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참여연대, 통신사 상대로 "개인정보 무단유출" 손배청구


“고객님께서 사용하시는 시외전화가 2002년 10월 5일자로 다른 회사로 변경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혹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변경되셨거나 종전처럼 KT로 이용하시길 원하시면 시외전화 변경등록센터 000-0000으로 전화하시면 즉시 변경 가능합니다.”

어느 날 갑자기 병원으로 날아든 안내문에 송필경 씨(대구 수성구·병원 운영)는 깜짝 놀랐다. 송씨는 시외전화 사용업체 변경을 한 적도 없고 변경할 생각도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경위를 알아보고 동의 없이 변경된 가입계약을 철회하기 위해 전화 문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KT의 대답은 “업무 밖의 일이다. (주) 온세통신에 문의하라”는 것뿐이었다. 송씨는 “원래 전화 신청을 하기 위해서는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제시해야 하지 않느냐”며 “내가 신청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주)온세통신의 고객이 되었다는 것은, 기존에 내 개인정보를 가지고 있던 KT가 나도 모르게 (주)온세통신으로 내 정보를 넘겼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시외전화 사업체가 늘어나면서 사용자도 전화를 걸 때마다 사업체를 선택해야 한다. 이 번거로움을 피하기 위해 2003년 3월부터 사전선택제가 시행되고 있다. 이를 위해 전화 이용자의 정보가 한 곳에 모이게 된다. 사전등록센터가 개인정보 보관소로 현재는 KT가 맡아 운영하고 있다. 즉 고객이 시외전화번호를 누르면 사전등록센터에 보관된 개인정보에 의해 선택된 시외전화사업자 식별번호를 자동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사전등록센터는 신규 이용자의 시외전화사업자 선택등록, 기존이용자의 시외전화사업자 변경등록업무, 시외전화 사전선택변경등록에 관한 민원처리 업무 등을 하고 있다.

송씨는 이 사건에 대해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개인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 조정을 신청했다. 조사과정에서 (주)온세통신이 무단으로 송씨의 정보를 이용해 전화가입명의등록을 변경한 사실이 드러났다. 개인분쟁조정위원회는 “사전등록센터로부터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임의로 이용, 가입 등록을 변경한 행위에 대하여 이용자가 입은 정신적 피해에 대한 보상으로 (주)온세통신은 피해자에게 30만 원을 지급하라”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송씨는 위원회의 중재안에 이의를 제기했고, 대구참여연대도 (주) 온세통신과 (주) KT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원고인단을 모집하고 있다.

시민권리국 한종임 간사는 “개인분쟁조정위원회의 30만 원 지급 판결은 개인정보 무단유출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지나치게 과소평가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이 소송은 단순히 위자료를 많이 받아내자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유출하고도 아무런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 정보통신 사업자들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 법의 심판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구참여연대의 소송계획이 알려지자, 피해 사례가 속속 모아지고 있다. ‘본인의 동의 없이 시외전화 사업자가 변경된 피해사례를 찾는다’는 보도가 나간 첫날만 30건의 피해 사례가 접수되었다.

어느 날 홀연히 집으로 날아든 두 장의 전화요금 고지서, 그것은 시외전화통신사업자들이 나의 개인정보를 제멋대로 주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당신이라면, 그렇게 내버려둘텐가.

허미옥 대구참여연대 간사
2003/02/06 00:00 200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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