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길 찾기


2000년 총선연대, 2002년 대선유권자연대, 2003년 정치개혁연대까지 시민단체들은 정치개혁을 위해 여러 번 옷을 갈아입고 있다. 시민단체들의 이와 같은 활발한 연대의 움직임이 다행스럽지만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총선연대를 마무리지으며 2001년 출범했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 차원에서 정치개혁 운동을 함께 해 나가겠다고 분명 약속했기 때문이다. 2년이라는 짧은 기간동안 연대회의 속에서 자꾸만 새로운 연대기구를 만들어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연대회의의 위상은 앞으로 어떻게 변할 것인가? 그 이유는 시민운동진영의 분야로 요약되지만 나아갈 방향에 대해선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총선연대가 낳은 연대회의

2000년 총선연대 활동을 통해 시민운동의 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한 시민단체들은 2001년 2월 27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를 발족했다. 전국의 시민단체들의 상설적 ‘협의’기구가 탄생한 것. 연대회의는 출범초기 총 211개의 전국의 시민단체가 한데 모여 시민사회단체 활성화 사업 계획과 지방자치 개혁운동, 정치제도 개혁 사업을 중심으로 3대 개혁입법 촉구운동(부패방지법,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국가보안법 폐지), 교육개혁운동(사립학교법 개정), 언론개혁운동(정기간행물법 재정, 국회 언론발전위원회 설치)을 역점 지원사업으로 정해 시민운동진영 공동의 화두를 만들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낙천낙선운동이라는 사상 초유의 유권자 운동을 승리로 이끈 시민운동의 힘을 참여민주주의로 정착시키고 확대된 시민운동의 역할에 걸맞는 시민운동의 책임성과 도덕성을 확립해 보고자 하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2003년 1월 현재 300여 개의 시민단체들이 가입해 활동하는 등 연대회의는 외형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그동안 연대회의는 꾸준히 시민단체들 상호간의 꾸준한 대화를 통해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합의를 모아왔다. 첫해에는 건강보험재정파탄대책공대위, 정치개혁위원회 등이 결성됐고 전북연대, 광주전남연대 등이 창립하며 각 지역별 연대가 활성화됐다. 지난해에는 비전워크숍, 시민운동가 학교를 통해 시민운동가들에게 대화의 장을 마련했고 기부금품모집법 개정안 토론회를 여는 등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활동을 진행했다. 제16대 대선을 맞아 대선유권자연대를 발족하면서 시민운동진영의 100대 과제를 모아낸 것도 하나의 성과다.

그러나 연대회의는 출발부터 몇가지 한계점을 가지고 출발했다. 서울이 중심이 되는 연대회의의 활동이 지방의 운동적 이슈를 공론화 하기 힘들며 작은 단체들이 주변화 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성공회대학교 조희연 교수는 2001년 2월 9일 연대회의 발족을 위한 워크숍에서 연대회의에 바라는 1순위로 연대회의가 신생 NGO, 풀뿌리단체의 성장을 위한 ‘인큐베이터 및 프로모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종합적 시민운동단체, 중앙단체들에 집중되어 있는 국민의 시선과 언론의 관심을 신생 NGO, 풀뿌리단체의 성장으로 돌려주는 목적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시민운동진영간의 견해차이도 중요하다. 낙선운동만을 중심으로 보더라도 ‘비합법을 무릅쓰는 운동’과 ‘합법적인 운동’으로 시민운동 진영간의 의견이 달랐다. 아울러 과거 시민운동이 정치적 이슈가 되는 운동에서 보다 다양한 이슈의 운동으로 분화하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중요한 변화다. 그 외 시민운동의 정치세력화와 정치적 중립의 문제, 시민운동 진영 안의 이익집단 출현 등 연대회의의 탄생 이후 수많은 과제들이 돌출했다.

최근의 사례를 살펴보면 2003 정치개혁연대는 제16대 대선에서 연대회의 속에서 출범했던 2002 대선유권자연대가 내세웠던 정책을 바탕으로 2003년 상반기 동안 집중적으로 정치개혁 운동을 펼칠 한시적 연대기구로 발족했다. 그러나 2002 대선유권자연대에서 주요 활동을 했던 경실련이 참가하지 않아 시민운동진영은 정치적 사안에 따라 분화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연대회의는 욕심을 버려라?

