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여름 농림부 주선으로 환경농업단체 대표자와 실무자들이 캐나다에 갔었다. 브리티시 콜롬비아 대학교(UBC)를 방문했을 때 농대 학장이 저녁식사 겸 환영식을 열어주었다. 식탁에는 케이크를 비롯해 여러 가지 음식이 먹음직스럽게 차려져 있었다. 지역 명사들이 나와 인사를 하고 있는데 우리 일행 중 한 사람이 급한 환자가 있다고 부르러왔다.

화장실에 가보니 건장한 남자 한 사람이 고통스럽게 구역질을 하면서도 토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돌팔이 처방으로는 급체 아니면 식중독인데 이번에는 식중독일 가능성이 컸다. 급체는 머리가 아프고, 열이 나고, 몸이 떨리는 반면 구토가 많이 나는 경우는 대개 식중독이다. 구토만 하면 해결되는데 토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였다. 물을 먹이고 위에 자극을 주어 토하게 하는 방법이 있으나 이 환자는 물조차 마시지 못할 정도로 위독했다. 식중독이 몸에 들어와 퍼지게 되는 경우 심할 땐 물에 있는 미량의 독이라도 증세를 가중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물이 넘어가지 않게 되는 것이다.

환자는 가슴이 터질 것 같다며 떼굴떼굴 굴렀다. 왜 갑자기 아프냐고 물었더니 새우 두 마리 먹었다는 것이다. 나의 상식으로 볼 때 생선 먹고 일으킨 식중독은 미나리만 먹으면 해결된다. 돼지고기에는 새우젓, 홍어회에는 미나리, 소고기에는 배, 개고기에는 살구씨 하는 것처럼 생선 요리에는 미나리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남의 나라 대학의 넓은 교정에서 미나리를 찾을 수도 없고 또 그 나라에 미나리가 있는지도 알 수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다급하게 연회장으로 돌아가 식탁에 놓인 새우 무더기를 살펴 보았더니 불행 중 다행히도 미나리 비슷한 채소가 사이사이에 장식되어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무례하게도 이 미나리 비슷한 야채를 뽑아 화장실에 있는 환자에게 먹이니 그냥 씹어 먹어도 잘 넘어갔다. 환자는 그제서야 통증이 가라앉는다며 소파에 누워 잠이 들었다.

미나리 비슷한 채소 이름을 알아보니 파슬리라고 하였다. 우리나라에서도 생선회를 낼 때 파슬리로 장식하는 식당들이 많다. 생선회 먹기 전에 이 파슬리를 미리 먹어두면 식중독에 걸리지 않는다. 일본에서 생선회에 곁들이는 것이 고추냉이(와사비)이다. 고추냉이도 미나리 처럼 습기 많은 곳에서 자란다. 좀 맵고 톡 쏘는 맛이 있지만 어린아이에게도 고추냉이를 조금씩 찍어 먹도록 해야 한다. 또 일본에서도 파슬리가 생선회에 곁들여 나온다.

식중독에는 우황청심원도 효과가 좋다. 무슨 성분인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먹고 나면 편안해진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생선회를 먹게 되면 미나리를 반드시 곁들여내야 하고, 결들여져 나온 것은 꼭 먹어야 한다. 생선회뿐만 아니라, 어떤 생선찌개든지 꼭 미나리가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파슬리든 고추냉이든 그 야채가 어떻게 재배되었느냐 하는 것이다. 오염된 토양에 인삼이나 당근을 심으면 토양이 좋아진다. 그러나 그 인삼이나 당근을 사람이 먹으면 안 된다. 오염된 하수구에 미나리를 심으면 수질이 정화된다. 그러나 그 미나리를 먹으면 큰일난다. 미나리는 거머리가 붙어있는 것이라면 좋다.

회 잘못 먹고 후회하지 말고 후회할 짓 하지 말자.

임락경 시골교회 목사
2003/02/06 00:00 2003/02/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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