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세상 만드는 새로운 미술행동 "아트무브닷컴"


미술행동! 1980년대 미술운동의 2000년대 식 이름이다. 문예 진영을 이끌어가는 담론도, 대안도 없는 지금, 운동이라는 말이 주는 부담감을 벗기고 새로운 민중미술을 만들어 알리자는 것이다. 진보적 미술운동의 이념을 계승하는 시각매체 생산자들의 커뮤니티, ‘아트무브닷컴(www.artmov.com)’이 추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문을 연 아트무브의 사람들은 80년대 민족미술인협회와 함께 미술운동의 양축을 세웠던 옛 민족민중미술운동전국연합의 회원 홍성담, 김희련, 최열, 권산 씨 등 30여 명.

컴퓨터라는 매체와 인터넷이라는 공간은 작가들이 새로운 일을 벌이게 만든 촉매제이자 윤활유가 되고 있다. 광주를 비롯해 전국에 흩어져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는 사이버전시회가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이들은 지난해 네 번의 단체전과 세 번의 개인전을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열기도 했다.

2002년을 전쟁의 해로 선포했던 ‘Mr. 부시’를 상대로 전쟁에 들어간 아트무브의 첫 사이버 전시회는 <전쟁 대 전쟁> 전이었다. 디지털 비디오를 이용한 ‘피의 강’이나 ‘테러마켓’과 같은 작품들이 전쟁의 음산함을 표현하고 전쟁의 목적을 신랄하게 풍자했다.

광주 민주화 항쟁이 잊혀가고 있음을 경계하여 마련한 <아이엠 오일팔>전(5월)에서 작가 김희련 씨는 아크릴화 ‘선반에 놓인 오월’로 항쟁이 장식품이 되어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묻고 있다.

<대∼한민국>전(6월)은 온 국민이 축구에 열광하는 동안 미군의 손에 여중생들이 죽고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졌음을 확인시켜주는 전시회였다. 일러스트 전정호 씨는 작품 ‘소(小)한민국’을 통해 네 컷의 붉은 색 이미지 속에 어린 생명의 죽음과 월드컵의 함성을 배치했다.

앞의 전시회들과는 달리 재기 발랄한 전시회도 열렸다.

<대통령선거>전이 그것이다. 미국의 전설적인 로큰롤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 옷차림을 한 가수 송대관 씨가 한껏 폼을 잡은 포스터에서부터 정치판의 ‘생쇼’를 한껏 조롱한다. 아트무브중앙선관위 주관으로 포스터에 박힌 정치인들을 상대로 투표도 실시했다. 당락기준은 조회 수. 당선자는 ‘기호 14번 물고문의 원조, 세상을 물로 보는 남자 정형근’ 후보였다.

발빠른 전시회, 아트무브에 있어요

다섯 번째 <사타구니(思他究尼 :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연구하는 중)>전은 아트무브의 작가들을 꽤나 긴장시킨 전시회였다. 사타구니라는 ID로, 아트무브의 전진기지이자 전위그룹인 알통닷컴(www.artong.com)에서 활동하고 있던 익명 작가의 이 개인전은 진정한 의미의 사이버 미술행동양식을 선보였다. 대부분이 컴맹이었던 아트무브 작가들이 동영상을 제외한 작품을 스캐닝해서 웹에 올리는 것으로 그쳤다면, 사타구니는 디지털 도구를 이용해 작품을 만들었던 것이다.

인터넷을 빌리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플래시 작품들이었다. 아트무브 회원이자 광주에서 영화간판을 그리고 있는 박태규 씨는 변화의 필요성을 깨달았다.

“사이버공간에서 호소력을 갖는 작품이었다. 그의 형식을 똑같이 따를 필요는 없지만 나와 같은 작가들도 사이버에 어울릴 만한 작업을 연구해야 한다고 느꼈다.”

