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 똥이고 똥이 밥이다!
2003/2003년 02월 :
2003/02/06 00:00
생태순환형으로 사기 위하여...
나는 언제부턴가 ‘식의주’라는 말을 쓴다. 먹는 것이 삶의 가장 기본이라 보기 때문이다. 경제를 1차, 2차, 3차 산업으로 나눠 놓고 3차로 갈수록 선진국형이 된다는 경제 이론은 나에겐 순 엉터리로 보인다. 최소한 건강한 살림살이 원리에는 맞지 않는 이론이다.
먹는 것이 중요하다 해도 ‘배불리 많이’가 아니라 ‘건강하게’ 먹는 것이 진짜 중요하다. 건강하게 먹는다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농약, 제초제, 화학비료, 방부제, 첨가제 따위가 들어가지 않은 ‘자연 식품’을 먹는 것이다. 둘째로 천천히 먹는 것, 우주 만물의 이치를 생각하며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 것이다. 셋째는 가능한 한 적게, 필요한 만큼만 먹는 것이다.
나는 우리 집 텃밭에서 가꾸는 채소를 무척 소중하게 여긴다. 기르는 과정도, 먹는 기쁨도 소중하다. 손님이 왔을 때, 우리 텃밭에서 난 채소를 밥상에 올리지 못하면 죄짓는 기분이 들 정도다. 요즘 들어서는, 내 가족만이 아니라 이웃과 ‘더불어’ 건강할 때에만 참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저마다 ‘텃밭’이나 ‘주말농장’을 가꾸었으면 좋겠고, 이것이 정 어려우면 소비자·생산자 모임(생협)이라도 찾았으면 한다.
흙과 친해지면 마음이 자연스럽게 된다. 자연은 열린 공간이므로 자연과 친해지면 내 마음도 열린다. 텃밭이 있으면 음식물 쓰레기 따위도 쓸모있는 거름이 된다. 밥이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되는 생태순환형 살림살이가 마침내 실현되는 것이다! 밥 먹고 눈 똥이 거름이 되어 동식물의 양분이 되고 이것이 또 밥상으로 되돌아오는 것, 나아가 우리도 그 밥을 먹고 살다 죽으면 자연으로 돌아가 그 거름이 되는 것, 이것이 가장 건강한 삶의 방식이다. 그에 비하면 대부분의 2차, 3차 산업은 순환되지 않는 공해 덩어리를 생산하는 건강하지 못한 산업이다. 분별력을 가지고 이것을 새롭게 고쳐 만드는 것이야말로 ‘살림의 구조조정’이다.
나는 오늘도 오줌통을 비운다
1월 3일부터 9일까지 폭설 뒤 기온이 뚝 떨어지는 바람에 귀틀집의 물이 얼어붙었다. 화장실 찬물만 나왔다. 그것만도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날씨가 확 풀린 1월 12일, 모든 물이 잘 나오게 되자 올해 78세가 되신 어머니를 비롯한 여섯 식구는 환호성을 질렀다. 이 때를 놓칠세라 나는 큰아들 한결이(중2), 외동딸 아롬이(초2), 막내 한울이(초1)에게 물의 소중함을 설교한다.
“가능하면 물 많이 쓰는 실내 화장실보다 물 안 쓰는 바깥 화장실을 쓰는 게 좋겠지? 아빠가 바깥에 화장실을 만든 것이나 오줌통을 만들어 방안에 놓는 이유도 알겠지?”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밖은 너무 추워요” “무서워요” 한다. 그래도 아이들이 고맙다. 한결이와 한울이는 오줌통을 실내에 놓고 소변을 보기 때문이다. 나의 아침 일과 중 하나는 오줌통 세 개를 들고 바깥 화장실(해우소)의 큰 통에 비우는 일이다.
내가 사는 본채 귀틀집은 1999년에 지었으나 해우소는 2001년 6월 한 후배(강원도 홍천의 한 골짜기에서 목수일을 하며 예술적으로 살고 있다고 최근에 알려왔다)와 함께 지었다. 그 전까지는 1999년 집 지을 당시 임시로 만든 재래식 뒷간을 썼는데 하루는 똥오줌을 퍼낸 뒤 학교에 가, “오늘 선생님이 똥을 퍼서 밭에 뿌리고 왔다. 냄새나지 않느냐?”고 능청을 떨었더니 강의실이 “와-!”하고 온통 웃음바다가 되었다. 그러나 밥이 똥이 되고 똥이 밥이 되는 원리를 설명해주면서 생태계 순환의 원리에 어긋나는 생산과 소비를 나부터 줄여나가자고 설득했더니 학생들이 어느새 웃음을 거두고 제법 진지하게 들어주어 참 고마웠다.
부춧돌식 해우소와 페트병 요강
2001년 이 새 뒷간을 지을 때 자료들을 뒤적이다가 마침내 결정한 것이 ‘부춧돌식’이다. 돌이나 나무를 발 받침으로 놓고 그 위에 올라앉아 대변을 보는 것이다. 앞에는 소변통을 놓고 뒤에는 못 쓰는 삽에다 톱밥이나 재를 올려놓아 똥을 눈다. 이것은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우선 냄새, 똥물튀김, 구더기 등 푸세 식의 불결이 해소된다. 푸세식처럼 혹시 빠질까봐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오줌은 앞으로 받아내고 똥은 뒤의 삽으로 받아내니 거름 만들기에도 편리하다. 자기 똥과 날마다 인사를 나눌 수 있어 좋다. 수세식의 물 낭비가 없다. 앞산 구경하며 ‘잠깐’ 명상하기에도 그만이다. 똥도 잘 나와 변비가 없어지며 하체가 튼튼해진다.
우리 집에는 목 잘린 페트병이 여기 저기 굴러다닌다. 부춧돌식 뒷간과 함께 이 페트병 요강은 우리 집 자랑거리다. 아내와 딸은 불편하다고 포기하고 말았지만 다른 네 식구는 잘 쓰고 있다. 가끔은 실수로 방안에 쏟기도 한다. 옛날의 사기 요강은 너무 무겁고 그 뒤에 나온 플라스틱 요강은 씻기가 불편했다. 나한테는 목 잘린 페트병이 딱 맞다.
흐르는 물은 얼지 않는다
아침마다 뒷간으로 가 오줌통을 비우고 물로 헹군다. 이때 쓰는 물은 처마에서 떨어진 빗물을 모은 것이거나 뒷산 도랑에 흐르는 물이다. 지난주에는 폭설로 천지가 눈에 덮였는 데도 도랑물은 얼지도 않고 졸졸 흐르는 것이 아닌가! 순간 한 생각이 나를 쳤다.
“고인 물은 얼(썩)지만 흐르는 물은 얼(썩)지 않는다!”
날마다 자연과 대화하고 자연의 이치 속에서 인간다움의 이치를 하나씩 깨우치는 즐거움이 나를 풍요롭게 한다. 사람들은 너 혼자 깨끗하다고 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지만 나부터라도 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