지방자치개혁, 지역시민시민단체와의 교류 문제는 연대회의의 역할 중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도 그 역할이 미진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2년 여 간의 연대회의의 활동 결과 지역단체들은 연대회의가 지역단체에 대한 지나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

울산참여연대 김태근 사무처장은 “지방선거와 대선을 겪으면서 연대회의를 통해 총선연대 때처럼 지역에 대한 관심을 끌 수 있다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알았다. 애초에 연대회의가 출발하면서 가졌던 문제의식은 희석됐다. 모든 지역이슈를 연대회의와 함께 하는 것은 지역단체의 입장에서도 시간과 공간의 차이로 힘들다. 지역단체들 간의 교류도 어려운 상황이다. 연대회의는 지역문제 뿐만 아니라 정치적 이슈에 관련 돼서도 모든 것을 다 한다는 것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시민단체의 활성화에 독자적으로 주력해야 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김제선 사무처장은 “현실적으로 중앙단체들이 의견을 조율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거기에 지역단체까지 연대하는 과정에서 또 많은 시간이 걸리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연대회의가 모든 지역의 이슈를 끌고 가야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지역 단체도 국가적 개혁의제에 동참할 의무가 있고 서울에 있는 단체도 지방의 운동적 이슈들에 함께 움직여야 한다. 그렇지만 그것은 사안에 따라 전국적으로 공론화 하는 게 적합한 지를 따져서 결정해야 할 문제이다”고 말해 연대회의 활동의 한계를 인정해야 함을 주장했다.

서울과 지방의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개혁과 다른 사회개혁 이슈에 대한 ‘연대회의’의 역할에 대한 의견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총장은 “정치개혁 문제들은 일상적인 사업으로 지속해 나가고 다른 사회개혁적 이슈들은 사안에 따라 의견을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안을 연대회의의 이름으로 내걸 필요는 없다. 사안에 따라 그것에 합의하는 시민운동단체들이 의견을 모을 수 있도록 연대회의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하면 되는 것이다. 지금도 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본다. 총선연대를 꾸릴 당시 현재의 연대회의와 같은 조직적 기반이 없어 시민운동 진영 안에서 논의가 중복되기 일쑤였고 효과적으로 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의견을 밝혔다.

운영위원회의 회의의 성격도 올해부터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현재 연대회의의 활동 및 운영은 공동대표자 회의, 운영위원회 회의, 상임대표 및 공동운영위원장 연석회의를 통해 집행되고 있다. 지난 7월 16일 열렸던 12차 연대회의 운영위원회는 정관에 따라 매월 1회 개최되는 회의의 내실화를 꾀하고 ‘시민사회의 주요 의제 및 정책을 토론’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운영위원회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번 개선방안에 대한 회원단체들의 의견은 매우 다양하다. 이는 연대회의가 1월 24일부터 열리는 2003 비젼워크숍을 앞두고 진행한 연대회의 운영에 관한 사전 설문조사에 드러난다.

운영위원회 개선방안에 대해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연대회의의 위상과 회원단체 요구에 비해 정책 및 활동 추진력이 상당히 뒤떨어져 있다”며 호의적인 시각을 보였고, 김영철 참여불교재가연대 사무국장은 “정책토론과 더불어 보다 시급한 문제는 시민사회단체 내부의 역할 강화”라고 의견을 밝혔다.

또한 김제선 대전참여자치연대 사무처장은 “연대회의의 핵심 실천과제와 실천방법이 합의력이 낮고 따라서 긴 논의에 낮은 결합력을 보이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 차이의 존중과 집중의 필요성은 대립되는 사항이 아님으로 꼭 해야 하고 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합의와 논의가 더욱 필요하다. 운영위원회가 느슨한 정책포럼으로 전락해서는 안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사무국의 업무수행능력과 역할에 대한 의견도 논란의 대상이다. 김제남 녹색연합 사무처장은 “사무국이 주로 회의 진행 실무 등 행정업무에 치중되어 있다는 판단 아래 사무국의 정책생산 능력 개발과 실무추진력 강화의 필요성이 요구된다”고 지적한 반면, 남인순 한국여성연합 사무총장은 “사회개혁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우면 인력을 축소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제안했다.

이에 연대회의 사무국 실무자들은 또 다른 고민을 안고 있다. 현재 연대회의 사무국은 현재 5명의 실무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2명은 연대회의 소속 실무자이고 3명은 참여연대, 환경연합, 성남 YMCA가 파견해 각각 1년간 근무하고 있다. 이는 특정 단체의 의견에 따라 연대회의 전체가 움직이지 않도록 하는 견제의 의미를 띄고 있는 것.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업무의 전문성과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

연대회의 이인경 사무국장은 “연대회의의 역할이 중요해 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 단체들이 인건비와 운영비를 지원하고 있지만 재정이 불안하다. 독립재원의 확보가 중요한 시점이다. 또한 실무력의 안정성이 없는 것도 연대회의의 발전을 막는다. 현재 파견근무를 하고 있는 간사들은 1년이 지나면 복귀를 해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의 역할을 완료하지 못한 상태에서 돌아가기 십상이다”며 연대회의 운영의 애로사항을 말했다.

연대회의의 나아갈 방향

그렇다면 연대회의는 어떻게 나아가야 하는가. 2002년 주요활동이었던 시민사회활성화, 정치개혁운동, 지방자치개혁의 세 마리 토끼를 2003년에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특히 개혁적 성향의 노무현 정권에서 연대회의는 어떤 정체성을 확보해야 할까.

