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명함갖기 운동" 입소문 돌자 대박


최근 구미에서는 아줌마 이름 불러주기가 한창이다. 누구 엄마, 아내, 댁, 아줌마 등의 호칭에서 벗어나 진짜 본인의 이름을 불러주자는 것이다. 한 여성단체가 펼치고 있는 ‘아줌마 명함갖기 운동’이 불러온 바람이다.

정부시책이나 공익홍보들은 말로는 여성의 사회참여를 독려한다고는 한다. 하지만 전업주부로 몇 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사회로 나가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실질적으로 여성들이 사회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육아나 성차별 방지 등의 제반 여건들이 구비돼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먼저 아줌마 스스로가 자신감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 구미시 여성단체협의회가 가진 문제의식이었다.

주부 모임마다 반복되는 상황에 주목했다. 대부분의 주부들은 ‘어디 사는 누구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해 서로 친해져도 정작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많았다. ‘누구 엄마가 아닌 진짜 이름으로 불러주자’ ‘기왕이면 아줌마가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소개하고 상대는 확실하게 기억하도록 만들어주자’ 이렇게 ‘아줌마 명함갖기 운동’이 시작되었다. 의기투합해서 뜻은 모았으나 막상 시작하려고 보니 제작비가 만만치 않았다. 구미시를 설득해 제작기계와 종이를 지원받게 되었다.

여성단체가 주관하는 각종 주부 모임에서부터 ‘명함신청 접수’를 시작했다. 예상과는 달리 주부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았다. ‘사회 생활도 안 하는데 명함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며 뜬금 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적극적으로 ‘아줌마 명함갖기’의 의미를 설명하자 반응은 달라졌다. ‘아줌마도 이젠 당당히 자신의 이름으로 불려야 한다’라는 대목에서는 감동이 일기도 했다. 이후 구미시 여성단체협의회는 적극 홍보에 나섰다. 지난해 말에는 ‘지방자치단체 정책결정과정 여성참여 전략’ 워크숍에 참석한 300여 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홍보물을 나누어주기도 했다. 무엇보다 먼저 명함을 갖게 된 아줌마의 입소문이 빨랐다. 지금은 구미시 여성단체협의회로 날마다 수십 건의 문의와 제작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두 번째로 제작을 요청하는 주부들도 점점 늘어가고 있다.

주부들의 적극적인 반응과 함께 명함도 하루하루 변해가고 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이름만 적혀 있던 명함에 개성을 더하기 시작했다.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등의 정감있는 인사말을 넣기도 하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 등으로 자신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거나 ‘기억해 주세요’라고 적극적인 요청을 하기도 한다. 사진도 활용하여 명함으로 자신을 적극 표현하게 된 것이다. 명함을 제작하는 구미시 여성단체협의회도 이에 적극 응하고 있다. 5가지의 명함 샘플을 만들어 주부들이 디자인을 선택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변화된 것은 주부들만이 아니다. ‘집에만 있는 아줌마가 무슨 명함이냐’고 핀잔을 주던 남편들이 이제는 ‘나도 그런 명함 만들고 싶다’며 부러움을 표시한다.

향후 구미시여성단체협의회에서는 ‘아줌마 명함 갖기 캠페인’을 연중으로 전개할 계획이다. 이 캠페인을 통해 명함을 주고받았던 사람들은 뭔가 다르기를 희망하고 있다. 더 이상 아줌마를 ‘엄마’와 ‘아내’로만 규정하지 말기. 아줌마는 스스로를 독립된 한 인간으로서 존중하고 자신감 갖기. 세상의 절반으로서 당당한 사회의 버팀목이 되기. 이것이 구미시 여성단체협의회가 자그마한 종이로 꿈꾸는 세상이다.

황차분 구미시여성단체협의회 회장
2003/02/06 00:00 200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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