사타구니전을 계기로 아트무브는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할 수 있었다. 사이버 방식으로 ‘사타구니’와 같은 젊은 작가들을 ‘알통’이라는 실험공간에 집결시키기로 했고, 사이버적 방식으로 민중미술의 맥을 잇기 위한 공간으로 아트무브를 규정했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단절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아트무브 사이트의 운영자인 권산 씨는 “사타구니와 아트무브 작가들이 각자의 표현방식과 작품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홍성담 씨 또한 “아트무브를 지금 당장 대안공간이라고 내세울 수는 없다. 80년대 작가들이 새로운 형태를 찾기 위해 여전히 고민하고 탐색하는 과정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권산 씨는 “기대했던 것 보다 사이트가 역동적으로 살아 움직였다고 본다. 작가들이 시의적 사안에 대해 기동력을 발휘해 최소한의 비용과 손쉬운 방법으로 전시회를 열 수 있었다”고 지난 한 해 활동을 평가했다.

아트무브는 올해도 작가들이 개인전 공간으로라도 사이트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 한해 빡빡한 일정으로 2개월 여 숨고르기를 했던 아트무브는 2월 쯤 재가동된다. 5월에는 5·18기념재단과 공동으로 사이버전시회를 연다. 이번 <5월>전에는 지난 80년대 이후 생산된 5월 관련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을 계획이라고 한다.

카피레프트를 지지한다

알통이나 아트무브 둘다 커뮤니티 형태를 띠고 있다. 이들에게 커뮤니티란 ‘소통’을 의미한다. 권산 씨는 “80년대 큰 고민 중에 하나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보다 대중과 소통하는 것이었다”고 회고한다. 그때의 작가들이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그림을 밖으로 가지고 나가 거리에서 판화전을 하고 시민미술학교를 열었던 것처럼 아트무브도 같은 목적으로 커뮤니티를 만들어 소통하고 있다. 다만 사이버 공간으로 이동했을 뿐이다.

또 아트무브는 기본적으로 카피레프트(copyleft:정보 공유)정신을 지지한다. 이들과 소통하는 관객 누구라도 열심히 작품들을 퍼다 써도 좋다.

사이트 관리자인 권산 씨에게는 해온 일 만큼 앞으로 할 일에 대한 고민도 많다. 우선 사람들이 퍼다 쓸 수 있는 민중미술 관련 자료와 그림을 아트무브에 축적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연구자들이나 후배들을 위해 민중미술의 역사를 정리해 놓아야 할 필요를 느끼지만 방대한 양 때문에 당장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의 작가들과 함께 산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담론사이트들을 통합해 동북아시아 미술가들의 커뮤니티를 결성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홍성담 씨도 같은 생각이다. “80년대 민중적 리얼리즘을 90년대가 잇지 못한 채 현재를 맞았다. 새로운 예술양식을 완성시키지 못하고 있는 지금, 동아시아적 양식에 대한 고민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월 기획되었다 불발로 그친 <불륜(不倫)>전 역시 내부에 가볍지 않은 고민을 던져주었다. 전시회는 대선 정국을 앞두고 정치인들의 철새짓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들을 가볍고 재미있게 꼬집기 위해 기획되었다. 하지만 작가들이 제출한 작품들이 하나같이 무거웠다. 홍성담 씨는 이에 대해 “80년대 세대의 엄숙하고 진지한 감성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대중미술과 민중미술의 경계는 무너져야 하고, 무너지고 있다고 보는 그이기에 “80년대 작가들의 의식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가 말하는 변화는 매체와 형식에 대한 작가들의 자생력을 가리키는 것이다. 대중 속에서 살아 숨쉬는 자기생성력을 키워야만, 가벼운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주제로 삼으면서 유행처럼 지나간 팝아트의 전철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저녁 일곱 시면 문을 닫는 오프라인의 전시회와 달리 이들의 전시회는 지금 당장 혹은 언제나 볼 수 있다. 어떻게? 클릭!

김선중(참여사회 기자)
2003/02/06 00:00 200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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