동국대학교 철학과 홍윤기 교수는 “노무현 정권 기간에 연대회의 차원에서 정치, 경제, 사회개혁에 대한 역할을 보다 심화하고 질적수준을 높여야 한다. 아직은 연대회의의 위상을 변화시킬 단계가 아니다”고 일축했다. 홍 교수는 “정치개혁에서 정당이 할 수 있는 몫이 있고 시민단체가 할 수 있는 몫이 있다. 특히 엉성한 헌법의 개정등 각 당이 이해관계 때문에 개혁되지 못하고 있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시민단체가 전국적 차원에서 움직여야 할 때이며, 지방분권에 관련된 감시와 견제의 필요성도 오히려 더 높아졌다”며 연대회의 차원의 정치개혁운동이 약화될 것을 우려했다.

또한 홍 교수는 시민운동의 활성화에 대한 연대회의의 역할을 학계와 함께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연대회의 차원에서만 시민활동가 재교육, NGO관련법 개정운동 등을 한다면 시민사회 전반에서 오해를 받을 소지가 있고 그 한계점도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전문성 있는 활동가들의 재교육과 NGO전반의 체제 정비를 위해서는 각 대학들과 연계해 역학을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연대회의의 나아갈 방향에 대한 또 다른 의견도 나왔다. 양세진 전 연대회의 사무국장은 “시민운동은 이제 정치나 경제개혁이라는 거대담론 만으로 한계에 부딪치기 쉽다. 향후 5년을 내다보고 시민운동의 기반을 만들어 가야 한다. 이를 위해 연대회의 차원에서 시민운동의 활성화를 위한 고민이 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양 국장은 “활동가들이 시민운동을 통해 자기성장과 비전을 가질 수 있어야 하며 이는 활동가 개인이 극복하는 게 아니라 시민단체가 그 기반을 만들어 줘야 한다. 정기적인 연수나 교육이 필수적이다. 시민단체의 재정열악성을 극복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해야할 때가 왔다”고 말했다.

외국의 사례 중에서 연대회의와 비교할 수 있는 모델은 미국의 인디펜던트 섹트다. 인디펜던트 섹터(Independent Sector)는 1980년도에 창설된 기구로서 현재 자원봉사와 모금활동을 하고 있는 800개의 회원단체를 가지고 있다. 이 기구는 해마다 연차회의를 개최해 시민사회 강화를 위한 역할과 역동성을 점검하고 대정부 정책건의를 비롯한 정책결정과정에서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정보교환을 통해 자원봉사 부문의 지도력 양성을 도모하고 있다. 인디펜던트 섹터는 각 단체들이 개별적으로 모인 단체가 아니라 각종 연대단체들의 연대단체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연대회의 와는 차원이 다르지만 그 역할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모인다.

연대회의는 인디펜턴트 섹터와 마찬가지로 현재 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NGO 관련 법제 개선 방안을 제안하는 ‘NGO 법제위원회’, 시민운동가학교, 제2회 전국 시민운동가 대회, 온라인 네트워크 시스템 구축, 시민사회 포럼, NGO 정보센터 설립 사업 등이 그것이다.

이 가운데 NGO 관련 법제의 경우 시급한 현안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2000년 비영리민간단체 지원법 제정에 의해 국가의 시민운동에 대한 지원체계가 법제화되긴 했다. 하지만 현재의 지원법은 기존에 이루어지던 국가의 민간단체에 대한 프로젝트 방식의 지원을 법제화 한 것에 불과하다.

연대회의 NGO 법제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관련법은 기부문화활성화를 위한 법인세법시행령 개정(안)이다. 시민운동 및 자원봉사활동의 활성화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기부문화가 정착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 공익성 있는 활동을 하는 단체에게 기부하는 기부자에게 세법상 필요경비의 인정 또는 연말정산시 소득공제를 인정해 줄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시민운동가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들도 필요하다. 신입간사, 기존 간사. 중간 간부. 단체 최고지도자 들에게는 각자의 역할에 맞는 재교육과 리더십 프로그램이 요구된다. 지난 해 까지 이와 관련 해 추진됐던 사업은 시민운동가학교와 전국 시민운동가 대회. 2003년의 경우 회원사업활동가를 위한 워크샵을 계획중인 등 프로그램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한편 연대회의는 2003년 1월24일∼25일까지 ‘2003 비전워크숍-2003 시민사회 소통과 통합을 항하여’를 진행한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새정부 출범과 시민사회의 방향과 과제’를 토론함과 아울러 2003년 연대회의 사업 방향과 과제가 발표될 것이다. 2001년 연대회의의 발족 이후 잠시 주춤했던 연대회의의 위상 논란에 대해 많은 활동가들이 진지한 자세로 논의에 임할 때다.

황지희(참여사회 기자)
2003/02/06 00:00 2003/02/06 00:00

트랙백 주소 :: http://blog.peoplepower21.org/Magazine/trackback/7951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