론」을 선보였고, 1월 24일부터 지면 배치와 더불어 대대적인 지면개편을 실시한다.

『중앙일보』의 움직임도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사회면을 앞으로 배치하면서 사설을 오피니언 면으로 옮기고 오피니언면도 현재 6∼7면에서 신문 본면의 중간 정도에 배치하는 방안 등 독자 중심의 지면배치를 계획하고 있다.

언론계 일각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과 함께 이들 보수신문 내 일부 젊은 기자들 사이에 일고 있는 ‘변화’의 움직임을 주시하기도 한다. 대선 직후 『조선일보』의 젊은 기자들이 모임을 가진 뒤 방상훈 사장에게 일련의 변화를 요구한 데 이어 『동아일보』에서는 노동조합 산하 공정보도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사 논조를 비판한 분석을 내놓아 언론계의 관심을 끌었다.

『동아일보』 노조 공정보도위원회가 내부 진통 끝에 발간한 ‘공보위 광장’에서 그들은 “이번에 『동아일보』는 어느 선거에서도 듣지 못한 ‘편향보도’의 한 축이었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사설과 칼럼에서의 편향성이 지면의 의제설정에서부터 불공정한 방향타 역할을 했고, 편집과 제목까지 합세해 편향보도라는 큰 그림을 그려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KBS 노동조합도 지난달 27일 발행된 노보에 ‘보도본부의 뼈를 깎는 개혁’을 촉구하는 글을 실었다. 보도본부 소속의 한 기자는

‘젊은 세대의 승리, KBS 보도본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보도본부 젊은 기자가 보내는 격렬한 고언’이라는 제하의 호소문을 통해 보도본부의 반개혁·비개혁 세력을 거센 어조로 규탄하고 뼈를 깎는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하지만 기자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언론사 내부의 자성의 목소리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조선일보』는 방상훈 사장이 직접 젊은 기자들을 면담, 의견을 청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더 이상 기자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고 있다.

『동아일보』 또한 노조의 ‘공보위 광장’ 발간에 차장급 간부들이 대거 만류하는 해프닝을 겪었으며, 젊은 기자들 절반 이상이 비판적 내용에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개혁 초반에 이뤄내야

지난달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언론사 부과 과징금을 전격 취소하는 사태가 벌어지자 김대중정부의 언론개혁은 ‘실패’라는 마침표를 찍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그동안 언론개혁을 적극 이끌어온 언론운동단체와 진보적 언론학자들은 “언론개혁 없이 진정한 사회개혁은 이뤄질 수 없다”면서 “정권인수가 이뤄지는 지금 언론개혁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노무현정부에 거는 언론개혁에 대한 기대와 관련해 이들은 인수위에서 언론개혁 과제가 의제로 떠오르지 않고 있는데도 막연한 ‘관망론’만 펴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최민희 사무총장은 “차기 정권의 틀이 이뤄지는 정권 인수과정의 구상 속에 언론개혁이 얼마만큼 자리잡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개혁의 성패여부가 판가름난다”면서 “차기 정부가 집권 초반부터 나서지 않으면 언론개혁은 어렵다”고 경고했다.

시민·언론단체들은 언론개혁운동의 주체로 이제 국민이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001년 ‘홍위병’론에 시달린 경험에 비춰 볼 때 정부에 기대지 말고 국민의 지지를 기반으로 시민사회운동진영이 언론개혁에 앞장서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민관의 영역이 섞여 있는 언론개혁의 실현을 위해 정부와 시민단체가 각기 본분을 다하는 역할 분담론을 제기하고 있다. 언론자유 본질에 대해서는 시민·언론단체가, 언론환경 개선에는 정부가 나서, 때로는 건전한 비판과 견제를, 때로는 격려와 지지로 언론개혁에 힘을 싣자고 주장한다.

언론개혁을 범국민적인 운동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해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관심이 낮았던 시민사회단체들을 더욱 광범위하게 결집시켜야 한다는 당위론과 함께 전국적인 조직을 거느린 새로운 주체발굴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언론개혁의 공론화를 위해 국가 차원의 (가칭) ‘미디어발전위원회’를 설립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조중동 등 보수신문이 어떤 방향이든 생존을 위한 변신을 꾀하고 있는 한편에선, 변하지 않는 언론권력으로 남으려는 이들을 향해 더욱 공세적 자세를 취할 언론개혁운동진영의 자세 또한 만만치 않다. 양측의 격돌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신미희 '미디어오늘' 기자
2003/02/06 00:00 200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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